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일부터 30대에 진입하는 20대 후반(?)직장인 입니다.
틈틈히 이곳에 들어와 글도 읽고, 글을 남기기도 했었는데 요새들어
너무 바쁘다 보니 이곳에 들어올 겨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겨울이에요. 오늘은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12.8도 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요? 그토록 얼리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집 안 얼리기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네요.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안나와 버린 겁니다. 참 속상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어서 근처 상가
에 물을 받기 위해 양동이를 들고, 물동냥을 다녔던 생각이 났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후회없이 살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터질때
마다 자꾸만 눈물이 울컥하고 나오려 합니다. 20살 때부터 29살에
이르기까지 안해본 일이 없이 열심히 살았고, 대학교 뿐만 아니라,
대학원 등록금까지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메꿀 정도로 정말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서 살아왔는데...
참 안타깝게도 여전히 우리집 형편을 어려웠던 겁니다. 아버지께서
9살 때 저를 버리고, 가신 이후로 20년 동안 정말 아비 없이 자란
후레자식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만 그래도 가난
이란 굴레를 벗어나긴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서려 하는데, 주변에 친구들이
좋은 배필을 만나 하나둘씩 결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무너지는
마음을 주체하긴 힘들었었습니다. 환경을 비관한 것은 아닌데, 그래도
형편이 어렵다보니 누굴 만날 생각을 한다는게 참 힘들더라구요.
아니, 누굴 만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하려고 했는데, 일이 많아지다보니 용감하게
살아가기 더 힘들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집안에서 입김이 나오고, 동상까지 걸려서 뭣모르고 벌겋게
부어오른 손을 벅벅 긁었던, 그리고, 방학 때는 결식학생 급식이 나오지
않아 방학보다 개학이 기다려졌던, 25만원 남짓한 고등학교 등록금을
내지 못해 퇴학당할 뻔 했던...
그 코흘리개 꼬맹이가...
4년제 대학교를 무난히 졸업하고, 2년 4개월의 군생활도 무난히 감당하고,
다들 말렸던 대학원도 잘 졸업하고, 지금은 직장생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한때는 아버지의 외도로 파탄난 가정이 너무나 싫어서 수도 없이 죽으려
했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런 가정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위치까지
이르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하답니다.
겨울이요.
겨울은 정말 춥습니다. 배도 많이 고프고요.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돌아볼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길 소원합니다.
올한해 정말정말 고생 많으셨구요. 내년에는 올해 이루지 못한 일들 모두다
잘 이루어지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릴께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
니다.
- H.J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