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쑹훙빙
옮긴이 : 차혜정
출판사 : 랜덤하우스
511쪽 / 2008.7.28 / ISBN 978-89-255-2119-0 03320
제1장 로스차일드 가문 : 대도무형의 세계적 부호
제2장 국제 은행재벌과 미국 대통령의 백년전쟁
제3장 미연방준비은행
제4장 제1차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
제5장 염가화폐의 '뉴딜정책'
제6장 세계를 통치하는 엘리트 그룹
제7장 성실한 화폐의 최후 항쟁
제8장 선전포고 없는 화폐전쟁
제9장 달러의 급소와 금의 일양지 무공
제10장 긴 안목을 가진 자
후기_중국의 금융 개방에 관한 몇 가지 생각
부록_미국 채무의 내부 폭발과 세계 유동성의 긴축
본질적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는 전형적인 채무의 내부 폭발형 위기다. 은행은 모기지 대출을 내주는 동시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화폐를 만든다. 결코 일반인이 상상하듯 예금주의 저축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이는 아직도 창조하지 않은 미래의 노동력을 화폐로 미리 찍어내 유통에 진입시키는 것이다..... [부록 중에서]
팩션(faction)을 만나서...
감수자의 글에서 감수자 박한진이 밝혔듯 <화폐전쟁>은 팩션(faction)이다. 팩션이란 사실(fact)에 허구(fiction)을 더한 개념으로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 새로운 이야기로 각색한 실화를 의미한다. 대학교에 갓입학하였을 때 삼국지ㆍ초한지를 접했던 이후로 팩션을 접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중ㆍ고등학교때 논술시험대비 라는 순수하지 못했던 의도를 가지고 요약식으로 설렁설렁 읽어대었던 무수한 팩션들은 논외로 한다.)
생긴 것 만큼이나 속마음 역시 아무 생각없이 사는 나에게 있어서 팩션이라는 장르는 참 난감하다. 그나마 삼국지의 경우에는 수백년의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기에 사실(fact)보다는 허구(fiction)의 개념이 느껴지지만 <화폐전쟁>은 달랐다.
처음부터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나는 몇 번이나 역주를 뒤적거렸고, 지은이를 살펴보았고, 감수자의 글과 옮긴이의 글을 살펴보았다. 그 이유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fact)이며 어디까지가 허구(fiction)인지를 가늠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 데에는 경영학 전공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자금흐름과 그 출처, 그리고 그에 대한 심도깊은 생각을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나의 무식함의 잘못이 컸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던 부분이었기에 <화폐전쟁>을 읽어가면서 사실과 허구의 사이에서 혼동을 겪고만 것이다.
미국 달러 제도에 내재된 본질에 관하여
<화폐전쟁>의 전반을 관통하는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 사실에 기인한다.
이 책은 무려 50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단번에 읽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 두 가지 사실에 기인한다.
그리고 전세계는 분명 과거에 비해 생산적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과거에 비하여 그다지 행복하다고 자부할 수 없게 만든 오늘날의 상황 역시 이 두 가지 사실에 기인한다.
멀리 본다면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조차 가지 못하게 만들었던 IMF사태에서부터 가까이에 이르기로서는 최근의 미국발 서프프라임이 나와 나의 친구들, 그리고 우리들의 가족에게 도대체 뭔 상관인지도 결국 이 두 가지 사실에 기인한다.
ㆍ 미국의 달러 발행 시스템
ㆍ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 _ 로스차일드 가
오늘날 경제적인 측면에서 영향력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세계 최고의 흑자국 일본을 비롯하여 최근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또는 자원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브릭스 국가들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테지만 결국 경제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가 미국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듯 싶다. (단지 경제규모나 경상수지에 대한 측면에서 벗어나 전 세계 경제를 선도해나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말이다.)
미국의 1달러는 유럽국가들이나 한국, 일본등과 같은 아시아 우방들에서 통용될 뿐만 아니라 한때는 그들과 엄청난 대립각을 세웠던 중국, 러시아, 심지어는 북한에서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달러가 과연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행되는 지에 대한 의문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을터이다.
미국의 달러는 어떻게 발행되고 있는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일까?
선뜻 답안을 내어놓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오히려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미국 정부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닌가?"
<화폐전쟁>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사항은 이렇게 아주 단순하게 보이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당연하리라고 생각되었던 그 내용속에 문제의 본질이 숨어있다.
달러는 채무가 발생함과 동시에 발행되고 채무 상환과 동시에 폐기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달러는 일종의 차용 증서이며 모든 차용증은 날마다 이자가 붙는다. 게다가 그 이자는 복리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 천문학적 이자 수입은 과연 누구에게로 돌아갈까? 이자 수입은 다름 아닌 달러를 만들어내는 은행의 몫이다. 달러의 이자는 원래 화폐의 총량을 제외한 부분이며 현재의 화폐유통량 외에 새로운 채무달러의 발행이 뒤따른다.....(중략)....채무의 화폐화야말로 현대 경제에 도사린 심각한 잠재적 불안이다. “인시(寅時)에 묘시(卯時)의 식량을 먹는다.”라는 중국 속담처럼 사람들은 미래의 돈을 빌려 현재의 수요를 충족한다. -제9장 달러의 급소와 금의 일양지 무공 중에서
대다수의 우리는 미국 정부에 '화폐 발행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오해(?)일뿐이다.
미국 정부에게는 '화폐 발행권'이 없고 단지 '채무 발행권'만 있을 뿐이다.
무슨 말인지 알듯 말듯한 이 한 문장이 우리 인류사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사건을 기술하고 있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화폐전쟁>에서 언급되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믿기 힘든 이 사실에 기반한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 의회가 국채 발행 규모를 승인하면 재무부가 국채를 다양한 종류의 채권으로 설계하고 그렇게 발행한 미국 국채를 민영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에 담보 제공을 하면 비로소 이 국채를 담보로 연방준비은행이 달러를 발행하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미국 정부가 달러를 발행하는 것과 민간 중앙은행이 달러를 발행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 반문할지 모른다. 사실 큰 차이는 없다. 미국 정부를 대신하여 민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경우, 미국 정부가 민간 중앙은행에 화폐발행에 따른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의 엄청난 사실 하나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화폐를 신규 발행하면 국채가 늘어나게 되어있고, 국채를 상환하면 국가의 화폐를 폐기하는 셈이 되므로 시중에 유통할 화폐가 없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영원히 채무를 상환할 수 없다. 이자를 갚고 경제도 발전시켜야 하므로 화폐 수요는 필연적으로 늘어날 테고, 그 돈은 다시 은행에서 빌려와야 했기 때문에 국채는 계속해서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이 채무에 대한 이자 수입은 고스란히 은행가의 지갑으로 들어갔으며, 이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했다. -제1장 로스차일드 가문 중에서
여기까지 정확하게 읽었다면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야 함이 옳다.
그것은 미연방준비은행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미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FRB)에서 '연방', '은행'이라는 단어를 듣고서 FEB가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 엄청난 착각이다. 미연방준비은행은 사실상 민영 중앙은행이며 미국정부의 화폐발행을 대행하는 곳이다. (나 자신이 '대행'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는 부적절해보인다. 대행을 맡기는 미국 정부보다 대행을 맡은 FRB의 힘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대행'이라는 단어보다 더 나은 단어를 찾지 못하였기에 그대로 사용하였다.)
왜 미국 정부는 화폐 발행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는지, 일개 민영 은행이 어떻게 하여 전 세계의 자금 흐름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미국 달러발행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유지해 나가는 보이지 않는 손_로스차일드 가의 이야기 사이에서 사실감있게 제시되고 있다.
경제 불황의 조작_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
<화폐전쟁>의 곳곳에는 '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는 국제 금융재벌들이 전 세계를 배경으로 벌이는 경제 불황 조작의 일환으로 먼저 신용대출을 확대하여 경제 전반에 걸친 거품을 만든다. 그리고 거품으로 인한 투기가 절정에 이를때쯤 통화량을 갑자기 줄여 불황을 조장함과 동시에 재산 가치의 폭락을 유도한다. 재산 가치 폭락으로 우량 자산이 정상가의 1/1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나오기 시작하면 국제 금융재벌들에게는 긁어 모으는 일만 남은 셈이다. 국제 금융재벌들 사이에서 '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라는 용어로 불리우는 이 전략, 어디서 굉장히 낯익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나만의 트라우마(Trauma) 였던건가?
이처럼 양털 깎기 전략과 더불어 IBRD와 IMF 등, 세계의 경제적 질서유지와 도움원조를 위해 존재하는 국제기구들의 본질에 대한 논의도 빼놓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이들 국제기구가 국제 금융재벌들과 결탁하여 결국 그들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써 의미가 있을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을 말하고 있다.
얼핏보면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내용들이 나에게 더욱 신빙성을 가지고 다가오게 된 이유는 최근 KBS 시사기획 쌈에서 방송하였던 [최초공개 美비밀문서 -IMF와 '트로이목마']편을 보고 나서이다. KBS 탐사보도팀은 한국의 외환위기 시기 전후에 미 주요부처들이 생산한 한국관련 기밀문서에 대하여 지난 2년여동안 정보공개 청구를 하여왔고 그에 대한 결과로 미 국무부, 재무부, CIA등으로부터 약 천여쪽 분량의 기밀문서를 입수하여 방송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확인해 본 결과 미국의 정보기관은 이미 1997년 중반부터 단기부채 급증으로 인해 한국경제가 심각한 유동성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여 왔으며, 실제 한국이 경제위기를 겪을 당시에도 미국 은행들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을 일절 배제한채 오로지 IMF를 통하여만 지원함으로써 한국을 길들이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방송에서는 언급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당시 일본이 추진하던 아시아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 ; AMF)등과 같이 한국에 대한 자금조달 수단을 가로막음으로써 한국이 보다 빨리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기'를 요구하였다.
이와같은 사항들은 <화폐전쟁>에도 기술되어 있는 사항이기에 책의 내용을 단지 음모론으로 치부해버리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3차 대전은 이제 시작이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화폐전쟁'에 있어서 우리의 대응은 어떻해야 할 것인가? 저자 쑹훙빙의 대응책은 마치 조선시대의 쇄국정책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외국을 바라보는 중국 고유의 폐쇄적인 시선이 묻어난다.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해 낸 그의 상황판단력에는 갈채를 보내면서도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생기는 순간이다. 이미 국제 금융세력은 유럽과 북중미 보다도 아시아 시장이 훨씬 더 좋은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가진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아시아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맹수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단지 쇄국적ㆍ방어적인 방법만으로는 그들의 창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감수자 박한진, 옮긴이 차혜정 역시 우리 나름의 대응책에 대한 고민은 없어보인다. 감수자의 글ㆍ옮긴이의 글을 보노라면 마치 우리가 국제 금융재벌들의 공격을 잘 막아낸 것 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이 책은 팩션이지만 소름끼치게 현실적인 팩션이다. 아니 어쩌면 팩션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기밀 보고서의 공개등으로 인하여 이 책의 내용들이 사실이라는 것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3차 대전은 이제 시작일런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 Book Review
금융강국을 위한 대한민국의 대표 모델이었던 아이슬란드는 국가파산 지경에 이르렀고,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영국에서는 이제 헤지 펀드와 파생상품의 부작용으로 각종 규제가 생겨날 판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다른 나라들 그만 따라하고 쑹훙빙처럼 멋지게 우리만의 해결책을 찾아봐야 하지는 않을까?
보태어)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박영규 교수님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부족한 나의 식견으로는 이 책을 고르지 못했을 것이다. 훌륭한 스승의 말씀 한 마디는 바보 제자를 일깨우는 좋은 채찍임에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