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제주 걷기 여행> 바람에 나의 발길을 맡기다 - 제주올레 3코스

피오나공주 |2009.10.09 16:59
조회 17,067 |추천 7

 

 

2009년 1월 새해가 밝자마자

인터넷을 뒤적거려 제주도 항공권을 덜컥 예매해버렸다

 

오랫동안 꿈꿨던 제주여행

아니....제주 걷기여행을 위해서~

 

쉽사리 휴가를 낼수없는 직장에 메인 몸인지라

추석날 떠나야 한다는것이 맘에 걸리긴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잖아~

 

이번여행에도 역시

혼자떠난다고 친구들이 궁시렁~

다른날도 아니고 명절날 간다고 또 궁시렁~

부모님까지 들먹여가며 궁시렁궁시렁~

 

나도 안다고~!! 근데 어쩌냐고...?

제주도는 가야겠고~ 시간은 이때뿐인데~

나도 주5일 사업장에 연차 빵빵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

ㅠㅠ

 

추석연휴 3일동안 제주 올레길 계획을 짤려니

아휴~~~~~고사이

 코스는 왜이리 많아진건지

괜시리 맘이 바빠진다

 

시작점이 1코스가 좋을까...?

경치가 죽여준다는 7코스가 좋을까...?

아니면 1박2일팀이 다녀간 우도올레가 좋을까...?

 

자연에 모든걸 맡기고 느리게 걸으러 갈려는 사람이

이욕심 저욕심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정보를 검색하면 할수록

마음이 조급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서

그냥 모든걸 다 덥고 일단 가보자로 정해버렸다

 

그래!! 일단 그냥 가보자~~~~~

제주도에 도착해서 끌리는 코스부터 걸어보는거지~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아침부터 제법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구름많고 흐려도 좋으니 비만 내리지 말아다오

 

여자 혼자서 비 맞으며 걷는거 !!

그거~그거!!

여러사람 걱정시키는 일이다

 

'아니 저 여자는 사연이 있나..?

왜 혼자서 청승을 떨까...'

 

요런 눈길을 막 던지면

아무리 울트라 초특급 강심장 피오나도 주눅들기 마련이다

 

나이드니깐...더 소심해진다는 말

 요즘 완전 공감!!

ㅋㅋ

 

김해에서 제주까지 어찌나 가까운지

눈깜짝할사이에 슝~ 도착했다

 

게다가  찾을짐도 없으니 혼자서 쿨하게~

배낭하나 달랑 둘러메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짜잔~~~~~~언제 비가 왔냐는둥

가을하늘의 매력을 맘껏 드러내는구나~

 

동회선 일주버스.서회선 일주버스.

제주를 가로지르는 버스노선 이름이다

 

제주의 동쪽이 보고싶었기에

나의 몸은 동회선 일주버스로 향했다

 

3년전인가 제주에 왔을때도 시외버스를 이용해 본적이 있는데

제주 버스를 타면 은근히 재미있는 일들이 생긴다

 

일단 기사님과 할머니의 입담대결이다

 

당체 무슨말을 하는지 알수 없는 이상한 언어가 실새없이 오가는데

그 오묘한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시간 가는줄도 모르게 된다

 

모처럼 도보여행에 신난 피오나가 선택한 올레코스는

바로 3코스 온평- 표선구간으로 총 22km에 이르는

올레코스중 두번째로 긴 구간이다

 

3코스가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미친듯이 걸어보고 싶어서 였다

 

1시간 30분을 달린 버스는

온평리에 나를 내려놓고 떠나갔다

 

버스 정거장에서 바다를 향해 10여분 내려가면

3코스 출발점 온평포구가 나타난다

 

 

제주의 푸르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직 출발도 안했는데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다~

 

지금부터 왼쪽에 제주바다를 끼고 걸으면 된다

얼마나 멋진 도보여행길인가...?

 

 

온평포구 출발점에서

나만의 출정식을 거행하고 길을 나선다

 

 

욕심내지 않고 즐겁게 걷겠습니다~~!!

아자~아자~화이팅!!

 

온평포구를 벗어나면

온평도댓불이라 불리는 옛날등대가 나타나다

 

 

이녀석 왠지 낯익은 모습이다

경주 첨성대랑 라인이 아주 흡사하다

 

 

제주바다를 음미하며 올레길을 걷다보면

어는새 중산간 올레길로 들어선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올레길은 적막 그자체이다

어쩜 이리도 조용할수 있는지~

간간히 나타나는 민가에서도 인기척을 느낄수가 없다

 

중산간 올레길을 걷고 있을때였다

이 조용한 올레길에 차소리가 쌩~나는 것이였다

깜짝 놀라 뒤돌아 보면 차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 소리의 정체는 제주의 바람소리 였는데

그날따라 바람이 무지 강한탓도 있었지만

바람소리와 차소리를 구별못하도록 기계음에 익숙해진 내가 놀라웠다

 

그 이후로도 몇번은 더 큰바람이 휘몰아 칠때마다

나는 차가 지나가는줄 알고 깜짝 깜짝 놀라곤 했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몇개의 마을 지나치제 되는데

 

돌담아래에 핀 꽃들은

어쩜 이리도 아기자기한 맛을 풍기는지~

 

 

제주의 까만 흙은

어쩜 이리도 푹신한지~

 

 

가을 햇볕에 깨는 잘도 말라가는구나~

 

걸으면서 마주하게 되는 일상의 아름다움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미처 깨닫지 못한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는길이 제주 올레길이다

 

 

해안길.밭둑길.임도등

각양각색의 길을따라 걷다보며

제주에서만 볼수있는 독특한 길이 나탄나다

 

 

 

 

가을을 알리는 억새가 나풀거리는 이 언덕을 넘으면

깜찍한 올레길 표지판이 나타나는데

지금부터 걷는 이 길은 아주 특벽한 길이다

 

 

바로 제주 오름 길

화산활동의 흔적으로 일종의 기생화산으로 보면된다

제주도에는 무려 약 368개의 오름이 분포하는데

올레길 코스중에도 오름을 통과하는 코스가 몇개있다

 

그리 높지도 않고 부드럽고 완만한 경사를 자랑하는 제주오름

 

나의 첫번째 오름은 올레길 3코스의 일부인 통오름이었다

 

 

푹신푹신한 제주 흙을 밣으면

사뿐사뿐 한발한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정상부근에는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니네들 팔자가 완전 상팔자구나~'

 

 

고작 100여미터 올라왔을 뿐인데

탁 트인 시야가 제주의 바다와는 또다른 매력을 풍긴다

 

 

반대편 능선에는 이제 곧 피어날

억새들이 하얀 안개꽃을 연상시킨다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과 오름과 밭들

 

 

제주의 풍경에 잠시 넋을 나간다

넋이 나간 나의 육체를 제주의 바람이 감싸 안아준다

 

 

 

 

 

때로는 강력하게 내 몸을 휘청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나의 앞머리를 쓰다듬고 가고

때로는 은은한 향기를 몰고와선 머물다 가곤했다

 

 

제주의 바람을 느끼며 제주의 향기를 느끼며

한발한발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올레꾼들

 

바로 뒤따라 오던 남자 두분은 칠십을 넘긴

생물학적 개념으로는 할아버지 올레꾼이었다

 

내년에 스페인 산티아고에 가기위해

걷기 예행연습중이라는 말에 완전 까무라칠뻔 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무언가에 도전하는 그 용기가 부러워

너무 멋있다고 꼭 그렇게 되실거라고 몇번을 얘기했다

 

자글자글한 주름사이에서 반짝이던 할아버지의 눈빛을 잊을수가 없다

 

나도 60이 되어서도 70이 되어서도 꿈을 간직한채 늙어가고 싶다

아울러 그 꿈을 이루기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오늘 내가 만난 저 두분처럼~

 

 

 

통오름과 독자봉을 통과하면 삼달리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나타난다

 

3코스 올레중에 반드시 들려야 하는 필수코스다

 

3년전 제주여행에서 처음 알게되었다

김영갑이라는 사진 작가를

혼신을 다해 만들어진 두모악 갤러리를

 

그의 사진에는 에술가의 혼과 집념이 있었다

제주를 이토록 사람하지 않고서는 찍을수 없는 사진들

 

 

 

 

고집스럽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진 작가

 

                                          김 영 갑

 

제주도 성산읍 산달리에 가면 김영갑 갤러리가 있다

거기에는 육지사람으로서 20년을 넘게 제주에 살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온

김영갑 선생님의 경이로운 사진들이 있다.

 

몸이 성한 사람도 하기 어렵다는 공사를 그가 했다

공사중에는 몸이 점차 야위어 70kg가 넘던몸이

47kg으로 줄어들었다. 휴지한장 제 손으로 들어올리지 못하게 됐다

그때마다 그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살고싶다는 기도는 사진을 찍게 해달라는 당부와 잇닿아 있다

그는 늘 사진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1%확률일지라도 내일이 올 가능성이 있다면,

오늘 두모악 갤러리 앞마당에 돌이라도 하나 더 갖다놓으면서

삶을 가꾼다는 작가의 말은,병든 목숨이지만

끝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인것이다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는 '기다림의 연속' 이다

풍경사진 하나도 우연히 찍힌게 없다

절벽에서 몸을 메달고 사진을 찍느가 하면

세월을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매년 같은 장소에서 찍기도 했다

 

한사람이 한가지일에 전심전력을 다하여 자기삶을 치열하게 산 흔적을 만날수 있는 곳이다..

 

김영갑 선생님은 루게릭으로 투병하시다가 2005년 5월 돌아가셨다

그의 유골은 본인이 직접 만든갤러리 앞마당에..

그리고 본인이 직접 가꾼 갤러리 감나무에 뿌려졌다

 

 

3년만에 다시 찾은 두모악

 

 

 

모든것이 그대로구나

 

 

 갖가지 포즈와 표정으로 무장한

김영갑 갤러리의 또다른 상징 토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의 사진

 

 

 조용하고 아늑한 그의 갤러기가 참 좋았다

누군가가 제주에 간다고 하면

꼭 가보라고 추천해준 1순위 두모악

 

 

 고 김영갑 선생님 덕분에

제주의 또다른 모습을 알게 되었다

 

제주의 바람과 구름을 알게 되었고

들판을 알게 되었고 오름을 사랑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직접 가꾸신 갤러리 정원에서

하늘을 보고 누워버렸다

 

 

그리고  선생님의 책을 꺼내 읽었다

몇번을 읽었지만 다시 읽어도 또다른 감동을 주는책

 

 

그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를 알수 있는 책이다

 

두모악에서 그렇게 한참을 하늘아래 누워 책장을 넘겼다

 

 

 

까만 흙과 푸르른 잎은 환상적인 색의 조화였다

 

한참을 걷다가도 제주의 까만 밭이 나타나면

난 그자리에 멈추어 서곤 했다

 

가끔씩은 그러다가 화살표를 놓쳐 길을 헤매기도 했다

그러면 왔던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나처럼 헤메고 있는 올레꾼을 만났다

제주대 4학년 이라고 했다

 

잘못들어선 길에서 한바탕 웃어버리고

다시 길을 찾다가 나머지 길의 동행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주말마다 제주 올레길을 걷는다고 했다

아휴~ 그말이 어쩜 그리도 부럽던지~

 

어린나이에도 씩씩하게 혼자서 걷는모습이 너무 이뻐보였다

 

 

그녀와 함께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분작 뚝배기

분명 메뉴판에는 전복이었는데 오분작이 나왔다

이런~~~~~~~근데 맛은 있다

 

단순한 피오나는 급 흥분 했다가 급 좋아라 하신다

 

밥 한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니 어째 걷는게 좀..힘들어진다

 

힘들고 지쳤다 싶으면

바로바로 아름다운 영상이 나타나주는 센쓰

올레길 완전 죽여주는 구나~

 

지루할틈새를 주지 않아~

 

 

어느듯 중산간 마을을 벗어나서

다시 바다길이다

 

 

게다가 3코스의 하이라이트

바다목장이 짠하고 나타나주신다

 

어머~~~~~~~~~~~~~~진짜 멋지다

 

 

푸르른 초원을 앞서 걸어가던 올레꾼들

 

 

나의 왼쪽편에는 또다시 푸르른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껏 살찌우는 제주 한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길을

걸을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뒤돌아보면 푸르른 바다와 푸르른 목장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정말 3코스 올레길의 최고의 하이라이트

바다목장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바다 올레길이다

 

 

파아란 화살표가

바닷길에도 있다는 말씀

 

 

울퉁불퉁한 돌길을 걷는다는게 힘들기는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제주올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뒤뚱 뒤뚱거리다 보면

어느새 손에는 땀방울이 베인다

 

까만 현무암 해안길을 벗어나면

하얀 백사장길이 마법처럼 나타난다

 

 

표선해수욕장이 3코스 종착점이다

 

 

 

 

 

제주 올레 3코스 22km

 

모처럼 마음껏 걸을수 있어서 얼마나 가슴 벅차고 행복하던지

7시간을 걷는동안 힘들고 지친다는 느낌은 없었다

아름다운 길을 걸을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뿐

 

때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제주의 가을이 ,제주의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갔다

 

 

시작이 좋다

내일은 더 멋진 하루가 될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할것 같다

 

 

올레 3코스를 마치고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로 왔더니

여행객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다같이 모여 인사를 나누고

바베큐 파티를 했다

 

 

장작불에 구워먹는 솥뚜껑 바베큐 파티에

여기저기서 군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라산 소주한잔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담백한 육질의 고기한점을 입안에 넣는다

 

입속이 행복해진다

 

여행자들의 수다가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는 밤이다

 

누군가 그런얘기를한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1~2년쯤 사라져도 괜찮지 않냐고

한번쯤은 정말 모든것을 다 내려놓고 자신이 원하는것을 해도 된다고

 

인생을 길게보면 1~2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수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얻기위해 무엇을 유지하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는걸까...?

 

내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위해 한번쯤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궤도를 벗어나도 괜찮지 않을까..?

 

추천수7
반대수0
베플퐁퐁|2009.10.13 11:32
사진도 너무 멋지고.. 제주도 올레길을 가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좋은 사진과 글이네여. 혼자만의 여행도 참 좋은거 같아요.. 뭔가 혼자 생각을 하고 정리하고 그냥 아무새각없이 걷는 여유가 보기 좋습니다 ^^
베플|2009.10.13 09:28
님..부러워요 저도 빨리 실천해야겠네요
베플|2009.10.13 10:42
ㅋㅋㅋ 글...글쓴이 용감하다 ㅋㅋㅋ 걍 선글라스 계속 쓰고 계시지 그러셨어용ㅋ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