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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흘린 과자 주인 찾아주기.

하아 |2009.08.27 15:44
조회 38,696 |추천 18

 

안녕하세요? ^^

학교 등록금 때문에 직장생활도 병행하고 있는 27살 외국인 유학생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요,

여기 판에서 지하철에서 있은 훈훈한 얘기로부터 눈살 찌푸리게 하는 얘기까지..

참 다양한 사연들을 읽으면서 공감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저도 지하철에서 있었던 자그마한 에피소드를 말해볼까 합니다.  

 

몇 개월 전, 혼자 지하철을 타고 가고있었습니다.

마침 자리가 있어 앉아서 가던 도중,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얘기를 나누면서

제 앞에 나란히 서서 가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남자분은 과자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바로 앞에 계셔서 앞을 보기도 무엇하고그래서..

머리를 숙이고 바닥을 보면서 가고 있었는데,

과자 하나(한쪽면에 초콜릿이 묻은 동그란 과자)가 땅에 떨어지더라고요.

과자를 먹고 있던 남자분이 순간 흠칫하더니 발로 그 과자를 안쪽으로 차넣더군요.

그리고는 또다시 꺄르륵, 키득키득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안쪽이라 하면, 제가 앉은 자리 의자 밑이 되겠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욱하는 성격에 머리를 들고 그 남자분을 한 번 쳐다봤습니다.

아...정확히 말해서 소심해서 0.00001초간 쳐다봤습니다.

깨끗한 지하철(제가 보기엔 한국 지하철은 참 깨끗합니다.)에서 무엇을 흘렸으면

도로 주워서 나중에 쓰레기통에 버리면 좀 좋습니까?

흘린 걸 몰랐다면 제가 대신 주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부러 안쪽으로 차넣는 걸 보고 너무 괘씸해서 한마디 하려고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심장이 쿵쾅거리더군요....ㅡㅡ;;

저 사람들 얘기중인데 내가 언제 뛰어들지?

뭐라고 한 마디 하면 제일 나을까?

목소리는 떨지 말고 담담한 척 해야 하는데..

나를 그냥 무시하면 어떡하지?

두 번 연속 들이댈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혼자 당황해 하면 너무 창피할텐데..ㅠ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을까?

저쪽은 셋인데............ㅠ

이런 생각에 혼자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던 중..

그 셋은 저쪽편에 자리가 나서 앉으러 가더군요 ㅡㅡ;;

잡생각들로 가득찬 나와, 내 좌석밑에 있는 초콜릿과자를 남겨둔채..

 

결국, 제가 생각해낸 방법은..

다음 역에 거의 도착할 때 이 과자를 저 사람한테 돌려주고

차가 멈춰 문이 열리면 아무일 없는 듯이 내려야 겠다. 이거였습니다..

 

아...타이밍이 중요한데......차가 멈추기 한참전에 얘기하면 같은 공간에 오래 있어야 하니

너무 뻘쭘할테고.. 그 남자분이 내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을 보이면

순발력도 없는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도 잘 모를텐데..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ㅠ

남들이 알면 쓸데없는 오지랖 때문에 혼자서 호들갑을 떤다고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너무나도 비장했습니다.ㅋ

 

이때, 방송에서 안내멘트가 나오고..다음 역에 거의 정차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과자를 똑같이 발로 끌어내서 ㅡㅡ;;

그 남자분한테까지 갔습니다.

그리곤....그 남자분한테..

"저기요, 아까 저기서 이거 흘리셨어요~"라고 했습니다.

최대한 일말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생각밖으로..

그 남자분이 제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바로 그걸 줍더군요..!

그러건 말건 제 심장은 밖으로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

그렇게 떨릴 줄 몰랐어요..

하지만 제 표정은 아마 시종일관 ㅡㅡ 이랬을 겁니다.

대범한 척 무진장 노력했으니까요..

그 분이 과자를 줍고나서 말이 없어진 셋을 뒤로 한채

저는 문쪽으로 가서 이제 차문이 열리기만 기다렸습니다.

그 때 기분이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엄청 떨리기도 했지만,

무슨 좋은 일이라도 한 것처럼 뿌듯하기도 했고..

그래서 페이스를 유지하고 폼을 잡고 서있다가

차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는데..............

 

그래도 타이밍은 잘 맞췄나 봅니다.

차가 멈추고....차문이 열렸습니다..

 

문제는..

제가 대기하고 있던 문이 아니라.. 반대쪽 문이 열렸습니다..ㅠㅠ

그래도 저는 ㅡㅡ 이 표정으로 아무일 없는 척!! 반대편으로 내렸습니다.

아.....손발이 오그라들면서....심장은 여전히 벌렁벌렁거리고....

 

제가 내린 뒤에 그 분이 난처하셨을까?

에이~ 잘못했으니 한 번 난처해도 돼..다신 못그러게.

아님, 날 엄청 욕했으려나? 오지랖이 넓다고?

아 몰라몰라....ㅋ

저의 욱하는 성격과 소심한 성격이 뒤섞여 생긴 에피소드였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깨끗한 환경을 위해 조금이라도 신경들을 쓰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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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부터 무한감동!

저번 주에 써놓고 읽어주는 분도 몇 안 계시고 해서

이렇게 묻히는구나 했는데, 오늘 알림글을 보고 들어왔더니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네요~감사합니다.^^

 

리플 중에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셔서요..

중국에서 온 여자고요, 한국에 온 지는 2년이 되었네요.

중국사람 중에도 깨끗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써놓고 보니 말이 좀 이상하네요..ㅋ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이 곳 시민의식이 높은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중국 곳곳에 살아보지 못해서 잘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살던 곳보다는 현저히 높았어요~

작은 일례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오려던 차가 멈추더니

저보고 먼저 가라고 손짓하는 걸 보고 제가 감동까지 했으니까요.ㅋ

또한 식당이나 은행이나 시장이나 ..

(가끔 손님 맞이할 때 다르고 안 사고 나갈 때 다른, 무서운 몇 명 가게주인들 빼고 ㅋ)

어딜가나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정말 좋아요~

 

물론 모든 중국인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중국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니 시민의식도 나날이 제고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네요~

 

아무쪼록 다들 활기찬 한 주 보내시길 바라요~^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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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님(바뀌셨네요, 베플이...^^;; 빨간 바탕에 중국어 써주신 "예비역"님이요~)께서

또 한 번 감동을 주시네요 ^^

한국에서 나름대로 즐거운 유학생활을 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중국에 있을 때는 그런 선입견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대부분 한국인은 무조건 중국인을 싫어한다는..

그런데, 직접 와 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운이 좋은 건지는 몰라도, 제 주위엔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의 국적만 보고 무조건 비하하는 그런 분들이 없습니다. ^^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인이니 중국인이니, 이런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그래도 세상엔 베플님처럼 현명한 사람이 더 많다고 굳게 믿고 있고요^^

우리 모두 올바른 애국심과 민족심을 지니고

둥글게 둥글게 잘 살아보아요~ (너무 거창한가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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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떡하죠?

어쩌면 오늘 지나면 여러분 기억 속에서 지워질 글이겠지만,

저는 자꾸만 진지해지네요..왠지 여러분을 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다들 제 글의 내용보다는 한국생활 2년차 외국인이 구사하는 한국어에

더 관심을 가져주시니..아무래도 바로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아서요.

 

정확히 말씀 드리면 저는 할아버지 때부터 중국에서 살게 된 교포입니다.

국적이 중국이고 중국에서 태어났고 25년 동안 중국에서 살았습니다.

한국에선 다들 "조선족"이라고 알려져 있는 민족이죠.

 

'조선족은 한국인이다, 중국인이다'

이러한 조선족의 정체성에 관하여 조선족사람들도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저희들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아니면 같은 한국인이다, 또는 중국인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던데요.

세상 만사가 그렇듯이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건 당연지사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다 나쁘고 틀린 건 아니니까요.

 

제 자신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국적이 중국으로 되어 있어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원에도 외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다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국적은 중국이고, 민족은 한민족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국심과 민족심은 모든 이와 똑같이 애틋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다면 어릴 때부터 한국어와 중국어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동시에 2개 언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온 것 뿐입니다.

 

다만, 제가 25년 동안 구사한 언어는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한국어(거기서는 조선어라고 해요.)는 북한 문법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표준어와는 체계에서부터 조금씩 다르고, 또한 지역 특성상

저흰 한국어도 아니고 북한어도 아닌..ㅡㅡ; 그런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사실..티비에서 연변사투리라고 하는 건 대부분이 북한어에 가깝지 연변사투리는 아니에요..같은 중국에서 같은 조선족들이 구사하는 사투리라고 해도 지역마다 다릅니다..어릴 때부터 중국어만 사용해서 한국어는 전혀 모르는 조선족들도 있는가 하면 저처럼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중국어를 학교에서 한 개의 과목으로 배울 뿐, 그것도 한국어로 강의하는..살아가면서 중국어를 단 열 마디도 해본 적이 없는 조선족들도 있습니다. 고등학교까지는요.)

표준어와 비교를 하자면, 악센트나 억양이 다른 것 외에도

표현, 단어 등의 미세한 차이들이 많습니다.

저는 주로 중국에서 시청할 수 있는 한국위성방송(지상파 방송)을 통하여

표준어에 대해서 알아갔던 것 같습니다. (유재석의 동거동락이 제일 인상 깊군요^^)

표준어는 알지만, 사용하지 않았고(사용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표준어는 한국인하고만, 가족이나 고향 친구들하고는 원래 사투리로 합니다.ㅋ

 

나중에 한국어 교사를 할 생각으로 현재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을 전공하면서

표준어 언어체계로부터 시작하여 다시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생활에서도 가급적 바른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우리말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말을 더 널리, 멀리, 정확하게 알리는 게 제 꿈입니다.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네요..

다들 외국인인데 맞춤법을 잘한다고 하셔서...

너무 찔리더라고요 ^^;;;

우리말인데 바르게 쓰는 건 당연한건데 말입니다~

그래서..변명이 아닌 변명을 하게 되었네요.

너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안 좋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생각은 사람 나름이니 저는 다 받아들일 수 있고요~^^

이제 조금 마음이 편하네요.

 

 

 

  

 

 

 

 

 

추천수18
반대수0
베플예비역|2009.08.31 08:58
외국에서 유학하다 온 분인줄 알았는데.. 외국인 유학생이라면 외국인!??? 어느나라 분인지 심히 궁금하네요. 동시에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군요^^; -------------------------------------------------------------------- 중국분이시라니, 한국에 오신지 2년밖에 안되셨는데도 한국어가 상당하시네요!! 그냥 한국인이라고 해도 아무도 모를듯! 그만큼 열심히 공부하시는 학생이신가보네요~ 멋집니다 p.s 아 참고로 본문내용과는 상관없지만, 한국에서 유학생활하시면서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비하하거나 욕하는거 보셔도.. 속상하시겠지만, 너무 크게 맘아파하지 마세요~ 안 그런 분들이 더 많습니다^^ 암튼 보람찬 유학생활되세요^^ 希望你今天也过得愉快!!
베플잠깐만!|2009.08.31 11:10
이사람 한국말 너무잘해..... 맞춤법실력이 나보다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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