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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흉부외과 교수님의 퇴임강의

바다위의피... |2010.01.18 13:08
조회 39,622 |추천 45

안녕하세요...

가끔씩 들어와서 그저 사는얘기 감동적인 얘기 보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 가끔은 생각에 잡히기도 하는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두딸의 아빠입니다..

 

의대 6년 인턴 1년 군대 3년 레지던트 4년...

전문의가 되기까지 14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저는 2년째 봉직 생활을 하고 있는 피부과 전문의랍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흉부외과 지원자가 올해도 거의 미달이라고 하더군요...

원래는 칼을 잡는 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가족력이 있는 수전증으로 인해 외과의사의 꿈을 접었지요..

본과 4학년때 흉부외과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글올려봅니다.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시는 교수님은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가장 큰 거목이셨습니다.

국가고시 시험을 앞두고 찌들대로 찌든 저희에게 흉부외과 교수님은 마지막 퇴임 강의를 하셨죠...

 

"내가 레지던트 1년차때 강원도로 파견을 나간적이 있지.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는데..그때 인턴하고 나하고 단 둘이서 응급실을 지키고 있었는딩...엠불런스 소리가 요란한거여...바짝 긴장허고 밖으로 뛰어나갔는디...환자 얼굴이 창백하고 숨을 못쉬는거여...혈압은 60/40이고 의식은 없고....교통사고로 인해 가슴에 피가 고이고 결국 혈흉으로 인해 환자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지....

고민할 틈도 없었어...바로 가슴을 열었는디...엄청나게 피가 쏟아져 나오는거여...

환자와 밤새 씨름허는 사이에 가족들이 왔다...내 손을 붙잡고 선생님 고맙습니다 허는디....아마 그게 내가 의사로 40년을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인거 같어....."

 

교수님의 말씀은 이어졌습니다..

"만약에 ...내가 다시 그런순간에 놓인다면 나는 똑같은 의료 행위를 할것이여...

더이상 미련도 없고, 단 한명의 목숨이라도 구할수 있다면 나는 더이상의 보람이 없을것인게....

그런디....니네들은 그렇지 말어라.....

니들은 의사로 살아온 인생보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더 깅께....

보호자 동의가 없이 병원이 아닌곳에서 함부로 의료분쟁의 소질이 있는것에 댐비지 말란말이여......우리 의료현실이 그렇다...

 

그렇죠....요즘은 의사들이 방어진료를 합니다...

간단한 충수돌기염(맹장) 수술에도 반드시 보호자 동의 서약을 하고...심지어는 수면내시경을 할때도 서명 받기도 하니깐요.....

 

또한가지 말씀....

"의사는 말이여...돈을 쫓으면 반드시 사고를 친다....그렁께...돈에 욕심을 내덜 말어...

돈이란거는 열심히 살고 열심히 환자보다보면 자연스레 따르는 것잉게...

그걸 인생의 목표로 삼는 순간부터...의사로서의 삶이 너무 고달퍼 질것이여....

이 말은 꼭 명심했으면 좋겄다...."

 

저희는 기립박수를 보내드렸습니다....

 

후배양성에 대해 늘 걱정했던 교수님...

오늘 흉부외과 미달이란 뉴스를 보면서...

돌아가신 교수님께서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의료현실을 보면 얼마나 개탄스러우

실까요.....

저희들에게 삶의 지향점을 제시해주셨던 교수님이 너무 보고 싶어집니다....

의사로서 살아간다는것...

대한민국의 전문의로 살아간다는 것이..

잘못된 의료환경하에서 흉부외과 의사가 성형, 피부, 비만을 할수 밖에 없고 외과의사가 예방접종이나 감기 치료를 하는 이현실이 암울해 보입니다...

오늘은 교수님이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추천수45
반대수0
베플대학생|2010.01.18 14:50
이 글에서 훈훈함을 느낍니다 ㅜㅠ
베플점바기.|2010.01.20 10:39
내가 봐온 의사들의 3/5 돈만 밝히는 의사들이 대부분이었고, 국내외 제약사들에게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었으며, 세금 신고가 안되는 진료 외 수입이 더 많았으며, 세상에서 가장 드러운 것이 의료계였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 생명을 다루는 소중한 일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동경과 신뢰가 어느 한 순간 다 무너졌다. 글쓴이와 글쓴이의 스승인 교수님 같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의료계를 바로 잡아 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베플굿|2010.01.20 08:32
와 저도 그 교수님께 기립박수를 쳐드리고 싶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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