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거주, 톡을 즐겨 보고 또 즐겨 쓰는
2NE8 직장여성입니다.
저는 비가 철철 내리던 어제 저녁 11시 20분쯤 제 우산 속으로 남학생이 들어온,
한편의 CF같은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요 ㅋ
[프롤로그]
감동의 극대화를 위해 사건발생 4시간 전인 저녁 7시 20분부터의 저주 받은 제 발자취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응모한 영화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서, 6시반에 슬금 퇴근을 하여 장대비를 뚫고 지하철을 타고 삼성역으로 갔습니다.
7시반 시사회였는데 삼성역에 도착한 것이 7시 20분.
달려서 메가*스까지 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의 영화같은 하룻밤의 시작이지요.
하필 시간도 없는 이 때, 개찰구 이녀석이 제 교통카드를 못 읽는 것입니다 ㅠㅠ
- 역무원과 통화하기 버튼 48회쯤 시도 하였으나 불능.
- 지하철 역 안내 모니터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하였으나 잘못걸었다 함.
- 114에 전화걸어서 삼성역 역무실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했더니,
끝쪽에 철문(휠체어나 큰 짐 지나가는 길) 열려있을거니 걸어나오라 함 -_ -
- 그러나 철문 잠겨있어서 또 호출했더니 그제서야 아저씨가 와서 열어주심..
뭐 대강 이런 일을 겪은 후에야 공짜영화 한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라르고 윈치'였고요, 기대 안했는데 꽤 재미있었어요. 훈남 주인공
)
짜증은 났지만.. '난 나름 도덕적인 숙녀야'라고 위안을 삼으며 상큼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삼성역에서 저희 집까지는 마을버스가 다녀요.
지하철역은 집에서 좀 먼데 마을버스는 엄청 가까이 내려줘서 평소 아주 애용하죠.
굳이 악몽의 지하철을 다시 타지 않아도 되어서 기쁜 마음에 버스를 탔습니다.
그러나 이게 왠걸.. 선릉역까지 오는데 1시간 10분이 걸렸네요.. ![]()
![]()
아무리 비가 와도 그렇지, 우리나라에 비가 한두번만 오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 한 정거장 오는데 1시간이 걸린 겁니다 ㅠㅠ
그 길이 언제부터 그렇게 인기있는 길이 되었나요 흑흑흑
이러다 오늘 안에 못자겠구나 싶어서 하는 수없이 선릉에서 버스를 하차,
지하철을 타고 (알머니ㅏ으ㅁㅈㄷ루미ㅏㅇㄹㅋ;ㅣㅇ느 ㅁ.니ㅓㄹㄴ쨰드ㅓㅈ;ㄷ잏ㅁ,.)
교대까지 가서 3호선을 갈아타고 양재역으로 도착하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상쾌한 바람만이 저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있었어요.
찻길도 아주 한산하니 쌩쌩 잘들 달리더군요................................
전 우산을 펴려다 다시 접어서, 씩씩하게 우산 허리춤 (
<- 이 가운데 쯤)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본론] (앞이 너무 길었네요;;;)
11시 10분쯤 되었을거에요.
비도 내리는 밤이었고, 원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거든요.
제 앞에 왠 훤칠한 (키가 좀 심하게 훤칠했음) 남자분이 저벅저벅 가고 계셨는데..
술을 좀 드신 듯 걸음이 너무 느린거에요.
저는 옆으로 추월해서 지나가려고 속력을 내서 걸었습니다.
그 분을 왼쪽을 피해서 슥 앞질러 가는데.................
누가 제 뒤에서 우산을 잡는거에요!!!
(비가 그쳐서 '장'우산을 손에 '가로'로 쥐고 가고 있었거든요)
저는 너무 놀래서 뒤를 돌아보며
나: ' 어, 뭐야....?'
제 우산을 잡은 것은 바로 그 훤칠한 남학생이었어요.
너무 키가 크시다보니;; 저랑 대화하실땐 허리를 푹 숙여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남자: '그냥... 재밌잖아요... 재미로...
'
씩 웃으면서 '재미로'라고 하시는데..
참 황당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싶기도 하고,
뭐 짧은 시간에 31가지 생각 쯤이 들더라고요 ㅋ
전 좀 놀란 기색을 감추면서
나: '아..ㅎ..ㅏ..하하... 술을 많이 드셨나봐요..?'
남자: '아니요! 저 술 안먹었는데.. 많이 드신 건 그쪽이죠..!!'
나: '예??? 예... 가세요...' 하고 우산을 잡아 당겼는데,
안 놓는 겁니다 ![]()
저는 계속 우산을 잡아당기면서 걸었어요. 속으로 제발 좀 놓아주세요를 외치면서..
마침 갈랫길이 나왔습니다.
저희 집은 골목쪽으로 좀 들어가야되는 길이었고,
행인은 당연히 큰길을 쭉 걸어가실 줄 알았지요.
나: '저.. 이제 가세요. 가던길 가세요.' 하며 우산을 내챘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가던 길을 안가시고 자꾸 절 따라 오시는 거에요 ㅠㅠ
남자: '아.. 집이 이쪽이세요..?'
나: '예.. 저는 이쪽으로 가니까 제발 가던 길 가시라고요.'
남자: '아.. 예 가세요..'
하는데....
근데 계속...
따라오고 있는거에요... ㅠㅠ
때마침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저는 우산을 펼쳤습니다.
남자: ' 어? 나는???'
나: '네..??? 아니 도대체 어디를 가시는 길인데요!!!'
아 진짜 비는 오는데 목적지라도 알면 중간까지 제가 우산을 씌워드리려고 했는데..
이대로 집까지 따라올까봐 겁도 나고 그냥은 못 씌워 드리겠는거에요.ㅠ
하지만.. 제가 막 추궁을 하는 동안 그 분은 벌써 허리를 푹 숙여서
한참 아래쪽에 있는 제 우산 속으로 쓰-윽 들어오시는거에요.
그리고 너무 자연스럽게 어께에 손을 올리시는거죠!
나: '아 뭐야 진짜 미쳤나봐!!!!!!!!!!!!!'
하면서 훽 피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약간 당황하면서
남자: '뭘요~ 아니 내가 뭘 어쨌다궁~' ![]()
(<-대략 이런 표정)
아... 그때부터는 진짜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이게 말로만 듣던 치한인가..? 아니면 진짜 영화같은 로맨슨가?
남친도 없는 주제에 '연애불변의 법칙'인가? 하는 생각까지 다 들더군녀..
(티비가 애를 버려놨죠 ㅠ)
그렇게 조금 피해가면 또다시 허리를 푹 숙이시구 스윽 우산속으로 들어오고,
또 피하면 또 스윽 들어오길 세 번.
나: '도대체 누구세요? 저 알아요?'
남자: '아이.. 지금 제 이름이 중요해요? 제가 누군지가 뭐가 중요해요~'![]()
![]()
나: '제발 좀 저리 가세요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진짜 저희 아파트 입구가 보이는 곳까지 같이 왔어요.
나: '진짜 여기 저희 집이니까 저 갈거거든요? 가시던 길 가세요'
남자: '저 그냥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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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럼요?'
남자:'아니, 같이 근처에서..'![]()
![]()
나: '가세요.'
하지만 그 분은 정말 가던길로는 절대 안가시고,
마치 제 우산이 자기 우산인 마냥 스윽 들어와서 허리를 펴시니
우산이 약 30센치 쯤 위로 올라가 버리더군요.
(제가 160정도에 8센치 힐신고 있었습니다. 190은 족히 되시는 듯)
마치 제 손이 자기 여친 손쯤 되는 듯이 우산을 잡은 제손을 부여잡고,
마치 저희 집이 자기 목적지인 마냥 걸어가는거에요. 성큼성큼.
(한 세발짝 얼떨결에 걸었나 싶네요)
남자: '난 이런게 참 좋은거 같애. 멋있잖아요'![]()
![]()
나: '............???????????????????? 가...세...요...'![]()
남자: '비도 오는데요? 우산도 없는데?'![]()
![]()
나: '예. 가세요'
진짜 경비실 앞에 다다르니 그 분이 멈춰서셨습니다.
남자: '악수나 한번 해요.'![]()
![]()
하면서 손을 쓱 내미시는데..
뭐 이런게 다있어? 하는 눈 빛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주시고 돌아섰습니다.
뒤도 안돌아보고 종종걸음으로 집에 돌아왔어요.
그리고 집에 들어설 때 까지는, '무사해서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었는데..
왠지 집에 도착하고부터..
허탈하고 아깝고..
나름 귀여웠는데 그냥 보낸 내가 미친*인가.. 싶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하느님께서 2NE8 막바지 소녀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셨는데 내가 그걸 차버린건가 싶기도 하고.
미모라고는 흔적도 찾아볼수 없는 나한테 자주 오는 일도 아닌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너무 잡생각이 많이 드는거에요 ㅠㅠ
그래서 오늘 이 판을 올려본 것이랍니다.
(여러분이 기대하셨을 로맨스가 없어서 죄송해요..;;;;;;;;;;;)
절반은 솔직히 자랑질이고요.(제가 잘났다고 자랑하는게 아니고, 운빨이 좋았다 정도?)
절반은 혹시나 톡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그 소년 (또는 친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혹시 그 분을 알고 계신 분의 아래의 글을 꼭 좀 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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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너무 놀래고 설레고 무섭고 그래서 어제는 너를 문전박대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시리구나.
미안하게도 너는 나의 짜증 이빠이나는 하루를 웃으며 지나가게 해주었는데
누나는 우산도 못씌워 줘서 가슴이 아프네.
앞으로 비오는 날 종종 나타나서 cf속 한 장면을 연출해 주렴.
내가 우산도 주고, 술 깨게 차도 한잔 사줄께.
꼭 좀 또 보자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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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인상착의는,
190정도 되어보이는 키에,
풍자만화에 부잣집 아들의 심볼로 자주 등장하는 교정을 하신 ㅋ
유지태씨를 닮은 미소를 가진 남자분. 20대 초반일것 같더라구요.
목격 장소는 양재전화국이고요, 8/11 11시20분쯤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