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연애..3년간의 결혼생활.
6년 연애기간 동안은 저에게만 올인하던 남편이 결혼하는 순간부터 어머님 아들로 돌아갔습니다.
남편의 경제력, 능력, 시댁, 시어른 어느것 하나 탐탁치 않았지만 남편의 지극한 정성에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마음만 믿고 결혼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말리는 사람들이 많아 고민했지만 프로포즈하며 눈물 흘리던 사람을 그냥 내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사람. 너무 빨리 변하더이다.
이제 알겠더군여.
저는 마음만 믿었는데 이 사람 저 상대로 이리저리 잰 결과 철저히 계산해서 절 잡은 거란걸.
남편은 지금 백숩니다. 작은 회사 다니다가 잘렸습니다. 성실하던 사람이 결혼하면서 너무나 게을러지더니 결국 회사도 다니는 둥 마는 둥 장사를 하겠다느니 하는 허황된 생각만 하다가 결국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년까지 보장된 안정된 제 직장과 자기보다 두 배가 넘는 연봉을 받는 절 믿고 그런 겁니다.
그치만 돈이야 없다가도 있는 거고 일단은 제가 벌면 되니까 서운해도 참았습니다.
문제는 결혼하면서 제 삶이 없어졌다는 거죠.
객관적인 조건에서 제가 생각해도 남편과 전 많이 차이가 납니다.
남편 친구들과 시댁에선 제가 '봉'으로 통합니다.
그래서인지 결혼하면서부터 이제것 남편과 시댁은 남편 친척 사돈의 팔촌까지 집안행사에 일일이 절 끌고 다니십니다. 남편도 회사 다닐 때 소소한 모임은 물론 회식에도 절 불러내 당황케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나가보면 저만 있고 다른 와이프들은 없었거든요.
저도 직장일에 집안일에 지쳐 그런거 힘들다고 얘기하면 절 자랑하고 싶어 그런답니다. 처음엔 좋게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과시용 악세서리 취급 당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제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 모이는 자리는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피합니다.
무슨 일이건 시댁일이 항상 우선순위고 뭘 요구해도 너무도 당당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맘으론 서운해도 이해하시고 오히려 절 달랩니다. 시댁에 서운해도 할 도리는 다 하는거라고.
반대하는 결혼 한 처지에 부모님께 너무 죄스럽기만 합니다.
결혼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들 한 두가지씩은 고충이 있기 마련이고 나만 이러고 산다고 비관하진 않습니다.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자꾸 허무한 마음이 듭니다. 남편은 백수고 전 임신한 뒤로 휴직중입니다. 일하면서 무리하는 바람에 임신 기간 내내 몸이 안좋아 입퇴원을 반복하며 힘들게 임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7개월째인데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배도 안고픕니다. 집에만 계속 혼자 있어 우울증이 생긴 것 같습니다. 백수남편은 뭐하냐구요?
몸이 무거워지면서 집안일 이것저것 도와달라 했더니 직장 알아본단 핑계로 시댁에 내려가 버렸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올라옵니다. 직장 관둔 뒤로 뻑하면 시댁에 갑니다. 남편이 그렇게 효자인 줄 몰랐는데 연애기간 저한테 쏟던 정성 그대로 어머님께 올인합니다.
입맛도 없는데 일부러라도 한라봉이 먹고 싶다 했더니 귤 한봉지 사갖고 오더군여. 그러더니 텔레비전에 자연산 송이 나오니까 그 먼길 달려가서 비싼 송이 사갖고 시댁으로 달려가는 남편. 너무 어이 없었습니다.
임신 중독증 위험이 있어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데 이런 절 집에 혼자 놔두고 남편이 또 시댁에 갑니다. 어머님이 당뇨가 있으신데 관리를 영 안하십니다. 그래서 입원해서 식이조절 한다고 어머님 병수발 하러 간답니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몸이 불편한 것도 아닌데 곁에서 먹고 자고 24시간 간병(?)합니다. 문병갔더니 밥까지 떠먹여드리는데 멍해지더군요. 울 어머님 노인 아닙니다. 아직 50대인데..더 기가 막힌 건 집에서 혼자 밥차려 먹기도 힘들어 친정 엄마가 자주 오가며 반찬 챙겨 주시는 거 뻔히 알면서 식이조절하러 입원하신 분 반찬투정에 저보고 밑반찬 만들어 놓으랍니다.
내가 왜 이 사람을 택했는지..과거 남편과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기엔 남은 인생이 너무 긴 것 같습니다.
내 남편은 어디가고 시어머니 아들로만 살고 있는 그 사람.
그 사람 마음 속에 저랑 애기는 어떤 존재일지..결혼 3년 기간이 내 인생 서른 해를 참 허무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