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By Ka폐人
차 타 보고 시승기 쓰면 되는 거 아냐?라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시승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별 거 있나요. 그런데 시승기라는 마지막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나 일련의 주변 상황을 안다면 조금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시승기의 제작 공정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우선 시승기가 나오기 위해서는 시승과 시승차, 시승자의 3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차와 사람이 있어야 시승도 하고 시승기도 쓰고 그러겠죠. 차는 업체 쪽에서 제공하고 시승은 취재 기자가 합니다. 일명 시승기를 써야 하는 사람이 시승을 하는 것이죠. 시승의 시작은 시승차의 섭외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승은 신차가 나오면 일괄적으로 시승차가 돌아갑니다. 신차 런칭 이전에 시승을 하는 경우도 있구요. 보통은 홍보대행사가 매체 또는 기자에게 연락을 취해 시승 날짜를 잡습니다. BMW처럼 직접 시승차를 관리하는 경우도 있구요. 시승 날짜는 선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때로는 난감할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시승 날이 잡혔고 차는 고성능 모델인데 눈이나 비가 오면 그래도 해야 합니다. 날짜를 바꿔 다음에 시승하는 건 참 어렵습니다. 보통은 시승차 한 대로 각종 월간지부터 일간지, 무가지, 심지어는 드라마 PPL까지 돌리기 때문에 그날 못 타면 기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눈이 오든 비가 오든 합니다. 근데 눈 오면 정말 난감하죠. 정식 시승차는 아니었지만 혼다 NSX 타던 날 눈 펑펑 온 게 가장 기억납니다. 이렇게 되면 시승은 어쩔 수 없이 제한적이 되죠. 흔히 하는 말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달려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가 되는 거죠.
시승 일정은 월간지가 우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월간지는 월초에 해도 월말에 시승기가 나오기 때문에 일간지 또는 온라인 매체와 보조를 맞추게 되죠. 온라인은 오늘 시승하면 그날에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뒤에 잡힙니다. 그리고 이 시승에서도 강자와 약자에 대한 미묘한 차별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체력이 약한 경우는 하염없이 뒤로 밀리고 심지어는 시승 자체를 못할 때도 있습니다. 반면 매체력이 강한 곳은 우선적으로 시승을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간지와 잡지에 대한 차이도 명확하구요. 처음에 이런 것을 느꼈을 때는 좀 씁쓸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시승 날짜가 잡히면 차를 받으러 갑니다. 일정은 홍보 대행사가 잡아도 차는 본사로 받으러 갑니다. 대부분의 수입차 임포터 회사는 강남에 있죠. 내 차를 댈 수 없기 때문에 대중 교통을 이용해 갑니다. 대중 교통이 어려운 곳이 많아서 차를 한 대 더 동행할 때도 있습니다. 몇몇 회사는 요령이 생겨서 시승차에 있는 주차권을 내 차로 옮겨서 주차할 수도 있습니다(예를 들어 스타타워).
보통 차 받는 시간은 오전 10~11시입니다. 간혹 준비(세차 미비 또는 주유)가 늦어져 이 시간을 넘길 때도 있습니다. 전날 시승했던 사람이 반납을 늦게 하는 경우도 있구요.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면 정말 화가 나죠. 예전에는 한 일간지 아저씨가 반납을 잊어버리고 집에서 자고 있더군요. 그 집 찾아가 차를 받은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1박 2일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오전에 받았으면 내일 오전까지 반납하는 것이지요. 확실히 시승 시간이 길어진 것을 느낍니다. 10년 전만 해도 차종을 막론하고 하루인 경우가 많았지요. 근데 어느새 1박 2일이 기본이 되었네요. 물론 값비싼 차는 여전히 당일입니다. 포르쉐는 당일이 많고, M3도 오후만이라는 제한이 붙습니다. 지금까지 집에서 재워본 차 중에 젤 비싼 차는 BMW 760Li였네요.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못했던 기억이ㅡㅡ;
안면도에서의 투아렉 V10입니다. 멀리 다니던 시절;;
그리고 시승을 떠납니다. 시승 코스는 뭐 매체나 기자, 또는 사진 기자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잡지에 있었을 때는 사진 기자도 여러 명이었고 비주얼이 위주기 때문에 멀리 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옮겨온 후에는 시승 이외에도 고정적으로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사진 기자도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코스만을 갑니다. 제 경우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시승차를 받으면 기름은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시승 중에 기름이 모자라면 업체에서 추가로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기자가 넣고 회사에다 영수증을 올려야 하지요. 물론 디젤차는 엄청나게 달리지 않는 이상 기름이 모자라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반면 배기량 좀 있는 가솔린은 모자랄 때가 있지요. 지금까지 타본 차 중 기름 게이지가 가장 팍팍 떨어졌던 차는 닷지 다코타입니다. 2박 3일을 탔는데요, 정말 무섭게 떨어지더군요.
시승 중에 발생한 과속 딱지는 기자 부담입니다. 예전에는 업체가 부담을 했는데 요즘은 다 기자한테 날아옵니다. 저도 한 번 걸렸습니다. 쌍용 무쏘 스포츠로 130km/hㅡㅡ; 시승차가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합니다. 실질적으로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본인과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사고는 나면 안 되겠죠. 작은 사고라도 말이죠.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작은 사고라도 발생하면 다음 시승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도 손해지만 그 뒤에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피해가 가지요. 앞차가 사고 나서 시승을 못했던 경우가 여러 번 있습니다. 그리고 시승차도 어느 정도는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오늘부터 시승차를 돌린다고 한다면 이 차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여러 매체를 전전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받는 사람은 상태가 영 아니게 되지요. 시승차는 한 대인데 매일매일 ‘오전 반납’을 거치게 되면 정비할 시간도 별로 없게 됩니다.
예전에 Z4와의 비교 시승을 위해 박스터를 다시 빌렸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박스터는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에 나갔다 온 직후여서 상태가 소위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러면 정확한 판단이 힘들죠. 이것은 좀 한 예이고 비슷한 사례는 무척 많습니다. M3나 재규어 XJR, 혼다 어코드 등은 시승하는 동안 차가 떨더군요, 이렇게 되면 “아마 시승차만의 문제인 것 같다”가 되는 거죠.
시승을 마치고 집에다 주차를 시키면 일단은 끝입니다. 저녁에 다시 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주된 이유는 다른 할 일이 있는 게 가장 크고, 밤에 나갔다 오면 주차하기가 힘듭니다. 물론 다음에 시승하기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시간을 내서 한 밤중에도 나갑니다. 대표적인 예가 국산차죠. YF 쏘나타 받았을 때 너무 귀한 시승차라고 생각돼 오밤중에 다시 한 번 탔습니다. 왜 흔한 국산차가 귀하냐구요?
아이러니하게도 시승차에서만큼은 국산차가 훨씬 귀합니다. 수입차는 판매가 계속되는 한 시승차를 돌립니다. M3나 RS4처럼 소량 판매가 아니면 말입니다. 따라서 수입차는 한 번 시승하고서 한참 나중에 섭외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산차는 다릅니다. 국산차는 정해진 기간에만 시승차를 돌리고 이후에는 싹 사라집니다. 따라서 그 기간 중에 시승을 못했다고 하면 이제 기회는 없다고 봐야합니다. 물론 지인의 차를 타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게 여의치는 않습니다. 따라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국산차 타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기아 K7도 이제 조금 지나면 시승차가 없을겁니다. 시승차 사라지기 전에 타봐야합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K7 타러갑니다. 단체 시승이더군요.
이렇게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차를 동시에 진행할 때가 있습니다. 좋다고 번갈아서 막 타면 느낌이 막 섞이는@@
다음날 오전에 시승차를 반납하면 이제 시승기를 써야 하는 숙제가 남죠. 시승은 좋지만 시승기는 쓰기 싫은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시승만 하고 시승기는 안 쓰는 게 제 소원입니다. 근데 시승기 안 쓰는 시승은 잘 기억에 안 남더라구요. 멍 때리고 타서 그런가요?
시승기의 양과 쓰는데 걸리는 시간도 천차만별입니다. 손이 빠른 사람은 당일에도 쓰지만 느린 사람은 월초에 시승한 게 월말에 나올 때도 있습니다. 시승기에는 어쩔 수 없이 시승자의 주관적인 느낌과 취향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또 보이지 않는 압력도 있구요. 다음에는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출처 : 오토씨 블로그 (http://autocstor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