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할 때 이렇게 계획 없이 한 건 처음이다.
태백 가는 막차가 11시에 청량리에 있다는 것과, 어떤것이 있다는 것만 알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여행.
이번에 새롭게 활동을 하게 된 캠퍼스라이프 기자단 워크샵이 있었다.
오전에 문화일보 조판과정이랑 인쇄하는거랑 구경하고, 오후에는 하루 종일 강의.
워크샵이 끝나고는 자그마치 보쌈을 사주셔서 비루한 뱃속-_-을 양껏 채울 수 있었다.ㅎ
맥주까지 한 잔 하고, 태백역으로 갔다. 11시 막차라고 해서 천천히 갔더니 10시 50분에 역에 도착.
그나저나 출발부터 문제가..
열차시간이 개편돼서 막차가 10시 40분에 떠났단다.;
역 밖에서 택시 아저씨들이 막차 갔다고 하는게 구라가 아니었구나....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기도 뭐하고, 내일 출발할 것도 생각해 역 주변에서 밤을 새기로 했다.
난 항상 이런식이라고 자책을 했다.
매사 꼼꼼한 듯 보이면서도 조그만 실수 하나에 훅 넘어가버리는..
인근에 롯x리x 24시간 점이 있어서 들렀다.
노트북 꺼내서 이것저것 만지작만지작..
그냥 앉아있기 뭐해서 우유 하나 사서 1시간 넘게 홀짝거리면서 마셨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부터 기계 만지는 것을 참 좋아했다.
어렸을 떄는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다가 대학교 올라가면서 전자제품 리뷰어도 해보고,
단지 기계 덩어리에 인간의 상상력을 불어넣는 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이제 폰을 끌 시간.
BYE~~
완전히 꺼졌다.
이때까지 나는 폰에 너무나도 얽매여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데.
폰, 안녕.
폰을 끄기전에 친구 원국이랑 통화를 한참이나 했다.
이 얘기 저 얘기..
내용보다는 통화하고 있는 것 자체가 즐거운 친구다.
고속버스도 있지 않냐는 말이 기억나 찾아보니 동서울 시외버스 터미널에 6시 차가 있었다.
기차를 타면 7시.
지하철 첫 차가 5시 11분엔가 있어서 그걸 타고 터미널로 가 버스를 탔다.
이제 시작이다.
밤새기 힘들었다;;;;
완전 기절해서 태백까지 왔다.
태백.
첫 인상은 다소 차갑고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비가 와서 더 그런가.
낯설음.
화장실 가서 옷 갈아입고.
역 앞에 김에 밥내리는 나란가?에 가서 아침밥을 먹었다.
만두라면-_-
나 만두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만약에 무인도에 들어가야해서 먹을꺼 둘만 고르라고 하면 엄니가 만들어주신 밥이랑,, 만두를 택할꺼다.ㅎ
검룡소에 가는 버스가 9시 반에 있고(이건 이미 놓쳤고) 12시 20분에 또 있다고 해서 황지연못을 먼저 가보기로 했다.
비수기에 비까지 와서 그런지 도시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느낌이다.
옛날에 한참 석탄 개발을 할 때는 돈이 넘쳐나는 도시였다고 했는데.
수명이 다 돼 해체돼버린 TV만큼이나 쇠퇴한 느낌이었다.
10여분 가량 걸어 황지연못에 도착했다.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이다.
황지
낙동강의 근원.
얼마 전 매경Economy에서 Think Week(생각주간)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모든 것에서 격리된 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그럼으로 해서 새로운 비젼을 얻게된 CEO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나도 차분하게 나와의 대화를 한 번 더 나누고 싶었고,
근원을 찾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의미에서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가 있는 태백을 선택했던 것이다.
황지에서 만난 사진가님의 열정.ㅎ
비가 계속해서 떨어진다.
내일 태백산에서 일출을 볼 수 있으려나..
그리 크지도 않은 연못에서 시작해 거대한 낙동강이 이뤄진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 집 바로 앞에 낙동강이 흐르는데, 그 거대한 강이 이곳에서 시작되다니.
넓은 연못에 빗방울들이 주르륵-.
비 오는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비 내리는 소리는 너무 좋다.
땅이든, 물이든, 금속이든, 맑으면서도 신기한 그런 소리?
당신의 행운을 알려주는 곳이란다.ㅎ
그나저나 여기도 상수원인데 동전 던져도 괜찮은가?
별로 마음에 안 든다-0-
이끼랑 물이랑~
행운의 시장이라는데, 이미 쇠락해서 상인들은 찾아볼 수 없다.
장날이 아니라서 더더욱 그런듯.
시외버스터미널 맞은 편에서 12시20분에 버스를 타고 검룡소로 갔다.
할아버지 두 분이 나란히 앉으셨다.
한 분은 중후한 모자, 한 분은 약간 벗겨진 머리.
여기저기 솟아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재밌었다.
블로그에는 버스에서 내려서 검룡소까지 금방 가는 것처럼 돼있었는데..
6.8km
두둥~ -_-;;;;
비를 맞으며 한참을 걸었다.
1시간 반 정도..?;;
중간에 벌통도 보고.
그렇게 한참을 걸어 검룡소 입구에 다다랐다.
오는 동안에는 별 생각 안 들었다.
중간중간에 비도 거칠게 오고, 등에 맨 가방도 무겁고..
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걷기만 했지만 검룡소라고 적힌 돌을 보니 정신이 드는 것 같다.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서 지정된 등산로로만 다닐 수 있다.
조금 아쉽기는 해도 상수원 보호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양심에만 맡기기에는 불가능한 영역이 있기 때문에.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듯 쭉 뻗은 나무들이 한 눈에 확 들어왔다.
계속해서 물이 흘러온다.
이 많은 물들이 어디서 흘러나오는 것일까.
그 근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금 나의 위치도 이 정도일 것이다.
근원에서 출발해서 한창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조금씩 물을 모아나가는 그런 단계.
나무에 짙게 낀 이끼가 나무가 이곳에서 살아온 시간을 말해주는 듯하다.
비는 조금씩 잦아들어 이제는 거의 오지 않았다.
여전히 날씨는 우중중 했지만 시원하게 뻗은 나무와 물소리를 들으니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태백의 광명 정기 예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
드디어 다 왔다.
신기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대한 돌덩어리가 있고, 그 사이에 난 홈으로 물이 층층이 떨어진다.
마치 비밀의 문이 열리는 듯한..? ㅎㅎ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뒀는데, 그 옆으로 물은 잘도 흘렀다.
신기하다.
물의 양도 엄청 많다.
드디어 왔다.
검룡소.
한강의 근원.
이 넓지 않은 샘에서 수많은 생명이자신들의 삶을 시작하고 유지한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한참을 그곳에 서있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하나하나 되돌아 보았다.
물론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기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지나간 시간 속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그 결과로 현재의 내가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비가 물 위에 파장을 만들고, 그 파장들이 서로 영향을 미친 것처럼.
한참을 서 있다가 다시 돌아나왔다.
겹겹히 쌓인 산 위로 짙은 안개가 덮여있었다.
수많은 나무들. 그 아래도 역시 수 천만, 수 억의 생명들이 저마다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2편에서 계속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