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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심 속 외딴 섬 그랜빌 아일랜드

다스베이다 |2009.08.27 20:31
조회 112 |추천 0

 

* 그랜빌 아일랜드

 

일상의 반복을 벗어난 여행은 지금껏 살아온 환경과 전혀 다른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특히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이국땅에 발을 들여 놓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 서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하고 있는 캐나다 제3의 도시 벤쿠버는 거리 곳곳이 문화 그 자체다. 발길 닿는 곳곳마다 18세기 빅토리아풍의 건물들이 즐비하고 거리에는 노천카페와 공원들로 가득하다. 벤쿠버는 1792년 이곳을 탐험한 영국인 선장 조지 벤쿠버(1757~1798)의 이름을 따랐다. 일설에 따르면 벤쿠버 선장보다 1년 앞서 스페인인들이 벤쿠버에 먼저 도착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승승장구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 개척에 나섰던 대영제국의 후광에 힘입어 벤쿠버라는 이름을 따르게 됐다.

 

도시 명에 얽힌 일화에서 얼핏 알 수 있듯 언어는 힘에 비례한다. 만약 아메리카 대륙을 놓고 영국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던 프랑스가 영국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면 적어도 캐나다의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였을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영국의 영향권에 있었고 벤쿠버 역시 영국 문화가 이식됐다. 벤쿠버의 발상지 개스 타운은 18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의 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다. 벤쿠버의 관광 명소 곳곳으로 안내해주는 붉은 색 빅 버스(Big Bus)의 후면엔 아예 영국 국기인 유니온 잭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

 

영국풍의 거리에서 진정한 캐나다의 문화를 체험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다. 벤쿠버의 거리를 거닐면서 2% 부족함을 느꼈다면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로 가보자. 그랜빌 아일랜드는 벤쿠버의 관문인 펄스 크릭에서 반도처럼 삐죽 튀어나온 섬 아닌 섬이다. 이곳 거리는 문화가 살아 숨 쉰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과 같은 곳으로 캐나다에서만의 독특한 미술-공예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 아름다운 펄스 크릭

 

인사동이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면 이곳 그랜빌 아일랜드는 시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워터 프론트역에서 내려 펄스 크릭행 50번 버스로 갈아탄다. 버스는 도심을 가로 질러 시 외곽으로 승객들을 안내한다. 버스는 이내 길쭉한 다리를 통과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관은 정말 아름답다. 시드니의 하버 브리지를 닮은 다리 아래로 푸른 샛강이 흐르고 이 샛강엔 요트와 카누, 귀여운 모양의 페리가 물살을 가로 지른다. 다리를 건너 한 모퉁이만 돌면 목적지인 그랜빌 아일랜드에 이른다.  

 

교각 철골 구조물 가운데 새겨진 큼지막한 네온사인이 목적지를 제대로 찾았음을 알려준다. 가장 먼저 아담한 공원과 노란색 키즈 마켓(Kid's Market) 건물이 손님을 맞이한다. 키즈 마켓은 어린이들만을 위한 공간. 이곳에서는 갖가지 재미난 모양의 인형과 장난감이 전시돼 꼬마 손님들의 눈길을 유혹한다. 키즈 마켓에서 나와 거리 안쪽으로 들어가면 각종 공방과 갤러리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꼬마 아가씨

 

 

* 키즈 마켓 내부. 마켓이라기 보다 소규모 놀이공원이 더 맞을 듯 

 

이곳에 들어선 공방이나 갤러리에서는 갖가지 진귀한 전시품들을 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것은 구입할 수 있다. 인디언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석상과 문양, 모자 공방에 전시된 고급스런 모자들, 정교한 세공 기술이 돋보이는 장신구들과 인디언 문화와 앵글로 색슨 문화가 뒤섞인 공예품들, 캐나다의 상징물을 담은 배지 등등 가는 곳곳마다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전시물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 그랜빌 아일랜드에 있는 모자 공방. 정말 멋진 모자들이 많았지만 주머니 사정상 눈요기로 끝났다.

 

 

* 꿈 채반 드림캐쳐.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어느 것을 골라도 좋다. 모두가 다 캐나다의 문화가 담겨진 소중한 물건들이니 하나쯤 사두면 캐나다 여행의 기억을 잡아두는 기념물로 자리하게 된다. 특히 원형 채반처럼 생긴 '드림캐쳐(Dream Catcher)'는 한 개정도 꼭 구입해보자. 드림캐쳐란 '꿈채반'으로 인디언의 아름다운 전설이 스민 기념물이다.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공기 가운데 좋은 꿈과 나쁜 꿈이 뒤범벅이 돼 있다고 믿었다. 드림캐쳐는 공기를 떠돌고 있는 여러 꿈 가운데 좋은 꿈은 들여보내고 나쁜 꿈은 걸러 내는 의식에서 사용된 도구다. 그래서 드림캐쳐를 보면 원형 안에 거미줄 같은 장식이 돼 있다. 이것이 바로 꿈을 걸러내는 채반이다. 옛 신화와 전설은 여전히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조의 원천이다.

 

즐거움이 가득한 곳 퍼블릭 마켓

 

 

*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

 

 

* 싱싱한 과일을 팔던 빨강머리 앤 ^^

 

 

* 캐나다의 7월과 8월은 블루베리의 계절. 싱싱한 블루베리를 꼭 맛보자.

 

그랜빌 아일랜드를 거닐다 보니 어느덧 허기가 느껴진다. 그렇지만 배를 채우는 일도 문제없다. 퍼블릭 마켓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퍼블릭 마켓은 식객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소시지, 잼, 빵 부터 블루베리, 사과를 비롯한 각종 신선한 과일들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퍼블릭 마켓을 나오면 즐비하게 늘어선 요트,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 앙증맞은 모양의 미니 페리, 그리고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갈매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펄스 크릭

 

퍼블릭 마켓 앞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이곳의 정식 명칭은 펄스 크릭(False Creek). 샛강(Creek)은 원래 민물이지만 펄스 크릭은 바닷물이다. 그래서 펄스 크릭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됐다. 펄스 크릭이 연출하는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와서 벤쿠버를 소개하는 여행 안내책자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다.

 

 

* 시도때도 없이 날아드는 갈매기 녀석들. 갈매기들이랑 같이 도시락 먹는 것도 나름 묘미 있다.

 

이런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즐기는 야외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시원한 음료수와 신선한 과일, 그리고 취향껏 택한 먹거리들을 들고 펄스 크릭 벤치 앞에 앉아 즐기는 점심 식사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전해 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펄스 크릭을 바라보니 귀엽게 생긴 미니 페리가 물살을 헤치고 항해를 시작한다. 그 위로 갈매기들이 춤을 추듯 날개짓을 하며 창공을 헤쳐 저 멀리 날아간다.

 

다양한 문화와 맛난 먹거리,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 - 그랜빌 아일랜드는 여행이 주는 재미를 모두 선사해주는 멋진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랜빌 아일랜드를 떠나오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원래 그랜빌 아일랜드는 더럽기 그지없는 소규모 공장들이 난립하던 지구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73년 재개발을 통해 지금의 형태로 정비돼 벤쿠버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그리고 벤쿠버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랜빌 아일랜드의 강점이라면 무엇보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가족단위의 문화공간이라는 점이다. 문화는 단지 일부 계층에게만 국한된 장식품이 아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향유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는 피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속설은 적어도 그랜빌 아일랜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더럽고 악취 가득하던 공장지대를 문화 공간으로 뒤바꿔 놓은 캐나다인들의 혜안은 그래서 경이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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