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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2010.03.16

첫 장을 열다

 

최근들어

책장을 덮을 때 마다 느끼는 두 가지 느낌이 나를 매우 당혹시키고 있다.

 

하나는

책장을 덮음과 동시에 밀려오는 이 주체할 수 없는,

그러나 표현은 더더욱 하기 힘든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과

 

두번째는

늘- 짧게 나마 적어오던 나의 독서감상을 도저히 써내려갈 수가 없다는 거다.

처음에는 그저 나의 태만함과, 물먹은 스폰지 마냥 축축히 늘어져있는 나의 게으름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그게 아니었다. ( 그..그렇다고..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살림 지식 총서의 얇디 얇은 '모택동'을 읽고 하고 싶은 말도, 더 공부할 것도 많고 많은데 난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 이건 인정)

 

 

 

알듯 말듯했던 그 이유가 오늘에서야 명확해 졌다.

 

첫번째 이유는

구구절절이 이러쿵 저러쿵 잠담을 늘어놓아야 할 책이 있는가 하면

그저 묵묵히, 가슴으로 담는 그런 책도 있는거다.

그냥 내 안에 그렇게 간직하는 그런 한 권 말이다.

이런건 말이 필요없다. 그저 그 감동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면, 조용히 그의 손에 건내주면 그걸로 충분한거다.

 

둘째는

지금 덮은 이 장이, 마지막 장이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들 곁에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 보고보고 봐도 또 보고싶은 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책들은 두번 세번 ... 그렇게 곰탕 끓이듯 반복해서 읽어(우려)나가면서

지금은 느끼지 못했던, 나노단위보다 미세하고 섬세하게 스물스물 번져나오는 감정들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감히 나의 세치혀로는 절대로 절대로 감정 그대로를 전달할 수 없기에 도저히 글로 만들수가 없는거다.  

(이런 감정을 글로 남길 수 있는 이들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시인이자 작가인거다.)

 

 

 

 

내가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뇌고 고민했던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실제로 있음을 확인한 시간. 그 공간. 인도.

 

 

 

 

아 ㅡ

 

입으로 내뱉고, 글로 써버리면 싸릿눈처렴 녹아버릴 것만 같아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혹여나

이 책을 읽었던 이들과 눈이 마주친다면

그저 서로를 향해 빙긋~ 웃고 말지요.

 

 

 

 

+ 옛날 꽃날에, 남들은 다- 읽은 지구별 여행자를

    이제서야 뒷북으로 읽고 주절대고 있는 나지만

    난 이런 내가 좋다. 베스트셀러를 미루고 미뤄서 남들이 잊혀질때쯤 몰래 읽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가.

    미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처럼, 마치 그 것을 내가 처음 발견하고 독차지 한 것 만같은 떨림.

    이건 뒷북쳐서 읽어본 사람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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