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이는 33세다. 벌써 33년의 시간을 우리나라에서 살았다. 가끔 다른 나라를 여행해 본
경험 빼고는 99.99999%를 우리나라에서 시간 보낸 셈이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어릴 때 처음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읽고 학교에 들어가 국사라는 과목으로 배워 왔던 자랑스런
반만년 역사의 우리나라가 나는 요즘 너무너무 싫어졌다.
처음에는 그냥 최근 몇년 사이의 일들로 그런 생각을 하는가 하였다. 그 정도면 일시적인
잡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하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그게 내가 그동안 나고 자라 살아온 과정 속에서 즉 33년의 세월동안 축적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우리나라를 싫어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황당하게도 거리에서 시작되었다. 어릴 적
나의 아버님은 길거리에서는 담배를 절대로 피시지 않으셨다. 길에서 담배 피는 건 상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단정을 지으셨었다. 어릴 때 나는 길에서 담배 피는 놈이 왜 상놈인지 궁금했는데
그게 크면서 차츰 알게 되었다. 내가 초등교 때 귀한 솜사탕을 손에 쥐고 어떤 담배 피는 아저씨
뒤에 서 있다가 솜사탕 결마다 담배 냄새가 스며들었을 때, 신호등에서 길건너려 황급히 뛰어
들때 훅 날아오는 담배 연기를 얼굴로 맞을 때, 임신하여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때에 길거리서
담배 연기를 맡아야 할때... 요즘은 아예 길에서 담배를 손가락에 꼽고 있는 인간을 보면 뒤통수를
한대 갈겨 주고 싶을 지경이다. 도대체가 생각이라고는 없는 인간들이라고 마구 욕을 해주고
싶다. 담배 좋으면 혼자 피지 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성가신 피해를 주냔 말이다.
담배를 가지고 이야기해서 그렇지 사실 여기서의 핵심은 남보다는 늘 자신만을 생각하고
남에 대해서 조심할 줄들을 모른다는 뜻이다. 미국을 여행할 때 가장 듣기 좋은 단어는
'Excuse me'와 'Sorry'였다. 사실 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좁은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Excuse me, Sorry'그런다.. 지하철에서건 어디서건.. 그 정도도 바라지 않겠다.
그저 담배 입에 물때, 지하철에서 의자에 앉을 때 뭐 그런 사소한 때에 제발 주변을 한번만
둘러 봐 달란 말이다.
내가 우리나라를 싫어하게 된 두번째 이유는 초등교 3학년 때 한 TV 드라마를 본 이후에
시작되었다. '유미의 일기'라고 제일교포 학생이 조센징이라고 놀림을 당하다가 결국 자살을
하고 이를 그의 누나가 기록한 내용을 극화한 것이다. 그때 반드시 우리나라가 실력을 크게
키워서 일본이든 그 어떤 나라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나라가 되도록
나도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나도록 보아온 우리나라의 각계
분야 사람들의 모습들... 도대체가 진정한 실력이라는 것보다는 인맥, 학력, 지역, 따위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보기엔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파워'들로 사회의 지위 고하가
자리매김이 되는 것을 보고 나니 아주 기가 막힌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솔직히 우리나라의
Vision을 제시하고 이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기는 커녕 이름들만 달랐지 거의다 모리배와
거지같은 인간들로 득실거리고 경영인들은 정직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것보다는 늘
부정한 거래를 하여야만 사업이 진일보하게 되고 학자들 역시 진지한 연구와 도전보다는
입만 까서 TV 앞에서 연예인처럼 쇼를 하거나 또는 몇십년 동안 단 한번도 안 바꾼 강의
노트를 안고 강의실과 연구실을 왕복한다. 심지어 전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해외파 학자들의
경우 그들이 한국에 자리를 잡기란 어렵다. 왜인줄아는가? 그들이 오면 국내에서 교수랍시고
밥먹고 살던 자신들의 자리를 그들에게 옴팡 빼앗기니까... 그래서 해외에서 3,4년 이상 공부
하는 사람들은 특히 순수학문쪽 사람들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한다. 좀더 배우는 길을 선택
하면서 평생 이방인으로 떠돌 것인가 아니면 대충은 배웠으니 한국으로 들어가 자리를
알아 볼 것인가 말이다. 이게 도대체가 말이 되는 상황이냔 말이다. 그 어느 분야에서나
누구 하나 똑부러지게 Global No1.으로서 조직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 체계라고는 찾을
수 없고 다들 어리버리하게 우왕좌왕한다는게 나로서는 너무도 숨막히게 싫다. 솔직히
요즘은 차라리 대기업들을 막아대는 정부가 얄밉다. 우리나라의 브랜드 치고 해외에서
엄지손가락 들어 주는 브랜드가 몇개일 것 같은가? 삼성 하나 정도이다. 그 외에는 그냥
신문에서 국내용 PR & IR을 위해 떠드는 거지 기실은 아무도 모른다. 너무도 어정쩡하고
너무도 갈팡질팡하고 제대로된 실력이라고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라,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가 싫다.
그리고 또 우리나라가 싫은 세번째 이유는 역시 교육이다. 학교 때 나는 선생님들이 붙여주신
별명으로 불렸다, 영광스럽게도. '국정 교과서' 그리고 '대위의 딸'. 정말 바른생활 그 자체
였거든(뭐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는 못말리는 장난꾸러기였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내가 단 한번도 의심을 해본 적은 없었다. 정말
입시만큼 중요한게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대학을 오면 무언가가 정말 학도로서의 다양한
배움의 시간들이 있을 거라고.. 도전의 그 화려한 나날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 믿음 하나로 한 인간으로써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밤낮으로 입시
공부에 매달렸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대학을 와 보니, 이런 사기가 세상에 또 어딨단
말인가 싶어 기가 딱 막혔다. 나는 세상에 족보가 있는 시험을 치는 대학생이라고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한 과제에 대해서 리포트를 쓰려면 적어도 사흘 낮밤은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려고 고민하고 관련 분야의 서적들을 공부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라? 단 한시간이면 어지간한 리포트들은 배껴낼 수가 있는 것이었다.. 오호! 이런 젠장.
그뿐인가? 교수들이 수업시간에 불러준 대로만 답을 쓰면 학점이 A+인게다. 내 머리는
뭐 배게 베라고 있는겐가말이다... 그 교수라는 사람들 강의 노트말이다... 그거 몇년째
단 한번도 안바꾼 사람도 많단다. 심지어 우리과를 나온 자기네 이모가 같은 과 후배가
된 조카의 노트를 보더니 '어.. 그 선생님 강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으시구나..'
라고 읊으셨다네...
20년이면 시대의 정신도 바뀌고 강산도 두번 바뀐다는데 우리는
그 난리 북새통에도 영원 불변인 강의를 듣고 있었던 게다... 그나마도 3학년 정도 되면
이제부터는 취직입시공부를 시작한다. 중학교부터 시작해서 6년 넘어 배운 영어를 다시
공부하고 '상식'이라는 과목을 암기하고... 세상에... 나는 머리털나고 상식(Sense)를
암기공부하여야 한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그래도 내가 그간 비교적 '상식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는 상식은 그 상식이 아닌게다... 게다가 영어라는게 또하나의 언어일뿐이고
나는 한국인이니 나로서는 option이라고 생각하는 그 외국어에 대해서 의사 소통 정도로는
도저히 만족 못하겠다는 인사과 사람들 덕분에 TOEFL이나 TEPS니 뭐 그런 걸 본댄다.
한국어 가지고 그런거 본 적 있나? 우리말을 얼마나 잘 알고 제대로 쓰고 있는지 얼마나
고급스러운 단어를 구사하는지 그런 거는 왜 안보나? 아니 도대체 내가 그 잘난 대학을
다니려고 새벽 어둠속에서 어머니가 잠 설치시며 싸준 도시락 두개를 안고 학교를
가고 열 두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가면서 꽃다운 10대를 보내었던가를 생각하니 세상이
노랄지경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더 가관이더군. 아주 애들이 3,4세가 되면 그때부터
난리 법석이다. 선생들도 자기네는 노동자라면서 스승의 날등 특별한 날에는 많은 금품을
챙기고도 아이들에게 오로지 입시만을 강요하는 공장장 행세들을 한다....
자... 살맛 안나지? 이쯤 되면 우리나라를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이유를 알겠지? 뭐?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고? 난들 알리가 있나... 내가 뭐 다른 나라에서 살아 봤어야 말이지.
사실 위에서 말한 세가지 이유 말고도 자잘구레한 것까지 다 하자면 12가지는 넘는다.
우리 나라 남자들 제 멋대로 제 편한 것만 차리는 꼴불견을 비롯해서.. 어쨌든 열 손가락을
넘쳐나도록 제 나라가 싫은 이 백성의 마음을 우짜라고....(나머지는 뉴스들을 모으면
알 것이다. 성수 대교 무너졌지.. 대구 지하철 불 났지... 삼풍 백화점도 무너졌지..
전두환이나 노태우같은 군발이들이 독재도 했고... 등등.. 뭐 더 안 읊어도 그간 같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은 알거야...)
그러면서도 젊은 학생들이 하버드에서 공부하면서 나중에 배운 거 다 싸들고 가서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하는 걸 보고는 혼자 마구마구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5살 배기 어린 아들이 말도 잘 못하면서 애국가를 열심히 부르는 걸 보면
세상에 어떤 노래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없다. 너무도 사랑하는 우리나라... 어머니같은
조국...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늘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하셨던...
정말 무언가가 이제는 제대로 시작하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