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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너는 오너라 - 박두진

최진아 |2009.08.26 10:09
조회 161 |추천 0

 

어서 너는 오너라

                                                                 박두진♥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이 오 오래 정드리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두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뭍과, 여섯 바다와,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가에, 나는
어디로 향해야 너와 마주 서는 게냐.

 

달 밝으면 으례 뜰에 앉아 부는 내 피리의 설운 가락도 너는 못듣고, 골을
헤치며 산에 올라, 아침마다 푸른 봉우리에 올라 서면, 어어이 어어이 소
리높여 부르는 나의 음성도 너는 못 듣는다.

 

어서 너는 오너라. 별들 서로 구슬피 헤여지고, 별들 서로 정답게 모이는
날, 흩어졌던 너이 형 아우 총총히 돌아오고, 흩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와 자라나던, 막쇠도 돌이도 복술이도 왔다.

 

눈물과 피와 푸른빛 깃발을 날리며 오너라……. 비둘기와 꽃다발과 푸른
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나와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
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
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어서, 철이야, 너는 늴 늴 늴 가락 맞
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춤 추며, 막쇠와, 돌이
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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