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20대중반을 두번 넘긴 처자입니다.
작년 가을에 있었던 조금은 황당한 얘기를 들려드릴까합니다.
저와 제 친구는 가끔씩, 아주아주 가끔씩 씨푸드 뷔페를 갑니다.
무려 한달전부터 디데이를 정해 놓고 돈을 바짝 모으죠.
저희가 그나마 가는곳은 마포에 있는 뽀로리 친구, 보x보x라는 씨푸드 뷔페중 가장 비싼곳이더라죠.ㄷㄷㄷ..
무려 1인당 4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VAT포함) 그런 후덜덜한 곳입니다.
거진 1년만에 가보는 곳이라, 저흰 나름 뷔페에서 계획적으로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갔습니다.
항상 갈때마다, 닥치고 고기와 초밥을 입에 왕창 처넣었기 때문에 많이 먹지도 못하고 배불러 나와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만 연출했었던 터라 저희 나름의 치밀한 작전이었던 거죠.
처음은 스프와 샐러드로 속만 살짝 감싸주고 회로 시작해서 고기류와 초밥류, 튀김류를 먹고 나중에 디저트를 먹기로 했습니다.
먹을때도 구부정하게 앉아서 먹으면 잘 내려가지 않아, 소화도 안되고 많이 먹을 수 없을거라는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허리도 똑바로 세워서 천천히 입에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포크질 마저 백조처럼 우아하고 도도하게..
남들이 봤으면 쟤네 뭐하는 애들이니? 하는 표정과 행동...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네요.
그렇게 2번째의 접시를 비워갈때쯤, 저희 옆자리에 한 커플이 앉았습니다.
직원분께서 "이제부터 식사 하시면 됩니다." 라고 말하길래 "아..이제 온 사람들이구나. 쟤들도 대게부터 먹으러가겠지?" 이러면서 친구랑 소곤거리며 힐끔 바라봤습니다.
(여기 오는 손님들 80%가 오자마자 대게부터 찾으러 가더라구요.)
두분이 음식 테이블에 갔다가 돌아오며 접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데...
...응?
지금 내가 보고있는게 쿠키랑 케이크가 맞는건가? 우와..저 사람들 정말 신기하네.
디저트부터 시작하다니..
남자든, 여자든 두분다 접시 위에 미니케익 두조각과 종류별 쿠키 대 여섯개를 담아오셨더라구요.
저랑 제 친구는 좀 황당한 표정으로 저쪽 테이블을 봤다 서로를 봤다 하면서 또다시 수군거렸습니다.
"야야! 쟤들은 무슨 여기와서 케익이랑 쿠키부터 먹냐? 웃긴다!"
"혹시 저쪽 자리에서 식사 끝내고 옮겨온거 아냐?"
"아니지. 아까 직원이 식사 시작하라고 하고 갔잖아. 온지 얼마안되보이는데.."
이렇게 오지랖 넓게 걱정하면서 잡담을 떨었습니다.
그와중에도 저희의 손짓은 백조처럼 우아하고 도도하게..
대충 그 커플을 관찰한 결과, 이제 막 커플로 발전하려는 그런 관계인듯 했습니다.
나이는 20~21세 정도 되는 대학생이랄까?
서로를 조심스럽게 떠보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약간 견제하는 모습도 보이고...
뭐 그런 순수한 공기를 뿜어내더군요. ...쳇!
저흰 한창 3번째 접시를 비우고 4번째 접시를 도도하고 우아하게 먹고있는데 그 커플도 두번째 접시를 가져왔더군요............................................응?
또 쿠키랑 케익?????그것도 아까와 같은 갯수!
저와 제 친구는 급 머리를 맞대고 혼란에 빠져버렸습니다.
"야! 혹시 여기에 디저트 타임 생겼나?"
"그,그런가? 아닌데..여기에 그런게 생길리가 없지. 디저트도 그냥 그저그런데 저거 가지고 무슨 디저트 타임!"
"그그그그럼 뭐야 저것들! 야! 나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해. 왜?! 우린 이렇게 도도하고 우아하게 먹을려다가 결국 체면이고 나발이고 던지고 처묵거리는데! 어째서! 저것들은 디저트따위로 메인디쉬를 먹는건데!"
"혹시..저 남자..알고보니 소심한 대기업 삼남아닐까? 아니면 성공한 소심한 벤처사업가? 아니면..여자가 부잣집 딸?? 근데 그런 사람들이 이런데 오긴할까? 더 고급스런데 가지 않을까?"
"혹시 여기 처음 온거 아냐? 그래서 저거 먹는거 아니라 생각하고 디저트만??"
"아..나 머리아파. 왜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해야하는거야. 나 신경쓰기 싫은데 막 신경쓰여."
저희를 혼란스럽게 한 커플을 뒤로 한채 , 쓰린 속을 달래려 5번째 접시를 풍성하게 하기위해 테이블 주위를 또다시 서성거렸습니다.
마침 디저트 코너를 지나칠때, 어디선가...낯익은...하지만..익숙하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군요.
"와~ 이거 맛있겠다. 우리 이 쿠키 먹을까?"
"난 아까 그거 먹었어. 이번엔 이 케익 먹자!"
"이 스틱 초코 좀 묻혀봐."
...........................왜? 대체 왜??
왜 3번째 접시까지 니넨 디저트니??
왜? 왜 자꾸 나를 혼란속에 빠트리니..??
응?응?응??!!
동공이 풀리고 멍한 상태로 자리에 돌아와 초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전 넋을 빼놓고 있었습니다.
잠시후 도착한 제 친구가 왜 그러고 있냐고 묻더군요. 전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잠시후 저와 제 친구는 몇분전 제가 하던 행동을 함께 하고 있더군요.
또 다시 잠시후, 그 커플이 왔습니다.
남자....이번엔 나름 용기내어 본 듯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건 바로 연어 샐러드 두조각이었습니다....
것도 비루하게 양파 두조각까지 얹어있더군요.
하하호호 담소를 나누며 먹는 그 커플을 힐끔거리며 저흰 그저 말없이 눈짓으로만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물론 알아들을리 없어서 입을 열고 조용히 얘기했습니다.
"남자가 드디어 모험을 시작했어. 이제 본격적으로 먹겠지? 샐러드잖아! 저애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샐러드부터 먹을거였는데 디저트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저것들 부터 먹었을거야! 그렇겠지??"
"그그그그그래. 먹겠지. 근데..20분 정도 남았는데 과연 이제 부터 먹는다고 될까? 아 뭐, 우리같은 백조의 식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하지만 잠시후!!
유주얼 서스펙트와 식스센스를 잇는 대 반전이 펼쳐 질 줄이얏!!!
그 여자. 포크를 내려 놓더니 한마디 합니다.
"아..너무 많이 먹었더니 배불러."
"너 억지로 먹었지?"
"웅. 꾸역꾸역 먹었더니 터질거같아."
터질 거 같아
터질 거 같아
터질 거 같아
.....우리 배는 한계가 없는 애드벌룬이냐!!!!!!!!!!!!!!!!!!!!!!
어이없고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민망하고..차마 얼굴을 들 수 없어 살짝 내리깔고 백조처럼 도도하고 우아하게.........는 개뿔 미친듯이 남은 접시를 비워갔습니다.......
1부 저녁 마감시간이 되고 계산하러 빌지를 들고 카운터로 가려는데 옆의 커플도 일어나더군요.
"야야!!혹시 몰라. 디저트 타임일거야! 우리랑 가격이 틀릴게 분명해!"
"....기대하지마."
저희는 부가세 포함해서 총 81,400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우린 그 커플뒤로 잽싸게 서서 계산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계산서를 내고 직원이 입을 여는 순간!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총 81,400원 입니다."
................
그렇게 저희는 그 커플과 이별하고, 삼성역까지 그저 멍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 없이 걸어왔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뭔가 마음 한 구석이 아리고, 찌릿거리고...온 몸에 기운이 없던지.
우리를 힘들게 만든 그 커플의 정체는 과연 뭘까요?
전 아직도....아직도...내 귓가에서 맴도는 그 말을 잊을 수 가 없네요.
[꾸역 꾸역 먹었더니 터질 거 같아]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마감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