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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쇼 Miracle Worker "기적의 사람"을 보다.

mimi |2010.02.21 16:22
조회 1,160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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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이라는 일본만화를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알것이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를 지닌 헬렌켈러의 삶을 다룬 연극, "기적의 사람"을.

 

만화에서는 마야는 연극속 헬렌켈러의 배역을 따내기 위해 별장으로 들어가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혼자서 오랜시간을 보내며 동물적인 감각을 익힌다. 반면 아유미는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있는 보육원에서 일을 하며 헬렌켈러 캐릭터를 연구한다. 기적의 사람에 더블캐스트된 숙명의 라이벌 마야와 아유미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헬렌켈러를 연기해 보이고, 완벽하게 대본 그대로의 헬렌켈러를 연기한 아유미보다는 동물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헬렌켈러를 연기한 마야가 여우주연상을 타게 된다.

 

솔직히 내가 연극에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된건 유리가면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과장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만화속 캐릭터들이 보이는 method acting에 관한 묘사라던지

수많은 연극대본을 아우르는 방대한 설정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마야와 아유미가 홍천녀 연습에 돌입한 이후로 점점 만화가 나오지 않더니

뭐 작가가 죽었다는 둥 이상한 루머가 떠돌며 사람 애간장을 태우는것에 지쳐

이제는 굳이 유리가면에 매달리지 않지만 내 페이보릿 만화 순위에는 언제나 탑을 달리고 있다.

 

아무튼, 내 초중고 시절에 즐겨봤던 만화 유리가면 덕분에 알고 있던 "기적의 사람 miracle worker"를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다는 소식에 캐스팅을 확인해본결과, 오마이갓 Little Miss Sunshine의 꼬마 애비게일 브레슬린이 헬렌켈러를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표를 예약하고 기다린지 몇주가 지난 오늘, 드디어 미라클 워커를 보고왔다.

 

공연이 열린 곳은 The Circle in the Square라고 처음 가본 곳이었는데, 무대가 정중앙에 위치하고 객석이 그 주위를 빙 둘러싼 말그대로 circle 형식의 극장이었다. 브로드웨이 단골 멤버 특별 프로모션으로 60불 정도에 표를 구입했는데(그것도 오프닝은 3월인데 그 전에 볼수 있는 기회로) 앞에서 3번째 줄! 요 근래에 본 공연중 제일 앞자리 ㅜㅜ 지금 웹사이트 가보니까 가장 싼 표가 117불! 후레이!

 

흥미로운 것은 가구나 소품같은 무대장치들이 모두 와이어에 매달려 허공위에 떠 있었다. 연극이 시작됨과 동시에 장소에 맞춰 소품들이 무대로 내려왔다 올라갔다 하며 자유자재로 공간을 아우르고, 이러한 설정을 이용해서 씬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을 가능케 했다. 이를테면, 헬렌켈러와 설리반 선생이 서로 우당탕탕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며 동시에 문을 가로 질러 바깥에서 안절부절하는 가족들의 상황을 보여준다던지, 가족들이 설리반 선생에 대해 왈가왈부할때 설리반 선생이 헬렌켈러의 옆에서 알파벳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을 보여준다. 덕분에 연극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헬렌켈러를 연기한 그야말로 '무대폭풍' 애비게일 브레슬린과 설리반 선생역의 앨리슨 필 역시 단 일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유리가면에서 봤던 장면과 브로드웨이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비교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예를들어 헬렌켈러와 설리반 선생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선생이 가방을 쾅 하고 바닥에 내려놓는 장면이 있는데 그 순간이 어떻게 연출될까 조마조마 했고, 연극의 하이라이트이자 결말인 헬렌켈러가 물을 처음으로 Water라는 언어와 결부시키며 놀라는 장면에서 과연 애비게일이 어떻게 연기할까 기대를 품게했다. 유리가면에서 그 부분을 너무 드라카틱하게 묘사해놔서 실제로 애비게일이 연기할때는 그 만큼의 오버액션이 없긴했다. (만화에서는 마야가 마치 "감전된것같은"연기를 한달까..ㅎㅎ) 어찌됬건 애비게일, 제 2의 조디포스터를 기대해도 좋을 만큼 굉장한 배우가 될것 같다. 이제는 뭔가 재수없어진 다코다 패닝보다도 훨씬 유망주야.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유리가면 덕분에 나는 정말 이 연극의  첫씬부터 마지막 씬까지 모든 내용을 알고 있었고, 한글로 읽었던 대사들이 영어로 들리니까 뭐랄까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어렸을때 내가 수십번을 봤던 만화의 내용을 고스란히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접하다니. 실제로 이 연극을 봤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적의 사람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연극을 만화속에 다룬 유리가면의 만화가가 참으로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땐가 대학교 1학년땐가 보미랑 같이 대학로에 유리가면 연극 보러 갔었는데 그때 그거도 기적의 사람에 관한 거였던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일단 극장내에서는 카메라 사용이 금지고, 인터넷상에 Miracle Worker 사진은 전혀 돌아다니고 있지 않아서 첨부를 못해 안타깝다. 그런데 내 바로 건너편에 앉아있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워너비 가십걸" 여자애가 연극은 안보고 계속 핸폰질하고 중요한 장면마다 몰래 아이폰으로 사진 찍는게 눈에 밟혀 짜증나 미칠뻔했다. 인터미션때 화장실에서 마주쳤는데 지 친구한테 "Do you like it?"물어보고 친구가 너무 재밌다고 하자 괜히 암말도 안하더만. 들어온것도 제일 늦게 들어와놓고...이런 몰상식한 관객들 너무 싫다!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 참조 :)

http://www.miracleworkeronbroad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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