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단편 - 난 개다.

사나토스 |2003.06.26 03:23
조회 343 |추천 0

난 개다.
나이는 4살.
품종은.....음...... 씨도리다.
사실 그런 품종은 없다. 하하.......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다.
거기에는 나의 직업정신이 투철하게 살아있다.
내가 만든 품종 이름에 나와 있듯이 내가 하는 일은 씨를 만드는 것이다.
호박씨 같은 거 말고.......... 암캐 속에서 예쁜 강아지가 되는 그런 씨 말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난 개나라의 쎅스머신이라고나 할까?


가끔 아저씨가 데려오는 암캐들을 거의 반 죽여놓으면 그 비싼 쇠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언제나 최선을 다 한다.
세상에 개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나처럼 직업이 있는 개는 정말 드믈다.
눈이 안보이는 사람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 친구들 정말 불쌍하다.
원래 개라는 족속이 말 그대로 개가 되는 경우가 가끔 있어야 진짜 개처럼 사는 맛이 나는 것이다.
헌데 그 맹인견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친구들은 발정기가 되어도 지나가는 똥암캐 엉덩이에 코 한 번 대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게 어디 개인가? 로보트지.....


요즘 전기로 충전만 해주면 주인 말을 학습해서 아양떤다는 플라스틱 개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뭐 최첨단 모터가 몇십개가 들어 있다고 하는데 아직 물어 뜯어보지 못해서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개라면 나처럼 식구들한텐 꼬리 흔들고 모르는 인간 나타나면 마구 짖어주고 하면서 살아야 제맛인 것이다.
제맛이라..........
어제 옆집 또리가 제맛을 내고 저세상으로 갔다.
암케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 집 주인이 어딘가로 끌고 갔었다.
그 친구 가면서 나한테 꼭 아껴쓰라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직업을 가졌을 때가 생각난다.

 

막 한 살이 되었을 때이다.
난 된장국에 밥말아 주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똥에서 냄새가 좀 지독하게 나지만 아줌마는 상추 잘 자라겠다며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똥을 가져가셨다.
그때, 난 내 직업이 똥싸서 밭에 뿌리는 거름 만드는 일인줄 알았다.
헌데 나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 사건이 생기고 만 것이다.


하루는 아저씨가 내가 먹어 본 적이 없는 쇠고기라는 음식을 주셨다.
온통 뻘건 색이었는데 잘게 썰어서 내 밥그릇에 수북하게 담아주셨다.
난 정신없이 먹었다.
먹으면서 정신이 조금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아저씨 아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나도 모르게 그만 으르릉 거리고 말았다.
식구들한테 그러기는 첨이었다.
아저씨 아들도 놀랬는지 얼른 저리 가버렸다.


다 먹어치우고 그릇까지 깨끗하게 닦아놓고는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무슨 소리가 들리길레 눈을 떠 보니.......
난생 첨 보는 예쁜 개가 앞에 있었다.
난 너무 신기해서 자세히 보기도 하고 그 개의 코끝을 낼름 핧아도 보았다.
그랬다가 혀 물릴 뻔 했다.
조금 있다가 아저씨는 그 예쁜 개를 내 앞에 놔둔 체 나가버렸다.


그 개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아저씨 아들이 오징어라는 것을 가지고 날 약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야릇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냄새는 그 예쁜 개의 엉덩이에서 나고 있었다.
난 무심결에 슬슬 다가가서 그 개의 엉덩이에 코를 대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예쁜 개가 내 쪽으로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말았다.
내게 이빨을 드러내며 짓는 것이었다.
난 다 참아도 내 앞에서 이빨 드러내는 개는 못봐준다.
잽싸게 그것의 뒤로 돌아가서 꼬리를 확 물고는 두어번 세차게 당기다가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려 버렸다.
그랬더니 작은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는데 그것의 꼬리를 무느라 그 이상한 냄새를 옴팡 맡고 말았다.
사건은 그 다음부터 일어났다.


난 사실 꼬리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다 아는 꼬리고 하나는 그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데 너무 작고 배에 딱 붙어 있고 별로 보이지도 않고 해서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근데 그 두 번째 꼬리가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난 너무 놀라서 얼른 쳐다봤더니 글세....... 엄청나게 커져 있는 것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는데 방금 나한테 혼이 난 그것이 내 새로 생긴 꼬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내게 슬글슬금 다가왔다.
난 갑자기 작은 공포를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무엇인가 강한 전류가 나의 몸을 마구 헤집어 놓고 있었고 나에게 다가온 그것은 입에서 침을 주루룩 흘리더니.... 흘리더니.....


난 방심했다.
그것이 나의 두 번째 꼬리를 물더니 살살 깨무는 것이었다.
그런 공격은 첨 당해봤다.
아프진 않았지만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서스펜스와 스릴러가 밀려오면서 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난 그것의 등에 올라타 있었다.
내가 그것의 황홀한 공격에 정신을 잃자 그것이 날 업고 어딘가로 데려가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헐떡거려지는지...... 그리고 뒷다리는 왜 이렇게 뻐근한지........
날 업고 있는 이 예쁜 개는 왜 자꾸 고개를 앞뒤로 쭈뼛거리고 있는지.......
정신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난 그것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나의 두 번째 꼬리를 통해 내 몸 속의 무언가를 먹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녀석은.... 내가 꼬리가 두 개이듯......... 입이 두 개였던 것이다.
예쁜 개가 이런 약점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가 뭐 먹을 것이 있다고 두 번째 입을 사용해가면서까지 나의 두 번째 꼬리를 물고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때!.........때!! !!!!!
나의 몸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 버렸다.
내 두 번째 꼬리는 어느 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고 그것의 두 번째 입은 반짝이고 있었다.
난 눈물을 흘렸다.
아까 아저씨가 준 쇠고기라는 것이 먹고 싶어 환장하는 줄 알았다.
잠시 후에 그것은 어떤 첨 보는 아저씨의 손에 의해 지네 집으로 돌아갔고 난 다시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그리고 아저씨가 이상하게 생긴 하얀 공을 밥그릇에 놓고 가셨는데 아까 먹은 쇠고기보다는 못했지만 참 맛있었다.
한 입 베어무니까 그 안에서 노란 고소한 것이 부서지면서 내 식욕을 자극했다.
계란이란다.
참 별게 다 있다.

 

난 이렇게 신고식을 하고 씨를 만드는 일을 지금까지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가만........
지금 생각해보니 옆집 또리가 제맛을 내러 가면서 왜 아껴 쓰라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오줌을 너무 많이 싸면 씨가 나갈 때 약하니까 그랬나 보다.
난 개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