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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인 관광휴양지, 일본 유후인(由布院)

김형석 |2010.02.10 17:31
조회 1,006 |추천 0



친환경적인 관광휴양지, 일본 유후인(由布院)


토토로가 살고 있는 동화속 마을을 찾아서



[문화기행]윤혜영 / 수필가










2010년 02월 10일 (수) 09:41:46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 일본 규슈 오이타현의 온천지인 유후인 마을






 

 


▲ 윤혜영 /수필가

얼굴은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몸통은 곰이다. 집채만큼 뚱뚱하지만 하늘을 가볍게 붕붕 날아다니기 도 한다. 착한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며 소원을 이루어준다. 또 다른 편에선 귀신들을 손님으로 맞는 전통 온천에서 인간의 여자아이가 마법에 걸려 종업원으로 일한다. 용을 타고 바다를 가르기도 하고 순수한 첫사랑도 경험하며 갖은 진귀한 모험들을 한다.

바로 일본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만화영화 ‘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줄거리이다. 나는 그의 명작들 중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경치들이 우리나라의 시골 마을같이 정답고도 수려한데 그 배경이 일본 규슈 오이타현(大分縣)의 온천지인 유후인(湯布院)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과 아파트들의 숲에 가리어 하늘조차 답답해 보이는 도시를 떠나 아름답고 고요한 자연의 품으로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실행했다.






 

 

▲ 시골 풍경같은 유후인, 개천의 물 속에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많은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보호한다.


부산 국제여객 터미널에서 쾌속선 코비를 예약했다. 목적지인 후쿠오카까지는 2시간 반이 소요됐다. 작은 배는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는 것처럼 바다 위를 날쌔게 주행했다. 땅콩과 함께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여행의 기대치에 대해 동행과 이야기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도착했다는 방송이 선내에 울렸다. 배에서 내려 근처의 작은 비즈니스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다. 후쿠오카도 볼거리가 워낙 많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유후인 마을이었기에 중간 기착지로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쇼핑과 호텔, 식당이 모여 있는 멀티 플레이스인 캐널시티를 구경하고 나카스 강을 따라 늘어선 노란색 휘장으로 통일한 포장마차 거리도 둘러보았다. 도시의 건축물에 자연을 도입한 친환경 건축물 ‘아크로스 후쿠오카’도 멋있었다. 계단식 유리건물에 약 4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현대적이면서도 특별한 외형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커피 체인점인 도토루에서 카페라떼를 한 잔 사마셨다. 1인용 테이블에서 작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몇 눈에 띄었는데 일본인들은 지하철, 버스에서 거의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자연친화적인 후쿠오카 아트센터 호텔


저녁때가 되어 배가 고파져 식사를 하러갔다. 쇼와거리의 귀퉁이에 있는 탁자 2개와 방 하나가 딸린 작은 소고기 구이집인데 부위별 소고기와 간, 곱창이 섞인 한 접시가 1인 1,500엔이다. 숯불을 지펴 화로에 조금씩 올려 구워 먹었다. 서툰 일본어로 정종을 한 병 요청했느데, 맙소사 1.5리터짜리 한 병을 가지고 왔다. 이해가 잘 안되었나 싶어 작은 병을 떠듬떠듬 설명했지만 요령부득 재차 고개를 흔들었다.
“남기면 되지 뭐” 둘이서 3분의 1도 체 못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 호텔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의 유후인에 대한 기대가 기분 좋은 단잠을 불렀다.






 

 

▲ 호텔, 쇼핑, 식당,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케널시티


다음날 아침, 일찍 기상하여 텐진의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는데 큐슈지방을 여행할 때는 ‘산큐패스’라는 교통티켓을 한국에서 구입해가면 좋다. 일본의 국철과 사철을 제외한 현과 현을 잇는 고속버스와 시내버스 모두를 패스 하나로 무제한으로 모두 이용 가능하다.

나는 전날 식당에서 먹다 남은 정종이 아까워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왔는데 표를 사는 동안 캐리어 가방 위에 올려 두었었다. 보기에 조금 아슬아슬했지만 잠깐이니 괜찮겠지 싶어 매표소로 갔고 잠시 후 ‘와장창 창창!’ 하는 소리가 새벽의 고요한 역내에 울려 퍼졌다. 곧이어 시금털털한 술 냄새가 자욱이 번졌다. 파편은 천지사방으로 튀며 제 모습을 공중분해 시켰고 자리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수다를 떨던, 혹은 졸고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나와 가방을 향했다. 일행은 부끄러워 저만치 떨어져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신문지를 꺼내 바닥을 기어 다니며 유리를 쓸어 담았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화끈해진다.






 

 

▲ 유후인 개천의 물 속에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많은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보호한다


유후인까지는 2시간이 걸렸다. 역의 슈퍼에서 구입한 계란 도시락과 주먹만한 크기의 기린맥주를 마시며 명상적인 교감을 자아내는 오이타 현의 산하를 보여주며 버스는 열심히 달려갔다. 차에서 내리니 바로 곁에 관광안내소가 위치하고 있다.

인구 1만 2,000명에 연간 관광객만 400만이 찾는 유명 관광지인 만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한 지도를 배부하고 있었다. 당연히 한국어로 된 지도도 있어 하나 챙겨 나왔다.

숙소인 ‘하스와’ 료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작고 아담한 마을의 뒤편으로 유후다케(1584m)산이 병풍을 세워 놓은 것처럼 펼쳐져 있고 양옆으로 진노랑의 유채밭이 명랑하게 펼쳐져 있었다. 작은 돌다리를 건너자 아래의 강물 속에 잉어가 왔다 갔다 노닐고 있었다. 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자전거와 말이 끄는 클래식한 마차가 조용히 지나다녔고 나지막한 집들과 상점들이 그 풍경 속에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그러자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속의 배경이 되었던 그 마을이 생각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들이 동화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내가 이상한 나라에 잠시 들어온 것처럼...... 그 기분은 아주 유쾌하였다.






 

 

▲ 우리나라 여관 같은 료칸에는 집집마다 온천을 갖추고 있으며 숙박에 일본식 식사도 포함


유후인은 전통적인 시골 마을 같지만, 현재의 오염되지 않고 고전적인 이 모습을 지키기 위해서 마을 주민들의 꾸준하고 끈기 있는 노력이 있었다. 1952년 댐을 만들어 마을을 수몰시키고 호반을 중심으로 대규모 리조트 관광지를 조성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에 반대해 마을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고 결국은 수몰계획이 무산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이웃한 도시 뱃부와 아소를 비롯, 규슈의 각 지역에 온천관광 개발 붐이 일어날 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신축건물의 높이와 크기를 제한하여 마을의 경관을 헤치지 않는다는 조례를 도입하였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 마을의 환경보존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는데, 그리하여 유후인은 대형 리조트나 호텔체인이 들어서지 못하였고 이곳만의 독자적이고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 우리나라 여관 같은 료칸에는 집집마다 온천을 갖추고 있으며 숙박에 일본식 식사도 포함


한국에서 1인당 8만 원을 내고 예약한 료칸은 흰색의 단층 석조건물에 다다미가 깔린 방과 그에 딸린 가족탕이 제공되었다. 료칸은 ‘여관’의 일본식 이름으로 온천욕과 함께 ‘가이세키(__石料理)’라는 일본식 요리를 제공한다. 유후인의 매력중 하나는 가족운영체제의 소규모 료칸이 많다는 점이다. 1920년대부터 영업을 해온 유서 깊은 료칸도 있고 화려한 가이세키 요리로 유명한 료칸도 있다. 집집마다 개성이 달라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몇 곳을 예약해두고 바꿔가며 묵어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화려한 밤거리를 좋아한다면 여행지로서는 낙점이다. 새벽을 세우며 우는 풀벌레 소리만 드문드문 들리는 아주 고요한 시골이기 때문이다. 나가보았자 밤하늘까지 이어진 캄캄한 암흑이다. 맑고 차가운 대기 속에 조그만 별들만 오소소 돋아나 있다. 도시의 현기증 나는 네온싸인과 말초적인 자극들에 영육이 피로해졌다면 이곳에 와서 좋은 공기의 양분과 뜨거운 유황온천으로 충분히 원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 개인, 가족별로 이용할 수 있는 온천탕과 전통복장을 제공한다






 

 

▲ 온천탕


온천욕을 하기 위해 미리 다려서 개켜둔 유카타로 갈아입고 자갈이 깔린 작은 정원을 지나쳐 방 뒤편의 가족탕으로 향했다. 히노키 원목으로 만들어진 탕 아래에서 온천물이 끊임없이 솟아나고 천정이 뚫린 반노천식이었다. 뜨거운 온천수를 차가운 공기가 식혀주어 몸을 담구기에 적당한 온도로 만들어주었다. 반신욕을 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참새가 몇 마리 날아와 지저귀다가 다시 날아가고 돌아오고를 반복했다. 한국에서는 도시에서 참새를 구경하기 어려워졌다. 공해를 피해 시골로 떠나버린 탓이리라. 아주 작고 귀여운 참새를 보며 온천을 하고 있으려니 기분이 무척 산뜻해졌다. 그렇게 1시간가량을 놀다가 목욕을 마치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러 나갔다. 주인아주머니가 7시에 저녁식사를 준비해 놓을 테니 그전까지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 온천수가 식어져 만들어진 긴린코 호수


자전거를 탈까 하다가 걸어서 긴린코 호수(金鱗湖)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작은 마을이라 마을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도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웃집 토토로의 만화 속 마을 같은 아기자기함이 펼쳐졌다. 공기는 청명하여 오염되지 않은 산소가 머리를 개운하게 해주었다. 마을 전체에는 100여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 상점들이 있고 각종 연극제와 영화제, 문학제 등이 활발하고 다양하게 기획되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길을 걷다 보니 아름다운 외형의 미술관도 보이고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식 공방도 몇 있다. 그 외에 맛있는 롤케익집과 벌꿀로 만든 아이스크림집, 고풍스러운 소바집, 귀여운 물건을 갖춘 기념품 가게도 군데군데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새록새록하다. ‘이웃집 토토로’를 테마로 한 캐릭터 상품만 파는 가게도 있었다.






 

 

▲ 샤갈미술관






 

 

▲ 샤갈미술관등 박물관, 미술관들이 많아 볼거리도 풍부하다


특이한 점은 마을의 구석구석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할 수 있는 미니 족탕이 있다는 것이다. 길거리 족욕은 무인시스템으로 동전을 넣고 발을 담구면 된다. 여행시에는 특히 발이 피로한데 족욕으로 쉬어가며 피로도 날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인가!

이곳은 온천수가 풍부하여 원천(源泉)의 수만 852곳이라고 한다. 족탕 외에 저렴한 가격으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대중탕도 곳곳에 있었다.






 

 

▲ 곳곳에 온천을 이용한 야외 족탕


이곳 저곳 구경을 하며 걸어가다가 오른편에 검은 나무건물로 지은 ‘미야베 닭집’을 발견했다. 언론에 여러 번 등장한 유명한 치킨집이라는 광고를 보았는지라 이곳에서 군것질을 하자고 합의를 했다. 내부로 들어서니 사면의 벽과 탁자, 기둥까지 작은 메모를 적은 종이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손님들이 각자의 작은 소원을 적어서 붙여둔 것이었다. 테이블마다 색연필과 종이가 놓여 있었다. 내 이름을 크게 쓰고 소원도 적어 색연필로 칠하며 놀고 있으려니 마치 개구쟁이 어린이처럼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곧이어 야구방망이만큼 커다란 닭다리 한 개와 넘치게 찰랑거리는 기린 맥주가 날라져 왔다. 맥주는 시원했지만 닭고기는 타이어만큼이나 질겼다.





 

 

▲ 유후인 역사 안에 있는 전시관


닭집을 나와서 20분을 더 걷다보니 목적지인 긴린코 호수에 당도했다. 호숫물은 반질반질 투명하고 차가워보였다. 잉어들이 입을 빠끔거리며 수초 주변을 어슬렁거렸고 호수주변을 빙 돌아가면서 전나무와 단풍나무, 삼나무 등이 심어져 있는데 이 모든 경치가 한데 어우러져 웅장하고 품위있는 한편의 교향악을 연상케 했다. 동쪽의 차가운 물과 서쪽의 따뜻한 온천수가 만나며 생겨나는 호수 표면의 안개가 피어오르면 시공을 가늠할 수 없는 몽환적인 기분을 맛보게 된다. 호숫가에 자리한 샤갈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한 잔 마셨다. 위층의 미술관에는 200엔의 입장료를 받고 샤갈의 판화작품 위주로 전시 하고 있었다. 통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경치를 음미하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달콤하고 특별했다.

호수 주변에는 작고 조용한 신사가 있고 남녀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온천이 2곳 있다. 가격도 100엔으로 저렴하다. 노천 온천 시탄유의 문을 살짝 열어 보았더니 창밖을 바라보며 할아버지 두 분이 온천욕을 하고 있었다. 긴린코 호수를 감상하며 즐기는 온천욕은 분명 호사였지만 남자들 틈에 섞여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 유후인 기차역(위)과 알록달록한 열차가 동화속의 그림 같다.
저녁식사는 숙소의 요금에 포함된 가이세키 요리이다. 자라탕과 소고기 볶음 중에 선택을 하라고 하기에 콜라겐이 듬뿍 들었다는 자라탕으로 이야기 해두었다. 주인아저씨가 뒤뜰에서 자라를 키운다고 했다. 저녁을 먹는 동안 식당에서 잔잔한 세미클래식이 흘러 즐거웠다. 아페리티프로 자라 피가 섞인 술을 먼저 마시고, 이어서 나온 약식의 도미 회를 먹고, 땅콩으로 만든 두부, 증기로 찐 새우, 도자기에 배추와 함께 끓인 자라탕이 나왔다.


밥도 도자기에 온천물로 지었다고 했다. 조금씩 정갈하게 차례를 두고 제공되었으며 맛도 좋았다. 방에 돌아와 온천을 한번 더하고는 잠을 청했다. TV도 없고 주변에 늦게까지 문을 여는 상점도 없으니 조용한 밤의 소리와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정원에서 우짖고 있는 새소리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 알록달록한 열차가 동화속의 그림 같다


아침식사는 계란찜과 쌀밥, 낫토와 미소된장국, 김, 과일과 커피가 제공 되었다.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짐을 꾸려 나왔다. 친절했던 주인 아주머니에게 다음에 또 들리마고 약속을 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유후인을 떠나는 길. JR1번선 유후인역, 빨강과 노랑의 기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알록달록한 캔디색깔의 열차가 여행의 기분을 한층 배가시킨다. 일행 중 한 명은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뒤편의 노천 족욕탕에서 족욕을 하고 있다. 떠나는 기차역에서까지 족욕을 할 수 있는 온천도시 유후인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후로도 유후인은 휴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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