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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분들 계신지 궁금해요...

막울었어요 |2009.11.03 03:19
조회 464 |추천 1

연인과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헤어져있는 기간 동안 (그래봤자 고작 두 달 남짓입니다...) 

그 사람이 다른 여자와 잤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잘 만나고 계신 분들 있으신가요?

 

저는 정말, 다시 만난지 10개월이 되어가는 지금도 같은 질문에 시달리고 있어요.

내가 정말 옳은 선택을 한 건지,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난 바보 천치는 아닌지

자꾸만 자문을 하게 되네요. 결혼을 염두에 두다 보니 더더욱 그래요.

 

만난지 1000일이 다가올 무렵부터 삐걱댔었어요.

저는 개인적인 진로 문제로 힘들었고, 남자친구는 이 게시판을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와

비정상적일 정도로 회사 사람들과 어울려다니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물론 그렇습니다. 전생에 서로 무슨 사이들이었는지 원...)

 

결국 저는 1000일이 되던 날, 힘들다고 이별을 선언했고,

그런 와중에도 남자친구는 곧 다가올 제 생일에 보자며 이별을 부정하는 말을 남기고

헤어졌어요. 그렇게 말했던 사람이 전화 몇 번 하더니 제가 받지 않자 관두더군요.

 

어쨌든 저희는 두 달쯤 지나 다시 만나게 됐어요.

그런데 다시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헤어져있는 동안 다른 여자와 잤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창 스키 시즌이었고, 저는 외박이 되지 않는 집이기도 하고 사이가 좋지 않던

시기이기도 해서 함께 스키장에 간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스키장 뿐만 아니라 잠자고 오는 여행은 3년 가까이 사귀면서도 해본 적이 없죠)

그렇게 죽고 못 사는 이 회사 사람들과, 혹은 동네 친구들과 스키장을 다니면서

새로 소개 받은 이 여자를 꼭꼭 데리고 다녔더군요.

(말로는 여자가 들러붙었다고 하지만, 본인이 싫은 사람 데리고 다닐 정도로

너그러운 성격이 아니거든요...)

 

워낙 숨기는 거 없이 이야기하는 타입이라 모든 이야기를 다 들려줬어요.

여자애가 옷 벗고 달려들 정도로 자기를 좋아했고, 여럿이 어울려 야간 스키 타고

다음날 오전에 서울에 와서 둘이 모텔에 가서 즐겼다는... 서너번 정도...

집에도 한 번 데려갔다는... (집에서는 자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네요.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얼마 동안은, 이런 사람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고작 두 달 떨어져 있는 동안, 게다가 본인 입으로 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놓고, 저렇게 쉽게 다른 여자를 품는 남자라면

그 사람 인생에는 내가 그 정도 의미 밖에 안 된다는 거니까...

 

그런데 결국 다시 만나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 추석에는 집에 내려갔다 오더니 빠르면 내년 가을에 결혼하자네요.

결혼 얘기야 4년 가까이 만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늘 해왔지만,

서른 둘, 스물 아홉으로 이젠 나이도 있고, 구체적으로 생각할 시기가 된 거죠.

 

그래서 진지하게 이 사람과 함께 내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을 하니...

다시 만난지 10개월쯤 되면서 서서히 무뎌져가던 상처가 다시 고개를 드네요.

누구 못지 않게 강한 자존심, 사랑한다는 이유로 버리고 살던 자존심이

깨끗하게 포기가 되질 않아요. 그리고 저는 상대방이 이 정도 자존심은 지켜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길 만큼 이성 문제에 있어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게다가 우연찮게도 다시 찬 바람이 불고 스키 시즌이 돌아오면서...

 

속 좁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이 사람과 다시 만나면서

평생 스키장은 함께 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어요.

무엇보다, 스키장 세 글자만 들어도 이제 저는

스키장에 다녀와 나른한 몸을 이끌고 모텔에 가서 하얀 대낮에,

따뜻한 물로 기분 좋은 샤워를 즐기고 뒤엉켜 있는 남녀의 모습이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어요.

 

제가 워낙 추위를 심하게 타는 스타일이라 추운 곳에서 운동한 뒤에

따뜻한 곳에 갔을 때의 포근한 느낌을 무척 행복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그 기분좋은 느낌이 뭔가 굉장히 지저분한 이미지로 훼손되어 버렸어요.

이런 소소한 개인적 행복마저도 한 순간에 망가뜨려버리는 지독한 인연이라니...

 

이 사람 때문에 잃은 것이 너무 많네요.

그걸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할 만큼 사랑은 하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어요.

그런데 결혼은, 인생을 공유하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은,

이렇게 출발부터 상처 투성이인 채로 하고 싶지가 않네요.

아무런 문제 없이 시작해도 힘든 것이 평생을 함께 사는 일인데,

이렇게 늘 조금은 슬픈 마음을 품은 채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치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몇 십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사랑하지만 하루하루가 마음이 아픈데...ㅠㅠ

 

머리는 더 늦기 전에 헤어지자고 하는데,

마음은 이 못된 사람이 하는 행복하게 해준단 말 믿고 싶어요.

 

모든 것을 낱낱이 알고도 헤어지지 못하는 제가 바보인가요?

저 같은 상처 안고 계신 분들 없나요?

가족한테, 친구한테도 차마 하지 못하는 상담,

언니처럼 친구처럼 이야기 해주실 분이 절실히 필요해요...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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