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길어요.
제 남친은 군인이었습니다.
이젠 남친도 아니죠.
아무튼 글의 이해를 위해 남친이라고 하겠습니다.
알고 지낸 지는 1년 반 쯤 되구요.
작년 여름에 알게 됐고 본격적으로 연락한 건 작년 겨울부터였습니다.
올 해 초에 군 입대 했어요.
제가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 마음 여는 걸 잘 못해요.
남친이 그 때 제 마음을 두드려줬고, 제가 망설이니까 열릴 때 까지 기다려줬습니다.
제가 너무 힘들 때, 비록 몸은 멀리 있어도 항상 든든하게 옆에 있는 것 처럼 해줬어요.
그러다 제가 제 사정도 있고 해서 '연락 그만하자.' 했지만 너무 그리워서 다시 그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 때도 그 사람은 그대로 였어요.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때부터 제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저한테 사랑한다고 말했고
저도 사랑했기 때문에 비록 입대를 앞둔 사람이었지만 2년 거뜬하게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우린 친구도 아니고 확실한 연인 사이도 아닌 상태로 남친은 입대를 했고,
하루 하루 빠짐없이 남친에게 편지를 썼고
필요한 생필품, 샴푸같은거 비누 칫솔 폼클렌징 소포로도 붙여줬었구요,
입대 한 남친을 대신해 제가 '내가 너 2년 기다려도 되냐' 고 했습니다.
대답을 바로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군인이라 많이 망설였나봐요.
그래서 전 3달 가량을 대답만 기다리다가
나의 착각이었구나 싶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를 떠나버렸습니다.
사실 제 남친은 이빨 까는 거 일 수도 있는데 본인 말로는 50명 가량 사귀어 봤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주변에 항상 여자친구들이 많았고,
대답 기다리는 저의 입장에선 여자친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내 편지 잘 받았냐, 전화 잘 받았다, 내 목소리가 뭐가 안 반가운 목소리냐, 보고싶다 등등...
한 명도 아니고 정말 4~5명?쯤 되는 친구들이 저런 글을 남기더라구요.
그래서 힘들다는 티도 내봤는데 매일 딴 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떠보고 싶었는지 자꾸 저를 친구라고 칭하고 하길래 아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그를 떠났어요.
참.... 너무 힘들더라구요. 내 첫 사랑이었는데...
그 뒤로 전화 한 통 오길래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싶어서 받았는데
말을 얼버무리면서 그냥 전화해봤다고 하고 끊더라구요.
그 뒤로 2달 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 올해 여름에 첫 휴가를 나와서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전 얼떨결에 받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좀... 웃기더라구요.
왜 그 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 다시 연락해서 아무렇지 않게 너스레를 떠는지...
휴가 나와있는 동안 전화하고 문자 하길래
전과는 다른 태도로 그를 대했습니다.
너 왜 전화했냐고 하면 전화 하면 안되냐고 하고 전 처럼 쟈기 쟈기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날 대하는 그 놈이 싫고 야속했어요.
그래도 아직 마음이 남았었는지, 틱틱대며 전화는 다 받아줬습니다.
어차피 전 뭐 그 때 다 마음 닫아버렸고,군대 들어가면 사람이 그렇게 그립다던데
전화 한 통 받아주는게 뭐 어렵나 싶어서 제 친구들이 그렇게 싫어했던 남친의 전화를 다 받아줬고
그렇게 3달 동안 연락했습니다.
연락 할 때 마다 남친은 이렇게 말했어요.
"변했네..." , "변했다 너"
솔직히 변했습니다. 전 그 때 정말 너무 힘들었거든요.
주변에 여자 많고 자기 마음 확실히 못해 준 걔의 태도도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에 10박 11일짜리 정기 휴가를 4박 5일로 잘라서 나왔어요.
그 때 잠깐 보자고 했는데 제가 면접도 봐야하고 그래서 못 만났거든요.
멀리 살아서 그냥 얼굴도 못보고 복귀했습니다.
그 때도 남친이 그러더라구요.
"너 변했다"
그러길래 제가 말했습니다.
"맞아 솔직히 나 변했어ㅋㅋ"
가을에 나온 휴가 때도 쟈기 쟈기 하면서 사랑한다고 하길래
제가 남한테 무안 잘 못주는 스타일이라
"뭐" "즐" "어" 이렇게 단답식으로 말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다신 안 저럴 것 같아서요.
근데 복귀 전날 밤 문자를 하더라구요.
남친 : 내 맘 알지?
나 : 내 맘부터 알아줬으면 좋겠다
남친 : 니 맘이 뭔데
나 : 멀어서 안돼
남친 : 뭐가 멀어?
나 : 알거라 믿어
남친 : 집 말하는거야?
나 : 응
남친 : 하긴 많이 멀다
나 : 그니까 안돼
그리고 복귀 날 아침 문자가 왔습니다.
남친 : 나한테 할 말 없냐
나 : 조심히 들어가
남친 : 멀면 좀 어때서
나 : 싫어 안된다고 했다
남친 : 내 친구도 장거리다
나 : 안돼 안되는 건 안되는거야
남친 : 돼. 마음 돌려
나 : 미안
남친 : 미안하다 난 왜이렇게 항상 느릴까 난 이제 결심했는데
나 : 니가 뭐가 미안해
남친 : 아... 니가 너무 좋은데 답답하다
나 : 그럼 연락 하지 말까?
남친 : 아니야 그건 싫어 그냥 내가 포기할게^^
그렇게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복귀했다고 전화가 왔어요.
응 그래~ 했는데 할 말이 있다면서 얘기를 하더라구요.
자기가 여태까지 너한테 너무 받기만 한 것 같다고, 그거 다 갚을 때까지만 만나자고.
다 갚은 후에 자기 차버려도 좋으니 기회를 달라고...
전 말했습니다.
난 그때 너무 힘들었고 힘들게 지내면서 너 다 정리했다고.. 그리고 넌 너무 멀다고
그랬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뭐가 머냐고 우린 같은 대한민국 사람 아니냐고... 몸은 멀리 있어도 항상 가까이 있는 것 처럼 잘 하겠다고 합니다.
수차례 거절을 하고 설득을 해봤지만, 기회를 한 번만 더 달라고 하는 남친이었고
그 때 왜 내가 떠날 때 잡지 않았고 이제 와서 이러느냐니까
그 땐 이등병이라 나 힘든 것 밖에 몰랐고, 지금 짬이 좀 되니 되돌아 볼 시간이 많아졌다고
생각해 보니 내가 너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저는 속마음 얘기 해 준 것 만으로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얘기 했어요.
내가 그 때 아예 정리를 해버려서 아마 마음 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관계정리가 확실하지 않은 남친 때문에 만약에 우리가 헤어지게 되면 그 땐
연락하지 말고 지내자고...
저희는 그렇게 힘들게 드디어 '연인' 사이가 됐습니다.
전 남친이 그렇게 말을 했기 때문에 남친을 믿었습니다.
본인 입으로 잘하겠다고 했고, 기회를 달라고 했기 때문에 이젠 나만 볼거라고 믿었어요.
남친 말 대로 군대 안에 있으면서 매일매일 전화를 해줬고 외롭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믿었습니다.
우리 사이 적어도 1년은 갈 줄 알았습니다.
이번 달에 남은 정기휴가 5박 6일짜리 나와서 '연인'이 되고 첫 만남을 가졌어요.
알고 지낸지는 오래 돼서 대화도 많이 친구 같았는데
막상 '연인' 으로 만나니 많이 어색하고 쑥스러웠습니다.
장거리였기때문에 우리 한테 주어진 시간은 하루 뿐이었고
그 하루를 너무 어색함 속에 보내버렸네요.
남친과 첫 키스를 하고 저희 집에서 재운 뒤 다음 날 내려 보냈습니다.
내려가서 이틀 동안은 평소처럼 사랑한다 보고싶다 연락하더니
휴가 4일 째 부터 연락이 안되더라구요.
남친을 믿었지만, 그래도 여자에겐 헤픈 남친이라 조금씩 불안해졌습니다.
혼자 생각했어요.
그래, 지 폰 쓰는 것도 아닌데... 기다리다 보면 연락 오겠지..
지금 친구들이랑 술먹고 있느라 연락 못하는 거겠지.....
문자 한 통도 없더라구요.
매일 컴퓨터는 할텐데 미니홈피에 연락 못해서 미안하단 말 하나도 못남겨주나...
너무 미웠습니다. 섭섭했구요...
그 전부터 이해하는게 습관이 돼서 그런지 전 이해하려고만 하고 있더라구요.
친구 꺼 빌려서 문자 한 통 해주는게 그렇게 어려운가 싶어서
복귀 날 배웅 하면서 얘기 꺼내봐야겠다 했습니다.
서울역에서 얼굴을 보니 막상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동서울까지 가는 내내 딴 곳만 쳐다보는 남친을 보면서
'마음이 떠났구나...' 하는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남친을 버스에 태우고 잘가라고 손 흔들어주고 뒤 돌자마자 역에서 울어버렸네요.
일 가는 내내 지하철에서 눈물 찔끔찔끔 흘리고 잘 들어갔다는 연락 기다리다가
그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일찍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네이트를 키니 일촌온에 남친이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대화를 걸었는데 왠일인지 수락을 하지 않더라구요.
날 피하는구나 싶더군요. 화가 치밀어 올라서 계속 대화를 걸었는데 이번엔 거절을 합니다.
그래서 쪽지로 너 왜 나 피하냐고 우리 얘기좀 하자고 뭔가 지금 우리 사이 이상하다고...
읽었는데 씹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길 반복하고 남친이 쪽지로 거짓말을 합니다.
대화창 안떴다는 둥 왜이러냐는 둥ㅋ
대화 창이 안떴으면 거절을 누를 수가 없겠죠.
일단 얘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제 쪽지를 쌩깝니다.
얘기하기 싫냐고, 피하기만 하지 말라고, 니가 뭐라고 하든 너 안미워 할테니까 무슨 말이라도 하라고...
다 쌩깝니다.
그래서 쪽지 한 개 더 남기고 접속 끊었습니다.
너 왜 들어가서 연락 안했냐, 하루종일 기다렸지 않느냐, 휴가 때도 연락 안하더니...섭섭하다
얘기좀 하자
답장이 와 있더군요.
휴가 나가서 폰 만진 적도 없다고, 노느라 연락 못한건데 왜 연락 잠시 안된걸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3일이 잠시라고 하네요.
부대 안에 있는 것도 아닌데 휴가나와서 3일 연락 안한걸로 뭐라했다고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 좀 해보자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잘못한건가?
내가 이해심이 부족한건가? 한참을 생각해봐도 납득이 안돼서
새벽에 방명록에다가 서운함의 글을 써놨습니다.
너 연락 못한거? 그래 솔직히 이해하는데 서운하다고
여친이 남친한테 연락 안한거가지고 좀 뭐라고 하는게 내가 이상한거냐고
내 친구들은 니가 내 남친인거 다 아는데 니 친구들 중에 내가 니 여친인거 아는 애 몇명이나 되냐고..
그 동안 섭섭했던 것들 다 적어놓고 마지막에
그래, 니 말대로 생각 좀 해보자
너 하자는 대로 할테니 시간 갖고 생각해 본 후에는 얘기 좀 꼭 하자
기다리겠다
너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쓴 건,
남친 마음이 떠난 걸 느꼈고, 떠난 사람 잡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써 둔거였어요.
ㅎㅎ 그 다음날 아침 저 어이없게 차였네요.
전화로 얘기 한 것도 아닙니다.
싸이 쪽지에요.
친구일 때가 더 낫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내기 싫답니다.
일촌 일단 끊어놓겠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놓고 하는 말이 그래도 이렇게 쌩까고 지내긴 싫으니까
친구하고 싶으면 다시 신청해달랍니다.
울지 말랍니다...
전 뭣도 모르고 남친 걱정만 했습니다.
-그래, 니 뜻이 그거라면 알았다
-잘 지내고 전역하고 니가 하고 싶던 것들 꼭 해라
병신처럼 남친 몸걱정까지 했습니다.
-아프지 말고 몸 잘 챙기고 이불 좀 잘 덮구자
차였으니 울면 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더 초라해질까봐 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친구들이랑 만나기로는 했으니, 일단 나가서 친구들이랑 아무렇지 않은 척 놀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그 놈 싸이 가봤는데ㅋㅋ
메인 사진에 다른 여자애 사진이 걸려 있더라구요?
훈병 때 부터 좀 뭔가 있는 것 같은 여자애 있었는데
그 여자애 남친 있길래 설마 하면서 신경 안썼는데
그 여자애 사진 메인에 떡하니 걸어놓고 메인 글에 예쁘다는 둥 별 지랄을 다 써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병신새끼 진짜 이렇게 살고 싶나...
저한테 맘 떠난건 어쩔 수 없는데 진짜 헤어지려고 별 거지 같은 이유로 핑계 삼고
다 내가 잘못한 것 처럼 내 책임으로 돌려놓고 딴 년한테 가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진짜 이런 새끼 전역 때까지 기다리기 전에 끝났다는겁니다.
잘한다고? 안변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가 다음 날 집에 내려가기 전에 한 눈 팔지말라고 지랄하던 놈이 저렇게 바뀌었습니다.
옛 정 봐서 다 참으려고 했는데
오늘 절 병신을 만들어놨네요.
방명록에 '너 같은 놈때문에 절대 안울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조금만 비웃을게 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써놨었는데 지 여친한테
이상한 애가 방명록에 이상한 글 남긴다고 짜증난다고 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옛 정 안남았습니다.
부대 찾아갈까요? 와 진짜....... 오만데 찝적대는 거 알고 있었는데 그땐 콩깍지 때문에
억지로 외면하고 있었나봐요.
혼쭐을 내주고 싶습니다.
친구들이 면회 가잡니다. 그 새끼 가만두지 않겠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돌로 머리 맞은 것 처럼 멍하네요.......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개쪽을 줘야 정신을 차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