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가을에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의 대두연구소를 한번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콩 종자를 보관하는 종자은행이 있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약 200종의 콩 품종을 육종해 놓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인근의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대두연구소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는 아직도 메주콩 하나로 장도 담그고, 두부나 콩국수도 해 먹고 있으며 주로 두부용으로 수입하는 식용 대두의 규격 역시도 단순히, Yellow bean US grade #1(착유용의 Commercial Bean)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에는 벌써, 그 이전부터도 대두(Yellow Bean)를 각 용도에 맞도록 육종한 특수콩(Specialty Beans)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Vinton 81으로 대표되는 고단백 두부용 콩을 비롯하여, 일본식 청국장용, 콩국수용, 콩나물용, 착유용 등으로 세분된 용도의 콩이 상용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는 쌀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는 주로, 장립종(Indica Type)이 재배되고 있지만 단립종(Japonica Type)의 경우도 매년 약 2% 정도는 신품종이 생산되고 있다. 소위, 미국 내 동양인시장(Oriental Market)에서 특미(特米)로 팔리고 있는 쌀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들의 전반적인 미질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지만 특히, 주목할 일은 그 역시 용도 별로 특화된 품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같은 농업선진국에서 이 같은 육종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곡물시장에서 그들의 시장 지배력을 높여나가려는 부단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전자 조작에 의한 육종의 산물인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가 최근, 세간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두고, '유전자 재조합식품(식품의약품안전청)' 또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이라 하며 '식량 증산, 영양성분의 개선, 저장성 향상 및 병충해 내성 향상 등을 위하여 생물공학기법으로 처리한 생물체로부터 유래한 식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GMO는 일반적으로, 생산량 증대 또는 유통․가공 상의 편의를 위하여 유전공학기술을 이용, 기존의 육종방법으로는 나타날 수 없는 형질이나 유전자를 지니도록 개발된 농산물을 말한다. 즉,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에서 추위, 병충해, 살충제, 제초제 등에 강한 성질의 유전자만을 취하여 다른 생물체에 삽입하면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품종이 생겨나는 것이다. GMO가 최초로 상업적인 목적으로 생산되어 판매가 허용된 것은 1994년 미국 칼젠 사가 개발한 'Flavr Savr'라는 상표의 토마토이다. 토마토는 숙성과정에서 물러지게 되는데, 칼젠사는 이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 중의 하나를 변형하여 수확 후에도 상당 기간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GMO 식물체가 본격적으로 환경단체나 소비자단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미국 몬산토 사가 개발한 'Round-Up Ready Soybean'이라는 상표명의 대두와 스위스 노바티스 사가 개발한 'Bt maize'라는 상표의 내충성 옥수수가 본격적으로 상품화 되면서부터이다.
이 GMO가 전 지구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그 중 하나는 유전자 재 조작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인체유해성’에 대한 개연성 때문이다. 이는 마치, 줄기세포에 의한 치료가 합목적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기존의 병을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암과 같은 또 다른 병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 이치로, 그것이 기술적으로, 아직은 완성도가 낮다는 점에서 유래한 우려이다. 그 다음은 GMO가 은연중에 지구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범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물이 사라진다거나 일정 수준 이하로, 그 세력이 약화될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지금, 제 2세대 GMO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제 1세대 GMO가 주로, 병충해와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작물의 육종을 통해서 증산에 연구초점이 맞추어진 것이라면 제 2세대 GMO는 각 작물마다의 기능성을 높이는 지표성분을 증가시키는 데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이 같은 제 2세대 GMO가 봇물 터지듯 세계 곡물시장으로 쏟아질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제 2세대 GMO의 등장이 시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앞으로의 곡물생산이 생산수율과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벼에서 사과만한 낱알의 쌀을 생산하지 못하듯이, 작물의 증산에는 극복하지 못할 생태적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곡물의 전체 외형을 더 크게 키우지 않으면서도 지표물질(이용 본체)의 함량만 보다 더 높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 2세대 GMO는 곧, 시장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GMO에 대해서, 무조건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앞으로의 우리 농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GMO가 가져다 줄 미래의 위해와 재앙에 대해서 충분한 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사안에 속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 점을 내세워 GMO의 출현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하다못해, 최소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GMO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이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현금의 상황이다.
필자가 2000년대 초반, 개방형계약직공무원으로 재직할 적에 코넬대학교의 한 관계자로부터 제 2세대 GMO 개발의 일환으로, 차세대 인삼 육종에 관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즉, 인삼의 광허용도를 높임으로써 증체와 지표물질(인삼사포닌) 함량 증가를 동시에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같은 제안은 관계자로부터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되면 한국인삼의 정체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순간, 일본의 와규(和牛)가 뇌리에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와규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고유 품종이지만 그 정체성을 버리고 외국의 우수 품종과의 교배를 통해서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명품이 되었다. 현재, 와규육 100g에 우리 돈으로 5만원을 호가한다니 소 한 마리 값이 무려 1억 원이나 나간다는 얘기다.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와규 스테이크 1인분이 200달러나 되며 미리 예약을 해야만 겨우 그 맛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GMO 사료를 먹고 자란 LMO(遺傳子變形生物體, Living Modified Organisms)가 아니면 경쟁이 치열한 세계경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고 있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