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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날..

. . . |2003.06.21 10:37
조회 260 |추천 0

                 운수 좋은날

 

사무실로 들어서서 박군 옆을 지나는데

OMR 답안지 작성하듯 칸을 메우고 있다

이제는 몇번을 보아서 마치 업무의 하나로 인식되어 무심히 지나갈때가 많은 풍경

바로...로또..칸메우기 하고 있다

가만 펜으로 칸을 까맣게 칠하며 그넘은 하얗고 환한 미래를 그리고 있을것이다

그 순백의 그림판 위에다 온갖것을 그렸다가 지우면서..

 

'사장님요 내 일등하믄 한뭉테기 드릴께예..'

'자슥아 필요없따 니나 많이 묵고 잘살아라..장가나 가고..'

'어 후회 할낀데..'라며  녀석은 몽환적인 미소를 짓는다 줄 그은 복권지를 들고서는..

 

그렇게 시작된 그녀석만의 일주일의 행복한 적금이

이젠 몇번을 거쳐 첨에 있었던 타이르기 /달래기/ 충고 /따위도 점차 없어졌다 

그래 아무것도 염두에 들지 않을꺼다..

그 어마어마한 금액은 돌아앉은 돌부처라도 돌릴수 있는것이다

나도 속으론 한번식 유혹에 빠져..아 나도.. 하곤 한단다..박군아

 

월요일 마다 행하던 그 성스런 모습을

(녀석 은 다른때완 틀리게 그 순간만은 꽤나 진지 하고 엄숙하다..)

어찌 된것인지..이 토요일날 아침에 본것이다

'어 이번엔 많이 한다..그돈 모으면..던 아깝다..박군아'

'어젰밤 꿈이 좋아.. 오늘 운수가 좋을것 같아서요..'

녀석은 오늘이 왠지 운수가 좋을것 같단다..

 

운수.. 그 일확천금의 운을 나꿔채고..그 뒤의 생활이 그리 행복해 지지않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나..니는

오르면 내려오고..웃음 뒤엔 울게 될일이 따라오고..

화무는 십일홍이라 하지 않던가

살아보니 그말이 딱이더라..

지닌것에 만족하고 ..항상 나보다 아래를 보면서 만족 할수만 있다면

그게 행복해지는 일일것 같은데...물론 나도 아직 가슴으론 그렇게 살지 못하지만..

 

갑자기 생긴 대박으로 인생역전을 이룬이들의 들리는 뒷 이야기는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다

박군은 제일먼저 포르쉐를 사고 싶단다..

빨간색으로..무개 스포츠카..(음..멋있겟군)

그리곤...야자수 늘어진 남태평양 어디쯤서 지도 배우들 처럼 아바나 시가에

시리도록 푸른 칵테일을 옆에 두고 있을꺼란다..

 

아..부디 그넘 꿈이 이루어져..내 잔소리에서 벗어나 행복 할수 있다면..나도 기도 해줄께..

꼭 그리 되어라..니 말리기엔 이젠 내 입이 아프니..

 

『김첨지는 인력거꾼이었다. 장사가 잘 안되어 며칠 동안이나 돈 구경을 옳게 못했는데, 이 날은 이상하다고 하리만큼 운수가 좋았다.

앞집 마나님을 위시해서 교원인 듯 싶은 양복장이를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서는 첫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도합 팔십 전을 벌었다.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앓아 누워 있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사다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의 아내는 앓아 누운 지 오래 되었다. 거기다 약 한 첩을 못 쓰니 완치가 되기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졸라댔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비를 그냥 맞으면서 학생을 남대문 정거장까지 태워다 주고서 일 원 오십 전이란 큰 돈을 받았다. 기뻤다.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했다.

 

오늘따라 운수가 너무 좋으니 말이다. 더구나, 아침에 나올 때 아내가 오늘은 제발 나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머리에 떠올랐다. 정거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짐을 가진 손님을 한 사람 태워다 주었다. 기적 같은 벌이었다. 아무래도 이 기쁨이 계속되지 않을 것 같았다. 불행이 곧 덜미를 내리짚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차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나오는 그의 친구인 치삼이를 만났다. 그대로 끌고 들어가 곱빼기로 넉 잔을 마셨다. 눈이 개개풀렸다. 머리를 억누르는 불안을 풀어 버리기 위해 벼락같이 고함을 지르다가 금방 껄껄거리며 웃고, 그러다가는 또다시 목놓아 울기도 하며 법석을 떨었다.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이래야 남의 행랑방이었다. 너무 조용하다. 다만 어린애의 빈 젖 빠는 소리가 날뿐이었다.

 

김 첨지는 목청을 있는 대로 내어 욕을 퍼부으며 발을 들어 누운 아내의 다리를 찼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무등걸과 같다. 아내는 죽어 있었다.

 

이 때에 '빽빽' 소리가 '응아' 소리로 변하였다. 남편은 아내 머리를 흔들었다. 』...

 

현진건의 '운수 좋은날' 의 줄거리다..

오늘 오전..이 '운수 좋은날'이 왜 갑자기 생각날까..

혹..저넘 좀있다가 오후에 나한테 욕바가지로 얻어 먹을 짓거리 만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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