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네요. 올해는 혼자서 보내게 되었지만.
씁쓸한 커피나 한 잔 마시려고 카페에 들어갔는데 문득 작년 겨울이 생각났습니다.
서로의 반대인 면에 끌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수도 없이 다투고 상처줬던 시간들.
몇 년을 그렇게 보내며 지치고 질리고.
하지만 놓질 못하고.
아쉽지만 시간을 되돌린 순 없잖아요.
당신을 사랑한건 정말 잘한 일이지만.
적어도 당신이 내 손을 잡고 있던 그 날들은,
정말 너무 많이 행복했어요.
그렇게 나에게 화를 내고 소리치고, 뒤도 보지않고 저멀리 사라져 버렸지만,
그래도,
당신을 사랑한건 정말 잘한 일.
카페모카와 카푸치노.
마치 나와 당신처럼, 비슷한듯, 달라도 한참은 다른 두 커피.
카푸치노같은 당신.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거품에 커피를 숨기고 마음을 숨기고,
푹신한 거품으로 나의 투정을, 나의 이기심을, 나의 철없음을 한없이 받아준 당신.
아무리 파헤쳐봐도 깊고 푹신하고 새하얀 거품 밖엔 보이질 않았는데.
늘 생각이 많지만 무거운 생크림에 눌려 저 깊이, 싸한 모카향만 내고 있는 나.
날 좋아하냐 날 사랑하냐, 이게 좋냐 저게 좋냐
그렇게 질문을 퍼부어대던 당신에게 왜 난 그 흔한 웃음조차 지어주질 못했을까요?
그 새하얀 거품이 이리 파이고 저리 파여
결국엔 속이 탄 새까만 커피가.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난 그저....
늘 함께 있었지만 너무나 달랐고,
지금은 볼 수도 없지만 어느 순간 한없이 닮아버린 우리.
너무나 다르기에 도리어 잘 어울리는 카페모카와 카푸치노처럼요.
내곁에 당신이 없고 당신곁에 내가 없어 사라진 것들은 많지만,
늘어난 것이라면 한숨과 담뱃재 뿐.
우리 다시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하얀 거품 속에 숨어있는 당신의 까만 속을 난 볼 수 있을까요.
무겁고 씁쓸한 모카 향 속에 숨어있는 달콤함을 당신은 볼 수 있을까요.
우리 다시 만나 커피 한 잔 마시게 된다면,
우리는.
맛있는 커피 한 잔.
요즘 커피를 공부하며 민첩함을 향상시키고 각종 암과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수없이 많은 커피의 이로움, 효능에 관한 글을 보지만,
내게 있어서 커피란 것은,
술보다 더 날 취하게 하고 눈물보다 더 내 마음을 짓밟아놓는
미운 추억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