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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름같은 고통따위 모르는)길냥이 주인들에 고함

plantplank |2009.09.20 19:35
조회 855 |추천 5

 

 

얼마 전 제게 천사같은 아이가 생겼습니다.

 

까만 점이 매력적인 아주 예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됐거든요.

 

 

외로운 도시의 자취생활에서 반려동물은 큰 힘이 되곤 해요.

지난 7월, 급격히 나빠진 건강 때문에 2년 동안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를

부모님의 성화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해줬어야 했어요. 그리고

하루 만에 그 집을 도망나가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상심이 컸던 참이었습니다.

 

한 달 전 쯤이었을 거에요.

동네에 집 고양이처럼 말쑥하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가 방황하고 있는 걸 보게됐어요.

 

사람을 전혀 무서워 하지도 않고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더군요.

분명 누군가 버린 고양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죠.

 

아스팔트 길 한복판에서 식빵을 굽지를 않나..(고양이들의 '식빵굽기'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앉아있는 모습을 말해요)

 

야옹아~부르면 냉큼 달려와서 골골 소리를 내면서 애교를 부리기도 하더군요.

 

졸졸 뒤를 따라오길래 집에 있던 멸치 몇 마리를 꺼내 간식으로 주기도 하고

동네를 왔다갔다 하면서 가끔 쓰다듬어 주곤 했는데,,

 

지난 화요일 밤늦게 집에 온 언니를 따라 요녀석이 집 안까지 따라왔더군요.

언니 曰 "한 여자아이가 쓰다듬어 주고 있길래, '네 고양이니?'물어봤는데 '아뇨, 옆집에서 키우다가 이사가면서 버리고 갔어요. 제가 가끔 돌봐주는 거에요'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2년 간 길러왔던 고양이 생각도 나고, 요렇게 예쁜 아이를 버리고 간 주인도 괘씸하고, 무튼 언니와 상의해서 식구로 맞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뽀득뽀득 거품목욕도 시키고 맛난 사료도 주고, 깨끗한 화장실도 마련해줬어요.

 

애교가 참 많아요. 사람 손이 많이 그리웠던가 싶어요. 사람을 계속 따라다니고, 침대에 누워서도 손 배게를 해달라고 앙탈을 부리면서 체온을 갈구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습니다.

한달 넘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지더군요.

가끔 사람이 서럽게 우는 것처럼 '흑흑흑' 거리기도 하구요.

사랑 듬뿍 담아 길러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버림받는 아픔 따위, 절대 평생 다시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음 날엔 병원에 데려가 예방주사도 맞히고 구충제도 먹였죠.

그런데

 

병원에 다녀온 뒤 3일 정도 지난 오늘 아침, 유난히 꼬리 쓰는 걸 힘들어 하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불에 핏자국도 있구요.

깜짝 놀라서 꼬리를 살펴보니 곪은 자국과 함께 퉁퉁 부어있고 열이 엄청 높더군요.

 

 

황급히 병원에 데려갔더니 최소한 5일은 지난 상처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송곳같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찔린듯한 상처를 건드리자 피와 고름이 섞여 줄줄 흘러나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하시더군요..

꼬리뼈 전체에 염증이 퍼진 상태이고, 척추까지 염증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고,,

심하면 폐혈증에 걸려 죽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난한 자취생에겐 수술비 10만원이.. 없었습니다.

 

다음주엔 용돈이 들어오지만 당장 빠져나갈 각종 공과금과 교통비와 식비를 빼면 빠듯할 것 같더군요.

 

외상은 절대 안된다던 의사 선생님은 가장 적은 진료비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진료를 봐주셨습니다.

 

아주 자상하고, 기르는 강아지를 닮으신 착한 할아버지 수의사 선생님이셨습니다.

간호원 없이 혼자 진료를 보시던 의사 선생님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마취 없이 피고름을 짜내기 시작하셨습니다.

 

강아지와 달리 예민하고 성질 급한 고양이가,, 얌전히 진료를 받을리 없었죠..

 

 

 

 

입에 있던 재갈은 앞 발로 뜯어버리고,

으르렁 거리고 비명을 지르고 온 몸을 비틀고

손톱은 약이 올라 최대한 날카롭게 세우고..

 

눈알의 핏줄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급기야 의사선생님께서 유리창 밖의 저에게 SOS를 요청하셨죠.

 

머리를 꽉- 잡아달라고요.

 

고름은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끊이지 않고요..

계속이요..

 

 

감자탕 드셔보신 분이라면 돼지 뼈 속에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지 아실 거예요.

 

 

계속 고름을 짜던 의사 선생님은 '뼈 속에 있는 살점까지 나왔네, 이게 나오면 다 나온거다'라고 하시더군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비명을 질러대던 고양이는 결국

몸을 덜덜 떨면서

 

소변을 지리더군요...

 

의사 선생님 曰 "정말 아프겠지.. 안 아플리가 없어.. 왠만한 고양이들은 오줌 안 싸는데.."

 

수술대 위에 번져가는 누렇고 아픈,,오줌을 휴지로 치워내는데

고양이가

울더군요.

 

서럽게.

 

" 끅끅. 끅끅." 어깨를 떨면서..

 

참을 수 없이 제 눈에서도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엉엉 울어버렸어요.

 

너무너무 미안하고.미안하고. 널 버린 인간이 미워서.. 너무 미워서.

 

의사선생님께서 이제 다 됐으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절 내보내셨습니다.

 

 

하지만 수술이 계속 진행되는 것 같더라구요.

 

유리창 너머로 봤더니 결국 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네 다리를 묶은 뒤 고름을 짜내시더군요.

 

 

20분 정도 더 소요됐습니다.

제 눈에선 눈물이 계속 나왔습니다.

 

조금 뒤 온 몸이 축 처진 고양이가 의사선생님의 손에 들려 수술대 밖을 나왔어요.

의사선생님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소염제와 항생제 주사를 놓은 상태이고, 약을 두 봉지 줄 테니 시간 맞춰 먹여라. 그냥은 먹기 힘들거야. 맛있는 캔사료를 줄테니 잘 섞여서 먹여보고.. 내일 한번 더 병원에 와보렴. 내일 고름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면 잘 완치될 수 있단다. 수술하지 않고도 이 정도 성과를 거둔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야. 울지 말고, "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고양이는 항생제가 쓰린지 집에 와서 너다섯번을 토하더군요.

 

5시에 먹인 약도 토해냈습니다.

 

 

아직까지 꼬리가 축 처진채 화장실도 잘 못가고,,

마취에 취해 뒤뚱거리네요.

 

 

 

이 예쁜 아이가 도대체 왜! 이 몹쓸 아픔과 외로움을 겪어야하는 겁니까.

 

 

길바닥에서 차갑게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주인들이'었'던

사람들, 대답 좀 속시원히 해보세요

 

 

예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냄새나는 똥오줌을 싸는지 몰랐습니까?

 

아니면 집 안에서 자라면 야생 들짐승들처럼 털갈이는 안 할 줄 알았나요?

 

아니면 손바닥만했던 새끼 고양이가 영영 징그러운 크기로 성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뭘 기대하고 고양이를 기르셨습니까?

도대체 뭘 기대하고 강아지와 거북이와 토끼를 기르시나요?

 

 

발끝부터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뼈 속에 가득찬 뜨거운 피고름을

마취하지 않은 채 손으로 쥐어짜는 생고통을

분명히 경험해본 적 없으실테죠.

 

상상해본 적도 없을테고요.

 

고려장의 풍습을 가졌던 민족에게 이정도 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건가요?

 

 

 

추천수5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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