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와의 운동회
오복임
"송아지야! 나하고 달리기 하자"
해마다 봄. 가을 운동회 날이면 송아지를 끌고 들판으로 나아가 송아지 머리에 칡넝쿨로 장식 청군을 만들어주고 나는 버들가지를 잘라서 머리에 동여맨 백군이 되어 송아지와 같이 학교 앞 들판에서 달리기를 했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하며 목청껏 외치며 힘차게 들판을 달리다 넘어지곤 하다 결국 울어버렸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4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귀여움을 받고 자랄 세 살 때 6.25 사변이 일어나 아버지를 잃고 작은댁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작은 집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보내 달라고 말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학교 주변만 송아지와 함께 그렇게 맴돌기만 했었던 유년의 추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60평생을 살면서도 항상 마음 한 구석엔 무엇인가가 채워지지 않아 늘 허전하기만 했던 나에게도 희망의 빛이 밝아 왔다.
마포에 있는 4년제 학력인정 양원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그런 시간이 어언 4년. 내년 2월이면초등학교를 졸업하고3월에 2년제 학력인정 주부 일성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아마도 남편이 저 하늘로 가지 않았다면
"여보! 저 졸업반이에요 내년에는 중학생이 되거든요 축하해 줘요."말하며 응석을 부리다 실컷 울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또 다시 송아지 대신 현관의 거울 속 초라하지만 당당한 내 모습을 보며 혼잣말로
"오복임! 축하해"
"화이팅!" 이렇게 혼자서 축하도 하고 위로하며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 본다. 평생 소원했던 공부와 함께 끝까지 달리기를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