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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너 감히

sacfire |2010.02.18 01:35
조회 2,548 |추천 1

개인의 욕심, 파벌 따위 얘긴 다 지엽적인 문제이다만

 

개인의 욕심?

스케이트를 탈 때도, 공부를 할 때도, 친구들과 Wii를 할 때도

2등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없다.

 

파벌?

아직 있다면, 그걸 만든 윗 사람들이 진짜 문제.

그런 운동 환경 밑에서 복종적으로 훈련하며 경기 중 조종당하는 선수 문제는 2차적.

 

 

 

정작 문제의 본질이 흐려져서 안타깝다.

이호석은 1000m 세계 최강이다.

그런 사람이 1500m에서 은메달을 목표로 성시백을 노린 게 아닐 것이다. 타겟은 이정수였을 것이다. 결승선까지 남은 거리를 생각하면, 확률이 0.001% 미만이었으나 - 경기는 끝가지 가봐야 아는 것이고, 그래서 선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문제는 이호석이,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배우지 못한 게 있다고 본다. 그건 그들이 출전한 경기가 단순히 쇼트트랙 경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는 올림픽, 즉 국가 대항전이었다.

 

그들은 프로가 아니다. 프로였어도, 국가대표로 출전했다는 것은 세금으로 훈련하고, 입상하면 역시 세금으로 만들어진 물질적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프로에서는 훈련비용과 급여를 팀 주인이 지불한다.

올림픽에서는 국민들이 지불한다.

즉 그들의 주인은, 적어도 경제적, 사회적 차원에서는 우리다.

그런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게 몇 가지 있다.

멋진 플레이,

이왕이면 멋진 외모,

그리고 멋진 유니폼 디자인도 요구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건 메달.

이렇게 썰렁한 얘기를 굳이 해야하나.

쇼트트랙을 보아하니 그러하다.

 

프로 경기였거나

결선 레이스에 출전한 모든 선수가 한국 선수였다면

이호석의 플레이를 아쉬워했을 사람은 성시백의 가족을 제외하곤 별로 없었을 것이다.

올림픽은 메달을 놓고 국가들끼리 선의의 전쟁을 치르는 행사.

이걸 국가대표 선수의 제 1 행동강령으로 충분히 정신 교육 받았다면, 그 상황에서 이호석과 성시백은 방어적 스케이팅을 했어야 했다. 이호석의 플레이가 가졌던 여러 문제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것은 성시백의 은메달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의 플레이가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날릴 수 있었다는 것에 비해 너무 사소한 문제이다.

 

이정수가 잠시동안 흔들려서 넘어질 수 있었다.

1위를 눈 앞에 둔 대한민국 선수가 흔들려서 넘어질 수 있었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씨는 제 1 행동강령이 잡혀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맹아가 빙판에서 싹튼 게 아니라는 것이다.

 

 

 

스포츠 윤리를 실천으로 가르치는 코치가 몇이나 있는가.

공부의 진정한 목적을 가르치는 부모와 선생이 몇이나 있는가.

친구들과의 게임은 즐거움이 우선이라는 것을 누가 가르치는가.

 

이렇게 부실하기 짝이 없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그 사회가 낳은 한 청년의 가슴에 태극기를 달았다.

잘못은 이호석이 했지만, 책임은 혼자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호석 선수, 당신 감히 죄책감에 흔들리고 있습니까.

아니라면 오늘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고

맞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그 양심의 눈물마저 참으십시오.

오늘은 당신이 지배하는 1000m 예선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가져오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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