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문을 보니 토요타에서 드디어 캠리를 한국에 시판한다는군요.
캠리하면 거의 미국 국민차라고 할만큼 많이들 타고 다니는 차고, 저도 여기 와서 3년된
중고를 구입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다닙니다.
한국시장 시판예정 가격은 3천만원 중후반이라고 하는군요. 신문기사를 보니 그랜저하고
경쟁이 되겠다고 써놨던데, 캠리 몰고 다니는 입장에서는 코웃음칠 얘기죠. 물론 브랜드
가치는 차이가 많지만 어쨌든 캠리는 소나타급 차니까요.
그랜저 최고급 사양이 3천8백
(세금제외)던데 같은 돈 주고 소나타급 차를 산다면 좀 비경제적 선택이 아닐까요? 뭐
저번에 한국들어가니까 이제는 그랜저가 소나타급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기는 하더군요.
현대 A/S들 많이 욕하시던데 수입차도 A/S 받으려면 많이 짜증나는건 비슷할 것 같구요.
캠리가 고장이 잘 안난다는 평가인데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별로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제차는 브레이크가 고장나기도 하고 주행중에 갑자기 오른쪽 방향지시등이 떨어져나가기도
하고 문손잡이가 부러지기도 하고 윈도우 와셔액이 안 나오기도 하더군요. 하여간 엔진하고
미션빼고는 온갖 고장에 학을 떼고 있습니다. 다만 차의 기본인 엔진하고 미션은 정말 튼튼
한듯. 음, 엔진도 한 600불 들어가긴 했군요. 7년된 차 치고는 굴러다니기는 잘 합니다.
현대가 국내에서 많이 까이는데 현대자동차 직원은 아닙니다만 그중에는 좀 부당한 비판도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1. 내수와 미국시장 가격차이
제일 많이 까이는 부분인데, 캠리도 내수시장보다 미국시장에서 훨씬 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유럽차도 마찬가지구요. 미국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어쩔수 없는 것이죠. 그에 비하
면 한국시장은 규모가 작구요. 캠리 일본가격보다 한국 가격이 더 비쌉니다. 한국차도 동남아
나 유럽에 가면 국내보다 더 비싸게 팔리죠. 경제학적으로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전매가
(거의)불가능한 시장에서 발생하는 제 3급 가격차별이죠. 비판을 하려면 일개 기업의 가격정
책이 아니라 그간 현대차, 나아가 국산차의 독과점을 가능하게 했던 정부의 산업정책을 비판
해야하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소비자 후생이 중요한지 국가산업육성이 중요한지 등에
따라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제 유치산업이라고 보호해야 할 단계는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드는군요.
2. 현대차값이 비싼데 현대차 사느니 외제차 산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현대차 값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아직은 동급 외제와 비교하면 훨씬
쌉니다. 현대차값 비싸다고 욕하시는 분들중에 기아나 대우차값 싸다고 칭찬하는 분들도
못봤구요. 시장경제에서 소비자가 상품값이 비싸다고 욕하기 보다는 더 싼 경쟁상품을 구입
하는게 훨씬 효과적인 기업에 대한 징벌이라고 생각하는데, 현대차, 나아가서 국산차보다
더 싼차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겠고, 그게 아니면 비싸다고 욕하는건 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뭐 욕하는거야 자유죠. 중국이나 인도공장에서 만든차를 들여온다면 더 싸질수도
있겠습니다만 노조가 반대한다고 하죠? 노조 싫어하시는 분들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노조가 문제가 아니라 국내 하청업체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3. 내수와 수출용의 품질차이
강판두께 어쩌고 하는 얘기는 많은데 제 생각엔 일부러 강판두께를 다르게 하면 제조라인도
달라져야 하고 그러면 설비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문적
내용은 제가 잘 모르니 패스.
4. A/S 및 옵션판매문제
저는 국내에 있을때 마티즈만 타구 다녀서 현대차 A/S나 옵션판매 문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 이런 건 소비자 생각에 따라 얼마든지 비판이 가능하겠죠.
5. 노조가 꼴뵈기 싫어서
개인적으로는 옳지않은 생각이라고 봅니다만, 노조가 꼴보기 싫을 수도 있다는걸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노조가 꼴뵈기 싫어서 최소 천만원을 더 쓴다는건 좀 웃기는 짓 같습니다. 노조가
꼴뵈기 싫으니 더 싼 외제차를 사겠다, 이러면 말이 되는데 더 싼 외제차란게 아직 없단 말이
죠.
6. 품질
내구성은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신차품질은 미국차보다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일본차가 미국
에서 인기있는 이유가 내구성이 좋아 중고차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건데, 한국차는
그간 중고 시장 자체가 거의 형성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NF 소나타가 출시된지 2년이 지
났는데 중고시장이 어떻게 형성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그리구 인테리어는 원래 또 한국차가
끝내주죠. 저 캠리 처음에 타보고 무지 실망했습니다. 인테리어가 아반떼보다도 못해요.
결국 국내 소비자가 만족하려면 외제차와 국산차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고, 이런 환경이 조성되려면 외제차에 대한 세제 및 각종규제가 간소화, 축소되고 아울러
외국메이커들도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인구 4천 5백만
에 소득 2만불을 갓 넘긴 시장에 아직 미국처럼 매력을 느끼고들 있는거 같진 않습니다. 제가
토요타 사장이고 한국시장을 꼭 먹고 싶다면 캠리를 3천만원 초중반에 팔텐데 그러지 않는걸
보면 그렇게 심하게 경쟁해 가면서까지 먹어야 할 매력있는 시장은 아닌거 같습니다.
앞으로 중국시장이 커지면 중국에서 차 사갖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질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흐름들을 관세등으로 인위적으로 규제하지나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