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에 자리잡은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기저기 시선들이 마주치며 도윤을 바라본다.
[여기 발끈은거 아니었냐?]
[어? 강도윤...너 진짜 온거냐? 급한가봐?]
2~3씩 다가온 그들은 도윤을 반은 반가움으로 반은 껄끄러움으로 맞이한다.
실내에선 요란한 음악이 흘러 귀를 자극했고, 여기 저기 짝을 이뤄 병술을 마신다.
여긴 방황하는 그들의 아지트였고, 도윤또한 한땐 이곳의 절친한 관계자였다.
이곳의 모든 물건들과 술과 음식들은 하나같이 이곳을 출입하는 이들의 것이었고, 이곳은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되있다.
겉보기엔 작은 창고건물이지만, 그들만의 세상이었고, 중요한 집결 장소이기도 했다.
테이블을 지나 부엌으로 향해진 문을 밀자 다시금 긴 복도와 위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강도윤! 시끄러운건 질색이다. 어차피 너희 문제니까 우린 상관안하겠지만, 신현도 지금 기분 별로야! 여기 있다고 알려준거 알면 나도 입장 곤란해진다구]
[...걱정마! 오늘 이후로 여기 올일 없을 테니까]
도윤은 2층계단을 향해 발을 옮겨 갔다.
[재수 없는 놈...자기나 우리나 어차피 어긋난건 마찬가지 아냐? 가면이나 쓰고...쳇~]
계단 끝에 자리잡은 또하나의 미니룸...
그곳엔 침대하나와 6인용 쇼파 그리고 각 학교마다 분포되어있는 작은 집단들의 리스트와 그들의 사진이 벽의 한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사진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지금 1층에서 흥겹게 몸을 흔들어대며 마셔대고 있을것이다.
문을 열자 쇼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신현의 모습이 들어온다.
이곳은 초등학생이었을 당시 신현과 도윤의 첫 아지트였다.
그땐 아직 가건물이었고 술취한 장사꾼이 불을 질러 사라진 ... 미완성의 아지트...그리고 다시 복원된 창고...
그둘은 너무도 깊은 신뢰로 뭉쳐져 있었다.
손발이 잘 맞는 환상의 파트너...
그들을 위해 지어진 공간....그러나 그것을 무너뜨린건...
[유 신현]
갑자기 날아든 차가운 말투에 눈을 감고 있던 신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문을 응시한다.
아직은 알콜의 기운이 남아 형체가 완전하지 못했으나, 이내 신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사적으로 널 보다니...오후 수업 땡땡이 댓가치곤 꽤 큰데?...킥....]
[빈정거리지마! 나도 사적으로 너 보기 싫으니까 피차 일반이야]
도윤의 말에 신현의 미간이 움찔거리며 올라간다.
신현은 몸을 일으켜 도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니가 날 찾아올 정도의 용건이 뭐냐?]
도윤은 신현 앞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신현을 다시금 노려본다.
[너 오늘 현주랑 무슨일 있었지?]
[??겨우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꺼낼 용건이 그거냐?]
[묻는말에 대답해! 무슨일이야?]
약간의 흥분된 목소리의 도윤이 신현을 다그친다.
[내가 왜 너한테 보고해야하지? 이미 알고 온거 아냐?아님...그녀석이 부탁하든? 나한테 가서 무엇이 원인인지 알아보라고?훗~~웃기는군...천하의 강도윤이 그런 애송이 보모노릇이나 하고 다닐줄이야...ㅋㅋ]
빈정거리는 신현의 행동에 도윤은 있는힘껏 주먹을 날렸고, 술에 취한 신현의 몸은 무방비상태로 쇼파위로 떨어졌다.
[오늘 무슨일이 있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니가 무슨짓을 하고 다니든 내알바 아니고...하지만, 현주는 달라. 두번다시...현주눈에 눈물보이면...나도 가만 있지않아! 유 신현...니가 한말 기억해라.. 내 주위 사람에겐 시선도 주지 않겠다던말...너도 알고 있겠지? 너와 현주는 사는세계가 달라...너로 인해 더럽혀지는걸 원치 않는다.니가 오늘 현주에게 했다는말...명심해!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이말 하려고 온거야]
[그럼..넌...? 넌 그녀석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도윤은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나가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몸을 일으켜 세운 신현이 입가를 흠치며 희미하게 웃음을 보인다.
[사랑이라도 하는놈 같군....너도 그쪽이었냐?]
[입 닥 쳐!!]
도윤은 문고리를 비틀어 밖으로 몸을 이끈다.
신현은 그런 도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약간의 취기가 가신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야! 반장! 그것도 아냐? 그녀석 입술 댑따 부드러운거...킥..아님 갈때까지 간거냐?킥..푸하하하하하]
[' 미친 놈...기억해..유신현...두번은 너로인해 당하지 않아...꼭...기억해라...']
그렇게 도윤의 늦은 외출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