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BL]운명

미처리 |2009.10.10 14:41
조회 135 |추천 0

신현 이었다.

[헤? 아직 안갔냐? 이거 써라. 그 녀석들 말 신경쓰지 말고]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다.

다짜고짜 들고 있던 우산을 현주손에 맡기고 신현은 빗속을 빠른 속도로 뛰어 들어가 점차 모습을 감추었다.

[' 나를...위해...일부러...??']

감동의 물결이 넘쳐 흘러왔다.

동경해 오던 그가 자신을 위해 우산을 주고 가다니...

이젠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그에게 빨려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행운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떻하면 그와 친구가 될수 있을까?

현주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고, 볼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열쇠를 잃어버린 신현은 알바가 끝나 집으로 향했으나, 빗속에서 3시간동안 앉아 있어야 했고, 다음날 고열을 일으켜 학교를 갈수 없었다.

이번에는 무결이 아닌 병결인것이다.

[신현이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그 녀석도 사람인건 분명하구나. 수업 끝나고 병문안 가보도록 이상!!]

조회시간에 신현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현주는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옆에 놓여진 우산을 바라보며...빗속에서 쓰러진듯한 신현의 환영이 눈앞에 아른 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러고 있어? 이동 안 할꺼야?]

[어?]

[과학실 가야지...무슨일 있어? 하루종일...멍해가지고]

[...도윤이 넌 반장이니까 갈거지?]

[어딜?.....유 신현..집?]

[응. 갈거지?]

[.........너두...가려고?]

[....안돼?...이상한가....친하지도 않은데...가는건 좀...그런가...]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그래도 한반 친구니까....우산도...줘야하고...안돼려나....??]

현주 머리속을 꽉 채우고 있는 신현의 존재가 도윤은 싫었다.

처음 입학식날 현주가 넋놓고 바라보던 곳에 신현이 있었다.

수 많은 무리속에 섞여서 웃고 떠들던 그의 모습을 현주는 계속 쫓아가고 있었다.

유난히 큰키가 그랬을까...아님 반반하게 생긴 외모일까?

대체 무엇이 현주의 시선을 잡아 끌고 있을까?

그러나, 도윤이 알고 있는한 그들은 서롤 알아보지 못할것이라 생각했었다.

같은 반이었지만, 극과극의 모습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물과 기름이었으니까...그리고 그의 곁에 다가서지 못하도록 도윤또한 열심이었으니까...그런데...현주가 자꾸 다가서려 한다.

막아버리고 싶은데, 고민하고 고민하는 그의 모습이 마음을 아려 온다.

[....과제 잘 챙겨. 그 녀석 병문안 선물로 잔뜩 가져가게]

[..응!!]

금방 침울해 하던 표정이 환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수업은 왠일인지 너무 더디게 이어지고 있었다.

시간은 봐도 봐도 같은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현주의 마음만 교문을 벗어나 신현의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루하게만 이어지던 수업이 마지막 종소리와 함께 막을 내렸다.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현주는 가방을 메고 도윤에게로 다가선다.

[어. 잠깐만 나 교무실좀 갔다올께]

[응]

도윤이 교실을 빠져나가자 현주는 도윤의 책상에 기대어 손에 쥔 우산을 바라본다.

[' 뭐라고 해야하지...? 고맙다고 해야하나...몸은 좀 어때? ..저기 우산 고마웠어...아냐...많이 아파보이는데...밥은 먹었니?...밥?...ㅋㅋ...휴~~~많이 아픈가?...']

[그자식 또 밤샌거 아냐?]

[요새 PC겜에 빠져 있던데...]

[혹시 갬방에 죽치고 있는거 아냐?ㅋㅋㅋ]

[가볼까?]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말소리에 현주는 답하고 싶었다.

정말 아픈건지도 모른다고...아니 아픈거라고....

그렇게 그들은 교실을 빠져 나갔다.

주번의 뒷정리가 끝나고 나서야 도윤이 교실로 들어섰다.

[미안...기다렸지? 가자]

[그건 뭐야?]

[이거? 해열제랑 진통제랑...양호선생님께 부탁좀 했지. 혹시 약도 안먹고 누워있음 곤란하니까]

왜 생각이 안났을까?

먼저 생각하고 먼저 챙겨놓을것을...

도윤은 항상 모든일에 꼼꼼이다. 그래서 자신이 항상 부끄럽다.

그 둘은 서둘러 신현의 집으로 향했다.

몇번 지나친적이 있기에 금방 찾을수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주위의 적막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나?]

다시금 도윤이 초인종을 눌러본다.

그러나 집안은 너무도 고요했으며 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아이들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또다시 벨을 눌러보는 도윤...

반응이 없었다.

현주는 맥이 풀어짐과 동시에 밀려오는 허무함을 느꼈다.

[...병원이라도 간건가?]

도윤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난감한듯 현주의 표정을 살핀다.

[...가자...]

막 돌아서는 현주의 등뒤로 현관문이 힘겹게 열려졌고, 신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콜록...콜록...뭐...야..?]

[이런~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네... 너 혼자야?]

[저..저기...선생님이...저 ..그러니까...]

[콜록...일단 들어와라...콜록..콜록..]

신현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서있기가 힘든듯 소파에 몸을 맡기며 현관을 향해 들어선 둘을 응시했다.

도윤이 온건 이해가 갔지만, 그 옆에 현주의 모습은 의외의 출현이었다.

안절 부절 못하는 강아지 마냥 현주는 손에든 우산을 거뭐지며 도윤의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약은 먹은거냐? 병원에 가봐야 하는거 아냐?]

[..콜록..담탱이가 시키든? 가서 확인해보라고? 콜록...]

신현은 한마디 한마디 할때마다 가쁜숨을 토해냈다.

[일단 약부터 먹어야 겠다]

도윤은 미리 준비해온 약들을 꺼내 부엌으로 향했다.

[콜록..그만 돌아가..확인..끝났쟎아...하아....]

도윤은 냉장고를 찾아보았지만, 마실수 있는 물한병 없는것에 대해 또한번 감탄하고 있었다.

 다행히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었고, 도윤은 그걸 생각해 내곤 서둘러 가방을 벗어 지갑을 들고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물좀 사올께]

[어?]

순식간에 도윤이 현관을 빠져나갔고, 현주는 여전히 우산만 만지작 거리며 굳게 닫혀진 현관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수 없이 연습했던 말들이 하나도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 자신이 한심스러울뿐이었다.

[콜록..하아...넌...왜 온거야?]

[어?..그..그게...저기...어제...이거....미..미안해...저기..나때문에...]

[너 때문에 그런거 아냐]

신현의 말이 이어질때마다 잦은 기침이 새어나왔다.

얼굴은 어느새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옷또한 땀에 찌들어 있었다.

[좀...앉아라...어지럽다]

[어..그래..미안해...]

현주는 재빨리 소파 맞은편에 앉아 다시금 현관을 바라본다.

시간이 꽤 흐른듯한데 왜 안오는 걸까......

지금의 현주에겐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너...반장하고...콜록.콜록..제.길...콜록 콜록...]

현주는 신현의 다음말을 기다렸으나, 도윤의 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서둘러 반 강제적인 약투여와 순식간에 벗겨진 몸뚱아리...

도윤은 능숙하게 신현의 몸을 닦아 주었고, 신현은 마치 정신을 잃은듯 거친 숨소리만 힘들게 토해내고 있었다.

[현주야. 이녀석좀 들자]

[...들...어?]

[방으로 옮겨야지. 일어날수도 없을텐데..2층이거든]

[응..으응]

현주는 조심스럽게 도윤에 맞추어 신현을 부축하여 2층신현의 방으로 이동했고, 침대에 눕혀진 신현의 표정은 조금 편안한듯 보였다.

[휴~ 열이 좀 내려야 될텐데...일단 내려가자]

[...응...]

도윤은 먼저 신현의 방을 빠져 나갔고, 현주는 침대속에 잠겨있는 신현을 다시 바라보며, 잠들어 있는 그를 다시금 살펴보곤 방을 빠져나간다.

[...뭐해?]

[어, 죽이라도 끓여 놓으려고]

[부모님은 ...?]

[좀 바쁘쟎아. 아마도 늦은 시간에나 오실껄..아님 안오시던가..여동생도 "야.자"한다고 늦을테고...뭐...]

도윤은 참 많은것을 알고 있구나.

그렇게 친해보이진 않았는데, 언제 다 알아냈을까? 반장이라서?

그러고 보니 도윤은 신현의 집 구석 구석을 다 알고 있는듯 했다.

[...잘 ..아네...여기 자주 왔었어?]

[왜? 신경쓰여?]

도윤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현주의 다음말을 가다렸다.

[아니...그냥..친해보이진 않았는데...생각해 보니까 도윤이 너..신현...싫어하는거 아니었어?...]

쌀을 씻은 후 냄비에 넣고 끓이던 도윤이 불을 작게 조절한 후 현주를 돌아본다.

[너. 내가 하는말 다 듣고 흘린거구나. 신현이랑 초등학교 3년 짝이라고...내가 말했을텐데...기억안나? 그땐 그래두 친했어. 자주 놀러오곤 했으니까. 뭐..집구조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중학교때도 왕래는 있었거든...부모님 끼리도 친하시고...지금은 부모님끼리만 한번씩 만나시는것 같아. 이제..궁금증 풀렸어?]

[어...' 맞아...생각난다. 신학기초에 체육관에서 농구하던 신현의 이름을 가르쳐주며,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꽤 친했지만, 지금은 어긋나 버린...위험한 녀석이라고...']

어느새 새하얀 죽이 완성됐다.

도윤은 죽을 그릇에 담아 식탁위에 놓는다.

그리곤 벽시계를 힐끗 쳐다보며 거실에 앉아있는 현주에게 향한다.

[너무 늦었다. 가자]

그의 말에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현주는 서둘러 가방을 둘러메고 도윤의 뒤를 따라 나선다.

곧 여름이 올터인데도 밤공기는 싸늘하다.

도윤은 지하철 입구에 다다르자 뒤돌아 현주를 응시한다.

갑자기 멈춰진 도윤의 걸음에 현주는 리듬감을 잃은듯 약간의 요동을 느끼며 도윤을 바라본다.

[너. 내가 한말 기억해?]

[응?]

["유 신 현"에 대해서..내가 너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지?]

[.....]

[친구로써 다시 한번 말하는데, 그녀석 위험한 놈이야. 너에게 없는 그 무엇이 있어서 그놈이 멋져보일지 몰라도...난 니가 더이상 그녀석과 관계하지 않길바래. 아니..그러지마!!]

[...도..윤아]

[신현주. 넌 충분히 멋져! 그녀석보다 백배는 더 멋지다구. 그러니까 더이상 동경의 눈으로 쫓지말아. 내가 아는한 니가 다가가지 않음 신현은 너한테 접근하지 않아! 간다. 낼 학교에서 보자]

도윤은 그렇게 뒤돌아 개찰구를 향해 걸어갔다.

현주는 입만 벙긋 거릴뿐 입밖으로 내놓지 못했다.

[...도윤아...난....어떤 목적을 가지고 신현을 바라보는게 아냐...나도 모르게 어느새 보고 있게 되는걸...나도 알아....위험한 아인거....근대....근대....그게..잘...안돼.....]

그러나 현주의 목소리는 너무도 작았기에 그저 입속에서 새어나오지 못했다.

현주는 이미 사라진 지하철 입구에 우두커니 서서 한동안 걸음을 옮겨 놓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옆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현주는 정류장에 걸터앉아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었다.

순간 주머니에서 무언가 그의 손을 자극하고 있었다.

작은 메모하나...

(영어 쪽지 시험 32p~58p)

['아차!!!']

갑자기 낮에 도윤과 나눈 대화가 스쳐지나갔다.

[메모해둬! 너또 잊어버릴꺼쟎아! 그녀석 성적이 좋아서 그나마 붙어 있는거니까 이런건 꼭 챙겨야해! 특히 영어선생님이 잔뜩 벼르고 있으니까 몸조심좀 해야 할꺼야!]

큰일이다.

정작 중요한걸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다짜고짜 현주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제곧 마지막 버스가 승강장을 향해 돌진해 올것이지만, 현주의 달리기는 멈춰지지 않았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