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껜 다 낡은 구두가 하나 있습니다.
벌써 그 구두를 신으신지도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아마도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무렵 상품권을 선물받아
큰맘먹고 좋은 구두 하나 마련하셨드랬죠.
얼마전에 집에 들렀다가 엄마한테 가을옷이랑 신발 사달라고 투정 부렸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사고 그냥 가게 되자
엄마가 카드로 사고 나중에 엄마가 카드값 준다고 하시드라구요.
월급 타는거 전부 부모님 드린답시고 카드값이며.. 핸드폰 값이며..
다 부모님한테 타쓰는데.
그냥 월급 드리는것만 아는 주변에서 효녀다, 대단하다 하는 말에 우쭐해져서
제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애라는걸 까맣게 잊고 살아버렸습니다.
아빠한테 구두 하나 사드려야지.. 마음만 먹었는데.
군대간 동생이 전화해서는 "월급 모아서 아빠랑 엄마한테 신발 하나씩 사줘야겠어."
군인 월급 뻔한데 말이죠... 그거 얼마한다고...
엄마가 심장이 좀 안좋으셔서 인터넷에서 고구마가 심장에 좋다는 걸 봐서
이야기 해줄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어찌하다가 아빠 구두 이야기가 나왔어요.
준이가 월급 모아서 신발 사준다더라.. 그랬더니 필요없다고 엄마아빠는 신경도 안쓴다고
월급해봐야 얼마된다고 사냐고 놔두라고 하면서
하시는 말씀이.. 엄마가 아빠 신발 다 낡았고 해서 밭에 신고 들어갔다왔는데
신발에 흙이 묻은 걸 보고 아빠가
"야~~ 한개밖에 없는 신발인데 흙 뭍혀놓으면 어떡하냐~~ 빨리 닦아놔~" 그랬대요.
그 다 낡아빠진 신발을.. 하나뿐인 구두라고 엄마한테
닦으라고 하시면서 그냥 괜찮다고 하시네요.
거기까지만 해도 그냥 미안하다는 느낌뿐이었는데...
끊기전에 이번에 카드값 얼마나왔냐고..
아빠 연금 모아 놓은걸로 신발사고 옷도 좀 사고 하라고 했더니
니 카드값 내줘야 된다고 안산다고 하시드라.
연금 4월달 부터 받으시는데.. 하나도 안쓰고 모아두신걸 겨우 딸래미 놀려고 쓴
카드값에 내신다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아.. 진짜 나쁜애구나..
계절 맞춰 옷 사고... 신발사고...
내가 하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다 하고 살면서 엄마아빠가 끝도 없이 아끼는건
그냥 모른체하고 살았구나..
싶어서 전화끊고 한참을 울었네요.
이번주에 집에 가면 상품권 하나 사가지고 갈려구요..
어짜피 또 제가 쓰는 카드값 부모님이 내시겠지만... 이번 월급에 추석 보너스 포함되서
나오는거 안빼돌리고 다 드릴려구요.
이 글 읽으시는 분들도..
평소 부모님 드시는 밥상.. 평소 신으시는 신발..
한번 살펴보시길 바래요. 자식들 오면 맛있는 반찬 내놓으시면서
막상 당신들 밥상엔 김치 몇조각에.. 매일 먹던 반찬 몇가지 내놓고 그냥 한끼
때우시는 부모님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엄마,아빠,
많이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