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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거래 드라마

안녕하세요.

이제 곧 군대를 가려고 준비 중(노는 중?)인 21살 대학생입니다.

 

지금부터 쓰려는 얘기는 다름이 아니라 이사 얘기입니다.

 

누구라도 저희 가족 입장이 되면 분개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이지요.

 

글이 길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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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집이 집을 새로 구해서 급하게 이사를 가려고 해요.
 
그래서 집을 내놨어요.
 
이사가는 곳은 은평구 쪽인데
 
뭐 지금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는 않아요.
 
집을 내놓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집본다고 사람이 찾아오죠.
 
그렇게 한 2주? 3주 정도 지났네요.
 
그러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계약 얘기 꺼내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주에 계약이 급 몰리는 거에요.
 
그래서 보니까
 
대구에서 온 사람 한 명,
 
저쪽 다른 데서 온 사람 두 명,
 
그리고 자취방 구하는 학생들까지 해서
 
총 네 파가 갈리게 됐어요.
 
근데 대구에서 온 사람이 가장 빨리 왔고,
 
자기 딸이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꼭 좀 계약해달라고 그랬어요.
 
그러다보니 저희 아버지께서는 고민할 수밖에요.
 
당장 계약하자는 사람이 셋인데
 
미뤄달라는 사람이 있으니 당연한 수순이죠.
 
그래서 몇 번 전화하면서 대구 그 사람에게 확답을 받아냈어요.
 
무조건 3일 뒤(1월 27일에) 계약하는 거다,
 
일단은 가장 먼저 오셨으니 다른 사람에게 안 팔고 믿어보겠다.
 
뭐, 이런 식으로요.

 

가계약을 왜 안 맺었냐는 분들도 계실 텐데,

 

물론 가계약 얘기도 나왔지요.

 

가계약도 일단은 계약이기 때문에 정계약을 맺을 때까지는 소유권이 애매한 상태가 돼버리죠.

 

물론 집에 대한 권리는 전적으로 저희 측에 있습니다만,

 

이 집에 대한 처분 권리 만큼은 가계약 맺은 쪽과 겹치게 되는 거죠.

 

가계약을 맺은 뒤 다른 사람이 더 좋은 조건으로 직거래를 하자고 해도 못하게 돼버린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가계약이 정말 애매한 건, 가계약 이후에 정계약을 언제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만약 가계약을 1달짜리로 끊었다가 그 후에 깨지면?

 

사람들 다시 구해야 됩니다.

 

할 짓 못 되지요...
 
그리고 1월 27일이 왔죠.

 

그 사이 이틀간 사람들 엄청 왔다리 갔다리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외출금지^^*

 

아버지께서도 고생하셨지요.

 

몇몇 온 사람들이 계약 얘기를 꺼내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께서는 똑같은 얘기를 할 수밖에요.

 

'지금 먼저 얘기를 꺼낸 분이 있어서 바로 거래하기는 불가능하고,

그 분과의 계약이 깨지면 그때 다시 얘기해보도록 합시다'

 

대충 이런 식의 얘기를요.

 

사실 먼저 계약 얘기 꺼내신 분들도 어처구니가 없었겠죠.

 

벼룩시장이랑 부동산에 나와있길래 찾아왔더니 직계약 안 해준답니다.

 

헛걸음한 거죠? 저라도 열받을 듯 하네요. 이런 제길.

 

그렇습니다.

 

대구에서 온다는 그 사람 덕분에 저와 제 아버지만 나쁜 사람이 된 것이지요.

 

아무튼 오늘 오전까지 집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결국 똑같은 말만 하면서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요.

 

믿기로 했으니 믿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대략 12시쯤 돼서 계약한다던 그 대구 분이 왔지요.
 
집을 좀 둘러보더니(계약한다는 말은 전화로만 하고 온 적이 없었음)
 
갑자기 계약을 안 한다고 하더라구요!?
 
ㅡ,.ㅡ;;
 
뭐 이런 멍멍이 같은 경우가 다 있나 싶었죠.
 
아니, 집 거래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때문에 계약을 3일이나 미뤘는데 이 무슨 행패란 말입니까 ㄱ-!?
 
취소된 계약만 수 건이요, 소요된 시간만 3일입니다.
 
그런데 뭐 어쩌겠습니까.
 
집을 강매할 수는 없으니 곱게 넘어갔지요.

 

저도 속으로 욱해서 욕이 나올 뻔했는데,

 

저보다 성질 급하신 아버지께선 더 하셨겠지요.

 

그 자리에서 주먹 안 날아간 게 정말 다행입니다.
 
화가 난다고 멱살잡고 얼굴을 후려서 딸조차 못 알아보게 만들 순 없잖아요.
 
그 사람이 가고난 뒤 뒷담화는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사람을 농락했으면 그 후폭풍 정도는 감당해야지요.
 
그것이 인생이니.
 
아무래도 그 사람은 오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버지께서는 드디어 집이 나가나 하셔서 내심 기대하셨었나 봅니다.

 

그런데 계약은 빠직 하고 박살이 나서 8:45 저 하늘로 날아가버렸지요.

 

아버지와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는데 아버지께서 그러시더군요.

 

사람을 더 이상 믿나 보라고.

 

어지간히 충격이 크셨던 모양입니다.

 

사실 일하시는데 집 비어있으면 잠시 중단하고 집까지 왔다가 다시 일하러 가고..,.

 

그런데 계약하자는 사람이 거의 2주 동안 없고...

 

이거 솔직히 제가 봐도 사람 할 짓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기대가 크셨을 수밖에요...

 

평소 사람을 좋아하던 아버지께서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다니...

 

아버지의 씁쓸한 표정을 보며 저는 짜장면을 얌전히 삼킬 뿐이었습니다...

 


 


아, 드라마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여기서 끝나면 주제가 '사람을 믿지 말자'가 돼버리잖아요?

 

저 그렇게 암울한 사람 아닙니다.

 

밝고 희망찬 20 초반 청년이에요.

 

군대만 생각하면 짜증이 치솟지만 갔다 와야죠. 남자니깐. 

 

아무튼 제 군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아버지께서는 말도 못 걸 정도로 화가 나셨어요.
 
사람 한 번 믿었다가 독박을 쓴 모양새가 됐으니 열받으실만 하지요.
 
그래서 한참 화내고 짜증내는 와중에 한 통의 전화가 왔어요.
 
집을 보러 온대요.

집 얘기에 짜증이 나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어요.

 

먹던 짜장이 뇌 속으로 흘러가는 기분이었지만 아버지께서 마중나간다고 했죠.

 

하긴, 집 얘기에 화가 나도 팔긴 팔아야 하니 어쩔 수 없지요.
 
그리고 집을 보러 왔어요.
 
그런데 표정을 보아하니 별로 마음에 안 드나봐요.
 
사실 우리 가족이 올 때도 싼 맛에 왔으니 그럴 만도 해요.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도 분노하시고 저도 그러한 상태.


집 보러 온 사람의 표정까지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죠.
 
'아. 시아이스크림바 이사 언제 가?'
 
거기다 집 보러 온 분 말투가 어눌해서 듣는 사람 짜증을 유발하는 말투셨어요.
 
덕분에 저와 아버지께서는 거의 분노가 MAX에 다다랐어요.
 
누구나 이사를 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나날이 다른 사람들이 집 보러 오는 거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집이라도 비는 날엔 한 명은 약속이고 뭐고 다 취소해야 해요.

 

게다가 저희 집은 현재 아버지랑 저만 살고 있기 때문에 확률이 50%.

 

아, 아니지. 아버지 일 나가시니까 좀 양보해서 80%.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데 즐겨지겠어요, 이게?
 
 
2주째 집에서 못 나가고 있어요. 생일 제외하고.
 
살려주세요... 는 나중 얘기고.
 
 
아무튼 상황이 그렇다보니 아버지께서도 '아짱나' 상태셨어요.
 
그렇게 한 5분 둘러봤나?
 
현관 앞에서 집 보러 온 사람이 말을 하는 거에요.
 
 

 

 

 

 

 

 

 

 

 

 

 

 

 

 

 

 

 

 

 

 

 

 

 

 

 

 

 

 

 

 

 

 

 

 

 

 

 

 

 

 

 

 

 

 

 

 


"계약할게요."
 

 

 

 

 

 

 

 

 

 

 

 

 

 

 

 

 

 

 

 

 

 

 

 

 

 

 

 

 

 

 

 

 

 

 

 

 

 

 

 

 

 

 

 
 
....................ㅇㅇ?
 
제가 잘못들었나요?
 
아버지께서 잘못 들으셨나요?
 
 
"계약할게요."
 
 
.........................????
 
 
 
..............ㅡ,.ㅡ!? 헐!?
 
이것은 역전 만루 홈런?
 
이것이 상거래 드라마!?
 
 
그 옛날 집신 500켤레 계약 맺고 일주일 밤낮을 새 집신을 완성했지만
 
계약한 사람이 양갓집 규수와 눈이 맞고 딴 데로 이사가 계약이 파기되고
 
또 다시 일주일 밤낮을 술로 지새려던 생각에 흥분돼있던 장인에게 지나가던 옥션 구매자가
 
'오오, 이것은 연세키 집신이 아닌가'
 
하면서 통짜로 500켤레 구매하는 것보다 더 화려한 반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덕분에 지금 아버지께서는 계약하러 복덕방 가시고
 
저는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곧 이사가겠네요.
 
정리만 끝나면 나도 외출할 수 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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