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접어]
점심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교실을 나서는 신현의뒤로 도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더이상 현주갖고 장난질 하지 말란 말이야!]
도윤의 눈빛은 질투와 불안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싫다면?]
[?...무슨 뜻이야?]
[꽤 재미있더란 말이지...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바로 반응이 오거든]
[이대로 보고만 있진 않을꺼야]
[ㅋ...좋을대로]
신현은 그렇게 교실을 빠져 나갔다.
도윤은 그런 신현을 바라보며 분노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유로운 신현에 비해 도윤은 조급했다.
현주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흰 백지의 그는 아마도 신현을 모조리 흡수해 버릴지도 모른다.
신현에 대한 선망이 그를 망칠지도 모른다.
[밥...안먹어?]
수업재료를 준비실에 옮기고 돌아온 현주는 복도를 쏘아보고 있는 도윤을 살짝 건드려 본다.
[머린...좀 개운해 졌어?]
[응...근대 누굴 보고 있는거야?]
[아냐. 아무것도... 밥 먹자]
도윤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던 현주의 시선을 차단하듯 도윤은 팔을 이끌어 교실안으로 들어선다.
어제 도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왜 그곳에 간건지...누구와 있었는지...
자신이 말하려 하면 왠지 그 대답을 회피하는듯 보였다.
현주는 그런 도윤이 자꾸만 불편해 졌고... 지금도 너무나 어색하다.
신현은 하늘을 바라보며 잔디에 누워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물었다.
머리속엔 아침부터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현주의 모습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막상 도윤의 말에 화가나서 그렇게 내뱉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수업시간에도...쉬는시간에도...마치 죄지은 사람마냥 자꾸만 움츠러들던 현주의 모습이...
[강도윤..너..진짜 사육하는거 아냐?]
혼자있는 현주를 본적이 없다.
항상 옆엔 그가 존재했다.
친구라는 호칭만으로 이해하기엔 그들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도윤의 적대감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와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의 주변엔 시선조차 주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늦진 않았다.
어차피 게임은 결론이 나 있었다.
신현주의 믿음이 100%일진 몰라도 강도윤은 신현주를 믿지 못한다. 그저 독점하고 싶어하는것 뿐...
소유욕 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현주에게 굳이 그 사실을 알리려 하는 나의 의도는 뭘까?
단순한 오기일까? 아니면...다른 무엇??
재미는 있지만 강도윤 니 말대로 더이상은 ... 무리겠지...
너와 나의 룰이 깨져버릴 테니까...
내가 너에게 약속한......
하늘로 하얀 연기가 바람을 따라 피어오르고 있었다.
신현은 더이상 생각하기 귀챦은듯 두눈을 감아버렸다.
" 띵..띵.."
메세지 신호음이 울리자 신현은 핸드폰을 확인한다.
( 사과 했어? )
우빈이었다.
신현은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닫아버린 후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 띵..띵.."
( 1학년 B반 신 현주 내가 먹는다~꿀~꺽^^ )
또다시 우빈의 문자.
[쳇! 능력도 좋아. 대체 이름이랑 반은 어떻게 알아낸거야?...시선이라도 마주쳐야 사과를 할꺼아냐...젠장...]
다시 눈을 감으려는 순간 다급한 발자욱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 설....마....?
신현은 아주 천천히 일어나 그 곳을 돌아본다.
...신...현주....
이곳을 향해 전력질주 하고 있는 현주의 모습이 보인다.
100m....50m.....그리고...10m....
[헉....저...기....하아....]
자신의 앞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현주의 볼은 빨갛다.
잘 익은 사과마냥... 한입 베어물면 달콤함이 입안 가득 할것처럼...
[어..어젠, 미안했어. 갑자기 도윤이가 데리러 와서...혹시 계속 찾아다닌건....아니지?...기다릴수가 없어서....]
현주는 머뭇거리며 어제 도윤과 먼저 돌아간것을 사과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원인을 제공한건 자신인데...왜...사과를 하는거지...
(사과 했어?)
우빈의 문자가 떠올랐다.
신현은 고개를 숙이곤 조금씩 호흡을 찾아가는 현주를 향해 입속에서 맴도는 단어를 빠르게 조금씩 연습한다.
[' 어젠 미안했다']
[...화...난거야?...솔직히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나. 왜 내가 그 시간에 너랑 그곳에 있었는지...그 얼굴 상처도...]
아무말이 없는 신현을 그제서야 용기내어 현주가 응시하자 신현의 살짝 떨리는 눈동자와 마주친다.
[' 그래...강 도윤...니말이 맞아...장난질 하기엔 ... 이 아인 너무 다르다...놓아 주자....']
계속된 고민에 답을 얻은듯 신현은 다시금 눈을 감았다.
[...신현?... 왜...그래?]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현주를 신현이 다시 바라보며 힘겹게 입술을 움직였다.
[너...참 단순하구나. 아님...나 한테 딴 마음 이라도 있는건가?]
[무..무슨 소리야?]
[너 어제일 기억 안난다고 했지? 그럼 내가 한 말도 기억 못하겠군]
신현은 것짓된 내용을 현주에게 각인시키려 단어들을 짜집기 하기시작했다.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양...
[똑똑히 들어... 너 한테 흥미 없어. 솔직히 좀 짜증난다. 그러니까... 이제 다시 여기 오지마!]
[?? 갑자기 왜그래? 내가 ...실수라도 한거야?]
갑작스런 신현의 변화에 놀란 현주의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 내릴듯 아슬아슬해 보인다.
[너 싫다고. 짜증난다고... 못 알아들어? 니가 날 쳐다보는것도 따라다니는것도....민폐라고 말하는거야]
신현의 한마디 한마디에 급기야 현주의 두 눈에선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너 남자 맞냐? 그만 가라]
현주의 훌쩍이는 모습을 비웃는듯한 신현의 거침없는 폭언
그리고 돌아서는 차가운 몸짓
신현은 부르르 떨고 있는 자신의 팔을 감싸 안았다.
현주의 울먹이는 소리가 너무도 크게 자신의 심장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어...아직...게임도 하지 않았쟎아...도윤이도.....도윤이가....흑...도윤인......]
여러가지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엉켜버린 현주는 계속 반복적인 말들을 되내이고 있었다.
받아들이기 힘겨운 상황
분명 연결되어 있다 생각했는데...이제 조금 친해졌다 안심했는데....꿈이 아니길 얼마나 기도했는데....아무것도 아닌 예전으로 돌아가라니....
[..내가 잘못했어...용서해줘....]
현주의 작은 외침이 신현의 신경줄을 끊어버렸다.
자신도 억제 할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아인 대체 내게 무얼 사과 하고 있는건가?
화가난 신현이 다짜고짜 울고 있는 현주를 거세게 잡아끌어 나무에 포박한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현주의 흐느낌이 멈췄고 놀란 두 눈이 신현을 바라본다.
[너 바보야? 뭘 용서해? 미친 새끼야 잘들어. 너와 난 달라. 사는것 자체 부터가 다르다고. 알아? 니가 바라볼사람 내가 아니라 강도윤 그 새끼라고!!!]
극도로 흥분한 신현을 바라보며 현주는 두려운듯 몸을 움츠린다.
그가 잡은 어깨가 아파왔다.
[...도윤인...널...이해해...나도...노력 할꺼야]
[하? 강도윤이 나를? 이건또 무슨 개 소리야? 너 설마... 나한테 다른 의도 있는거야? 그런거였어?]
[?무.무슨?]
[어쩐지 너무 뜨겁게 바라본다 했어. 강도윤과도 그렇고 그런사이아냐?]
[!!!...그렇게 말하지마!]
신현의 폭언에 현주의 두눈이 부르르 떨며 노려보기 시작한다.
[킥...노려보면 어쩔껀데? 혼자 힘으로 할수 있는게 있긴해? 아님 강도윤 불러줄까?]
현주는 있는 힘껏 자신을 포박하고 비웃고 있는 신현을 밀쳐냈다.
신현은 그 반동으로 2걸음 뒤로 밀려나 엉거주춤 그를 바라본다.
[나한테 뭐라고 하는건 참을수 있어. 하지만 도윤인 아냐. 니가 뭔데 도윤일 모욕하는거야? 한때 친구였다면서 그렇게 밖엔 못해? 그래도 도윤인 니가 아팠을때 약이랑 죽이!!!읍!!!!]
왜 그랬을까...?
신현은 화가난 목소리로 도윤을 열심히 이야기하는 현주를 끌어당겨 입술을 막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