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여행 에세이를 읽다가
내가 원하는 여행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고민을 해본적이 있었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교통수단과 여행경비 그리고 동행자에 따라
달라진다고 나는 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지구반대편으로 날아가서
넉넉한 경비를 손에 쥐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꿈꾸지 않을까...?
꿈(욕심)많은 피오나 처럼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가 꿈꾸는 이상적인 여행의 반대
비행기 대신 두발로 타박타박 걷고
넉넉한 경비대신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랑하는 이가 동행하지 않더라도 혼자서 다니는 여행
이런 여행은 어떨까...?
두발로 걷는 여행의 매력에 끌려
여행작가 한비야씨처럼 도보여행가 김남희씨처럼
전국일주를 한적이 있었다
너무 힘들고 너무 외로웠던 시간들 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또렷히 뇌리에 남았다
두발로 걷는 여행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800km 길을 걸은 유희를 다시 만나고는
그 유혹이 더 강해 졌다
"유희야!! 800Km를 어떻게 걸은거야..?"
"언니 ! 그 길위에 서면 그 길이 모든것을 알려줘요."
게다가 덤으로 알려준 나를 위한 알짜 배기 정보
"언니 둘레길이라고 알아요...?"
"뭐..? 무슨길...? 제주도 올레길 말하는 거야...?"
"아니요~~둘레길요..지리산 둘레를 걷는 길인데 새로 생겼나 봐요"
"어머~~~그런 길이 있었어?.."
다시 두발로 걷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건
순전히 유희덕 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동행자
터키에서 만난 이쁜 동생 동애
무려 7살의 나이 차이를 언제나 이겨내는 당찬 그녀다
여행에서 만난 인연들과 이렇게 오랫동안 연이 닿아 있음에
늘 감사하고 늘 고맙고 그리고 늘 뿌듯하다
두발을 이용해서 걷는 여행을 뜻하는 수많은 단어들
걷기여행.도보여행.트레킹.하이킹.산책....
불리어지는 이름은 달라도
내가 받아 들이는 이 단어들의 뜻은
똑같이 느리게 걷기 이다
뛰어서도 달려서도 안되고
천천히 지금 이순간을 음미하며 느리게 걷기
앞만 보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왔던 길도 돌아보고 오른쪽 왼쪽도 바라보고
눈앞에 이어지는 땅이 아니라 저멀리 이어지는 산과 강과 길을 바라보며
느리게 느리게 걷는길
마을길 ,오솔길, 고갯길, 옛길,강변길, ....
숲과 햇살, 바람과 시간을 벗 삼아 800리 지리산 둘레를 만나는 길
그 둘레길에 지리산길에 올랐다
언제나 그렇듯...이번여행에서도 가장 필요한건
마음의 여유와 용기이다
그리고 나의 심장은 또 설레이기 시작한다
콩닥 콩닥...시계바늘처럼...매시간 매분 매초..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여행하는 방법입니다"
지리산 둘레길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지리산 둘레 3개도 전남.전북.경남 5시군 구례.남원.함양.산청.하동
16개 읍면 100개의 마을을 이어주는 300Km의 장거리 도보 여행길 이다
지리산을 가운데 두고
때로는 녀석을 바라보며 때로는 녀석의 품에 안기어
엄마 가슴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도보 여행길
첫 시작은 지리산길 안내센터가 있는 전북 인월
첫차를 타고 인월행 버스를 탔다
마산에서 전주까지 가는 버스였는데
중간중간 진주. 산청.함양..정류소를 다 들려주신다
앞으로 내가 걸어서 가야 할곳이라 그런지
느리게 가는 완행버스 안에서도 마음만은 여유롭다
인월 터미널까지 꼬박 세시간을 달려 도착을 했다
근처에 있는 수퍼에 들려 점심거리를 장만하고
(그래봤자 햇반이랑 김)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려 늦은 아침을 해결했다
3일동안 먹을 양식과 간식거리로 배낭을 채우고
출발때보다 좀더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드디어 지리산 둘레길에 올랐다
아~~~~~~~참참참
떠나기전에 지리산길 안내센터에 들려주는 센스
이곳에서는 무료지도도 받을수 있고
마을 숙박정보도 얻을수 있으며
둘레길에 대한 설명도 들을수 있다
사전 준비 확실한 우리는 요런정보 다 패쑤하고
(숙박 예약도 안했으면서 빈 민박이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는 무모함)
시작과 출발을 기념하는 인증 샷!! 찰칵~
카미노 데 산티아고 처럼
도장을 쾅쾅 찍어주면 더 신날텐데 하는 아쉬움~~이 잠깐 흐르고
우리의 첫번째 길을 한번 더 모색 해본다
제 1구간 인월 - 금계 (19.3 km)
19.3km라..쉽지 않은 구간이 되겠다
그래도 웃으면서 파이팅 한번 외치고 고고~!!
울 동애 이때만 해도 이리도 해맑았구나~
업된 기분을 그대로 살려서
신들린듯 셀카 삼매경에 잠시 빠졌다가
헤어져 나왔다~
첫번째 길의 시작은 강둑을 따라 걷는 길
지리산 자락과,강둑,푸르른 논,
그리고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할머니
도시에 살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 모습이지만
낯설지 않은 따스함이 시작부터 나를 끌어 당긴다
할머니는 언제 나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신걸까...?
먼길가는 손녀를 대하듯
나의 배낭을 안쓰러워 하셨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니~
본인의 양산 한켠도 내어주시는
시골 할머니의 인심이 들어있는 사진 한장에
괜시리 마음이 짠해진다
우리네 시골 동네에서 만나는 해바라기
이국적인 물소떼를 연상시키던 우리의 시골 한우들
논에 나오시면서 타고 나오신 파아란 자전거
어쩜 저리도 센스있게 주차를 해 놓으신 걸까...?
두발대신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겠다
8월의 첫날
무더운 한여름 뙤약볕 아래를 난 걷고 있고
이마에서 땀이 송송 맺히지만
지리산자락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나의 땀을 식혀주고
오며가며 만나는 계곡물이 신선한 차가움을 선사한다
강과 동행하며 걷다가 중군마을 지나니
어느덧 산자락안으로 들어선다
산자락 안에는
지리산 토종꿀 재배지가 곳곳에 눈에 뛴다
갈림길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나타나주는
지리산 둘레길 이정표
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한 나는 빨간 화살표만 따라가면 된다
배너미재 고개로 향하기 위해 건너야 하는 계곡
수성대
요근래 비가 많이 와서 인지
돌다리가 제법 물에 잠겨 조심해서 건너지 않으면
신발이 젖을수도 있다
신발이 급류에 휩쓸리는 묘미까지 곁들여지면
더 신날텐데~
흐르는 물살위 돌다리에서 셀카남발하는 피오나와
뒷배경 출연을 감행하는 동애양
수성대를 지나고 나면
정말 감동스러운 길이 나타나는데
배너미재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어쩜 그리고 포송포송 한지
한발 한발 내 딛을때마다
발끝에 와닿는 땅의 감촉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더 더 천천히 걸었다
땅밑에 꼭 공기를 머금은 듯~
어쩜 그 길이 그리도 푹신 푹신 하던지
콩콩 뛰면 그대로 솟아 오르것만 같았다
아직은 에너지 만땅이신 울 동애 양
뒷모습이 아주 힘차다
폭신폭신한 산길을 걸어 배너미재를 지나면
1구간의 중간지점 장항마을이 나온다
나무들로 메어진 숲에서 빠져 나오니
확트인 시야속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장항마을
옹기종기 붙어 앉은 지붕들이 멋스럽다
장항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
우리네 시골마을에는 마을의 수호신 역활을 하는
멋진 나무가 한그루씩 꼭 있단 말이쥐~
산길을 지나 마을에 다다르게 하는
이 소박한 길도 참 이뻤는데~
지리산길 안내소부터 장항마을까지
9Km를 걸었다
장항마을에서 이어지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중간에 지방국도 60번 도로를 지나야 한다
60번 국도와 연결되는 마을 버스 정류장
다음 버스가 몇시에 도착예정지인지부터 시작해서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나로서는
아무런 이정표도 번호판도 시간표도 없는
시골 간이 정류소가 낯설기만 하다
목메이는 초코머핀 하나
새벽에 부산스레 삶느라 반도 익지 않은 삶은달걀
상큼한 방울 토마토가 오늘의 점심
마을정자에 앉아 등산화를 벗고
먹었던 꿀맛같던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또다시 길을 나선다
8월의 태양아래 익어가던 도토리.밤.감.사과
그 푸르른 색깔도 참 이뻤지만
촌에서 자란 울 동애 왈
"언니 밥 가시 만져 보실래요..?
지금 만지면 디게 부드러워요!!"
아니...뭐..밤 가시가 부드럽다고...?
반신반의 하며 가져간 나의 손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어쩜 이래~
진짜 밤 가시가 부드러웠다
날때부터 뽀족하게 날카로왔던건 아니로구나
장항에서 금계마을 까지의 둘레길은
해발 700m 등구재를 지나야 한다
등구재 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 산길이 험하지는 않지만
인월부터 걸었왔다면 벌써 15Km정도를 걸었기에
꽤 지치고 힘들수 있다
둘레길의 목표가
등산처럼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는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힘들면 쉬어 가고~앉아가는 여유를 부릴줄 알아야 한다
빠르게 가는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고
더 나아가 지금의 나를 마주하는 길이 지리산 둘레길이다
등구재 가는길에 자리잡은 갤러리 길섶
사실 길섶 갤러리를 들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많이 망설였다
출발을 늦게 한데다가
오늘저녁 어디서 묶을지도 정하지 않았으니
다음마을로 가서 민박을 알아봐야 했다
그럴려면 사실 부지런히 서둘러야 해지기전 7시쯤에는 마을에 도착 할수 있었다
왕복 800m
아주잠간 고민에 빠졌지만
지리산 둘레길에서 갤러리를 본다는 것도 꽤 운치가 있는것 같아
잠시 둘레길을 빠져나와 색다른길에 발을 놓았다
그 결과는....?
가는 내내 가도가도 보이지 않는 갤러리를 원망했다
게다가 길도 어쩜 그리도 험한지~
하지만 갤러리를 보는 순간 순식간에 맘 변하신 우리들
은은한 조명아래 지리산 모습을 감상하는 일 꽤 운치 있다
게다가 갤러리 쥔장님께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베풀어 주시는 따뜻한 차 한잔도
길섶을 찾아야 하는 이유중 하나이다
우리가 갔을때는 쥔장님이 출타중이셔서
무인카페처럼 이용을 했는데
향기가 정말 죽여주는 쥔장님표 핸드 드럽커피도 있고
지리산 하동 녹차도 즐비하다
아마도 차를 아주 즐기시는듯~
때마침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비
갈길 바쁜 우리에게 비소식은 그닥 반가운 소식이 아니였음에도
갤러리 길섶에서 커피향애 취해 있었다
꿀맛같던 휴식 시간~
다도방 이미지가 너무 맘에 들어
사실 하루 여기서 묶어가면 좋겠다 싶었는데
쥔장님께 물어보니 역시나 예약 완료
깔끔하면서도 정감있던 갤러리 길섶
이제는 다시 가던길을 가야 할 때이다
다시금 화이팅을 하는 동애와 나
하늘에서 예사롭지 않은 천둥소리가 계속해서 연주 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계속 있을수는 없으니
하늘에 맡기고 길을 다시 나선다
계속해서 이어지던 오르막이 끝나고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낸 다랭이 논앞에서
짧은 탄성과 지르고 말았다
이 깊은 산골마을에 빈손으로 들어와서
돌을 쌓고 땅을 골라
깊은 골짜기의 땅을 살아숨쉬게 만든이들
끝없이 푸르르게 이어지는 다랭이 논을 보면서
이곳에 흘러내렸을 수많은 농부들의 땀방울이 떠올라
보슬보슬 내리는 비맛이 순간 짜게 느껴졌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러져 만들어 낸 감동의 합작
다랭이논길을 걸으며
내리는 빗속에서도 연신 셔터를 눌렀다
안개와 구름사이로 슬며시 보이는 지리산 능선과
물기를 머금어 더욱더 푸르른 다랭이 논의 아름다움
어쩜 날씨의 궁합이 파란 하늘보다 더 환상적인게 아닐까 상상 해본다
어릴적 외가집 이후로 얼마만에 걸어보는 논길인지
우리들을 위해 논길까지 내어준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더 감사한 맘을 가져본다
지리산길 무인 까페
메뉴판에 있는 고사리며 산나물도 가져가기 쉽게 포장 되어 있었다
다랭이 논밭을 지나면 등구재 길로 이어지는데
이 등구재가 오늘 여행의 핵심역활이다
바로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를 가르는 경계 인것이다
걸어서 전북에서 경남으로 갔다는 사실에
혼자서 들떠 신나셨는데
울동애는 이때부터 아주 힘들어 했다
어차피 본인이 가야하는길이기에 도와주지도 못하고
녀석 뒷모습에 괜히 미안해서 혼났다
절뚝절뚝 걸으면서 내려 가는데~
힘든 내색 참느라 더더욱 고생했을 울 동애
그래서 금계 마을까지가 아니라
3km전에 있는 창원마을에서 숙소를 정하기로 했는데
눈 깜짝할사이에 창원마을을 지나쳤다
체력이 바닥난 동애애게는 마지막 3km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도 6시를 넘어서 7시를 향하고
우리의 3일 일정중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니였나 싶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1구간 종점 금계마을
반가움과 함께 우리에게 주어진 또다른 숙제
오늘 우리기 쉴곳은...??
에라모르겠다~일단 부딪혀 보자
몇일전에 전화를 드렸지만
예약완료라는 답변을 받은 나마스테로 향했다
방이 없단걸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에
역시나 실망을 하고 있는데~
"그럼 거실에서 주무실래요..??"
아주아주 반가운 소리~~~~~
거실이면 어때..?
지금 우리는 한발자욱도 못움직이겠는데
고개를 몇번이나 숙이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던것 같다
이번여행에서 가장 잊지 못할 추억
나마스테...맛보기 사진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이 멋진 테라스 때문에
잊지못할 추억과 그리움을 가득 담아 왔다
사람들이 오가는 거실 한켠에 배낭을 풀고
할머니가 만드신 지리산표 저녁을 맛나게 먹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테라스에 앉아 어두워진 지리산 자락을 바라보며
사장님이 선곡하신 명품 음악에 취해
난 첫날 밤 부터 비틀거렸다
지리산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금계마을에서의 첫날
무사히 20km를 완주하고
나는 내일 만나게 될 새로운 길에 설레어 했지만
지칠대로 지친 동애는 당장 내일 일정부터 고민해야 했다
나를 두고 그냥 쉬기도
그렇다고 몸상태를 무시하고 따라 나서기도
모든일정을 포기하고 돌아가는것도
어느것 하나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날 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일단 같이 걸어가되...
정 힘들고 지치면 나는 혼자 걸어서 가고
동애는 중간에 버스를 타고 2구간 종점에서 만나기로
그렇게 힘든 합의점에 도달하고
손님들에게 방을 내어주고
거실에서 주무신다는 할머니와 함께
깊은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