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봄은 그 계절답게
사랑이 결실을 맺어 새 가정이 시작되는
결혼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도 여러 결혼식을 바쁘게 다니면서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면서 하루를 다 보냈습니다.
결혼하는 아름다운 그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음과 동시에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혼은 이제 다 완성되었다는 선언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 달랐던 두 삶을 하나의 삶으로 살아가는
여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서약임을 알았습니다.
결혼을 '골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결혼식이 끝이나기 무섭게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것입니다.
상대방을 낚(?)기 위해 참아왔고 감춰왔던
자신의 모든 진면목이 자신도 모르게 나오기 시작하겠지요.
서로 '속았다'고 느낄만큼 말입니다.
분명 의도적으로 속인 부분도 있겠지만
본인도 몰랐던 더 많은 부분이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시작'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평생 배워갈 마음이 있는 사람
평생 자라갈 마음이 있는 사람
평생의 끝에 있는 진정한 '골인'을 맛볼 수 있는
값진 가능성을 지닌 그런 사람이 아닐까요.
예전의 일입니다.
번번히 퇴짜 맞던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얼마나 속상했는지 눈물까지 살짝 흘리며
"왜 그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을까? 난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의 장점을 알기 때문에 함께 아쉬워 하면서도
또한 그의 단점을 알기 때문에 그 이유도 알았습니다.
그 친구는 누구라도 싫어할 만한 단점을 몇 가지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자존심과 고집을 아는 우리로서는 지적해주기가 매우 곤란했습니다.
간혹 용기를 내서 이야기 해주어도
전혀 고칠 생각이 없는 모습에 포기하곤 했습니다.
'이런 사람 만나게 해주세요'
'저는 결혼할 사람이 이랬으면 좋겠고, 저랬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이렇게 기도하던 중
'넌?' 하는 질문이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그 질문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너와 결혼해야 하는 그 사람 입장도 생각해봐야지'
'너는 하나도 성장할 생각은 안하면서 이상형만 그리고 있구나'
그 후로 '내가 만나게 될 그 사람'을 위해서만 기도했던 제가
'그 사람이 만나야 할 나'를 위해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원했던 이상형을 만난다면 저는 행복하겠지만
정작 제 자신을 다듬고 가꿀 생각은 없다면
그 사람은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계속 성장해가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남자는 이래'
'여자는 이래'
'연애에 성공하는 방법'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
이러한 제안들은 너무도 달콤하지만
지구에 살아가는 사람들 하나 하나가
정말 '하나 같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알아간다는 것은
이러저러한 방법론이 만능 공식처럼 통할 수 없는
각각 독특하고 유일한 경험이 아닐까요.
그래서 어렵지만
그래서 가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랑 그리고 삶
평생을 다 바쳐 배워가도
그 깊은 의미를 다 알 순 없겠지만
알아가는 만큼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감히 안다고 말하진 못해도
이렇게 가슴에 와닿은 질문을 남겨봅니다.
사람은 삶을 다해 사랑을 배우는 존재가 아닐까요.
사랑은 삶을 다해 사람이 배워갈 주제가 아닐까요.
삶은 사람이 사랑을 배워가는 여정이 아닐까요.
배워가기로 한다면
자라갈 수 있습니다.
자라가는 만큼
행복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