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5살 먹은 일반 회사원입니다.
오늘 정말 말로만 듣던 성차별 수모를 톡톡히 당하고 왔습니다.
성차별인지 아니면 그냥 술취한 노인이 여자이고 나이 어린 절 먹잇감으로
가지고 논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월차를 내고 친구랑 같이 놀 계획으로
이대에서 만나서 홍대로 가는 7번 마을버스를 탔습니다.
2인용 의자에 나란히 앉았고 저는 습관처럼 다리 한짝을 꼬고 앉았습니다.
저는 체구도 별로 크지 않고 옷도 캐주얼 하고 입고 다니기 때문에
이러한 자세로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정도가 아닙니다.
친구랑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뭐라뭐라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뭐야...하면서 친구랑 계속 얘기를 했는데
자세히 귀기울여 들어보니,
'요즘 기지배들은 어른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질 않나
동방예의지국이 어쩌구 저쩌구....'
결국 제 욕을 하고 있더군요.
듣다보니 어의가 없어서 이때 다리를 풀면
괜히 그 노인네말 수긍하는거 같아 보여서 꿋꿋이 안 풀고 계속 앉아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젠 더 큰소리로
'기지배들이 어쩌구 저쩌구 어른공경도 모르고
지랄...어쩌구 저쩌구...'
성차별 발언에다가 가부장적인 발언들
아주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 다 듣는데서 수모를 주더군요-_-
전 아주 꿋꿋이 앉아 있었는데
앞에 있던 한 할머니도 그 노인네 역정을 들면서
학생 다리 꼰거 땜에 그렇다고 풀라는 식으로 말하고...
아 근데 이 할머니는 이해를 합니다.
진짜 더 어의 없는건
그 앞에 있던 내 또래 남학생? 인가 직장인인가
그 녀석이 저한테
'저기요, 다리 꼬는 거 푸세요.
저 뒤에 할아버지 때문에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피해 보잖아요'
아놔 -_-
그럼 나말고 저 뒤에 있는 노인네한테
그만 민폐 끼치고 조용히하라고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만약 내가 남자고 덩치도 좀 컸으면 찍 소리도 못할 것들이
아주 대놓고 수모를 주더이다...
그래서
'내가 잘못된 겁니까? 내가 아니고 저 뒤에 할아버지가 잘못한건데,
뒤에 할아버지한테 직접 말해야죠!'
이랬더니 그 남학생인지 직장인지 뒤에 할아버지 쳐다보곤 가만히 고개 돌리더군요
에그....ㅉㅉ 그렇게 용기가 없더냐?
뒤에 노인네는
자기가 73살 먹었는데 기지배가 어쩌구 저쩌구 끝도 없이 큰 소리 치고 있어서
정말 못 참겠어서 한마디 했습니다.
할아버지 술 드셨어요? 취했으면 곱게 집에 들어가세요
우리 할아버지는 75살 드셨어도 그런 민폐 안끼칩니다.
(정말 우리 할아버지가 나가서 저런 짓 하고 있으면 쪽팔려서 못다닙니다.)
그 노인네 끝까지 ㅈㄹ 거리면서 버스 내리더군요.
그 할아범 가족이랑 손주 새끼들이 참 불쌍합니다...
저도 제가 오늘 크게 잘했다고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그 노인네한테 버릇없이 말한건
저도 정말 열받아서 그랬습니다.
저 평소엔 노인공경 실천 잘합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나가서 공경받으려면
나부터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 잘 공경해야한다는 주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노인이라고 다 공경받아야 하는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노인이라고 대접받아야 하는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대접받고 싶으면 대접받을만한 행동을 해야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버스에서 다리 한번 꼬고 앉았다가 정말 별꼴이오이다...
그냥 '학생, 젊은이, 어른 앞에서 다르 꼬면 쓰나?'
이러면 '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풀텐데
그걸 가지고 버스 내에서 고래 고래 소리치면서 기지배가 어쩌구 저쩌구...
아주 욕나올 뻔 했습니다.
떠나는 그 할아범 뒤에 저주를 퍼부은 걸로 잠시나마 만족하고
버스 내려서는 눈물 나오더군요...
서러움에 겨운 눈물, 생판 모르는 사람땜에 처음으로 서러운 눈물 흘려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대에서 홍대로 가던 7번 마을버스(번호가 좀 헷갈립니다.;;)에 탔던
그 남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내 또래 그 아이야
너도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놈이더냐?
그렇게 살지 마라...
버스에서 영웅되려다가 당하니까 기분 나쁘지?
앞으로는 영웅되려면 직접 행패 부리는 사람에게 말하거라!
이상으로 분풀이 글쓰기 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