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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어요. (09. 07. 31)

무지 |2009.08.07 22:32
조회 219 |추천 0

Instant novel

 

수줍어요.

 

 수지는 이제 5살이다. 수지가 다섯살이 된 이후로 엄마 은숙씨는 수지의 변화를 한가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수지가 젊은 남자들 앞에서 굉장히 수줍어 한다는 것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수지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던 길이었다. 엄마의 무릎위에 앉아서 밝게 웃으며 장난을 치던 수지가 갑자기 장난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이 아닌가. 의아한 은숙씨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상황을 알게 되었다.

 방금 멈췄던 정거장에서 어떤 젊은 남자가 수지 앞에 섰던 것이다. 그래서 수지는 수줍어 장난도 멈추고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어버린 것이다.

 수지는 자라난다. 지금은 외간 남자가 수줍어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아가이지만 언젠가는 어떤 남자의 손을 붙잡고 수줍게 결혼식장에 들어갈 것이다. 은숙씨가 그러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때에 수줍은 수지는 그 남자의 손을 꼭 붙들게 될 것이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엄마는 더 힘껏 수지를 가슴에 품고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5m)

 

 아침에 누나와 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맨 앞자리에 한 자리가 있어서 누나가 앉았고 나는 누나의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나의 옆에 앉아있던 아이의 어머니가 웃으셨다. 나는 의아해서 보았는데 아이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이가 젊은 남자만 보면 수줍어 하거든요. 그래서 고개를 못 드네요."

그래서 보니 엄마의 무릎위에 앉은 아가의 뒤통수가 보였다. 꼼짝도 않고 있었다. 나 때문에 아이가 고개를 못들고 가만히 있었던 것. 나는 괜히 아가에게 미안했다.

"아가, 미안."

그렇게 말하고 아가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위해 뒤쪽으로 들어가서 섰다. 뒤쪽에 서서 몰래 지켜보니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때서야 고개를 들고 엄마와 장난을 치는 아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수줍어서 고개를 들지 못하던 아가의 뒤통수가 머리속에 맴돌았다.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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