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진명과의 대화를 되새기며 천천히 걷고있다.
['유 신 현' 그 녀석은 타고난 싸움꾼이다. 정공법으론 승산이 없어. 주위에 실력있는 녀석들도 꽤 따르는것 같고...파악이 묘연하니 섣불리 움직이는건 위험해.....함정이 필요하지...그 녀석이 걸려들 덫!]
[덫?]
[그래. 그걸 니가 하는거야...그 녀석 감이 좋아서 우리쪽아이들은 단번에 알아보거든...ㅋㅋ충격이 꽤 클꺼야. 녀석 그런쪽으론 약하니까...쉽게 일어서진 못하겠지...ㅋㅌㅋㅌ]
[.......]
[넌 구실만 만들어. 그 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이번엔 좀 크게 놀아보자! 모처럼 지원군까지 확보했으니 당한만큼은 되돌려 줘야지]
무서운 눈빛관 다르게 환하게 미소짓고 있던 진명의 입술.
그는 마치 자신이 그를 찾아올것을 미리 알고 있는듯 했다.
[.....함정....]
도윤은 현관앞에 멈춰섰고, 진명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강도윤. 이것만은 명심해라. 니가 내민손을 내가 잡아준것 뿐이야. 무슨뜻인지 알지? 그 책임또한 니 몫이다.대신 확실하게 니 목적은 이뤄질꺼야...다만... 조금이라도 망설여 진다면 이쯤에서 멈춰! ]
도윤은 주머니속 핸드폰을 꺼내 전원 버튼을 눌렀다.
12시간 가량 꺼져 있던 핸드폰이 쉴새없이 메세지를 수신하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또한 가득했으며 그 대부분이 현주였다.
(대체 어디 있는거야? 전화좀 해줘)
(도윤아! 지금 어디있는거야? 제발 부탁이니까 전화좀 해줘)
(무슨일 있는거 아니지? 도윤아 얘기좀 하자...기다릴께)
도윤은 더이상 메세지를 확인하지 않고 삭제 버튼을 눌렀다.
[이미...되돌릴 수 없어 현주야....]
도윤은 나즈막히 토해내곤 현관문을 비틀었다.
그때,
[도윤아!]
다급히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
도윤의 시선이 서서히 등뒤로 움직였고, 골목 어귀에 나타난 그림자는 빠르게 그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큰 두눈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듯 아슬아슬해 보이고, 코끝이 빨갛게 된걸보니 1시간은 기다린듯 했다.
어느새 다가선 현주는 그대로 도윤을 껴안았다.
[대체 어딜갔던거야?]
급기야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마는 현주였다.
['그래...난 할꺼야...널 되찾기 위해서라면...무슨일이든 할꺼야. 더이상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을꺼야...']
[전화는 왜 안받아? 학교는 어떻게 된거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질문을 던지며 몸을 때어내는 순간, 도윤의 거센팔이 다시금 현주의 몸을 끌어당긴다.
내가 지금까지 버텨낼수 있었던건 니가 내 옆에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니가 내옆에만 있어준다면 모든 아픔..슬픔...다 이겨낼수 있는데...왜 넌 날 구석으로 몰고 가는거야....
지금까지 처럼 너한테 만큼은 좋은친구 강도윤으로 남고 싶었는데....왜 넌 내 이성을 무너뜨리려 하는거야...
지금껏 잘 참아왔는데....그럴 자신 있었는데....왜 그자식인거야....현주야...사랑한다...사랑해.....
처음부터 사랑은 아니었다.
중학교에 전학하면서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그의 눈에 비친 현주는 조그만한 강아지 같았다.
작은것 하나부터 배워나가듯 자신을 따라오는 현주가 어느순간엔 짐이 되어 귀챦았고, 조금의 배려에도 어쩔줄 몰라하는 그가 귀엽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공기처럼 맴도는 자신이 어느덧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음을 느꼈고, 당황했었다.
알수 없는 감정에 힘들어 했었다.
그러나 결코 내색하지 않았다.
행여나 그가 멀어질까봐....자신의 곁을 떠나버릴까봐....자신을 경멸할까봐....무서웠으니까...
하지만 이젠 눈치만 보며 놓치지 않을것이다.
그때처럼 지켜보고만 있진 않을것이다.
내가 널 지킨다.
반드시...두번의 아픔은 필요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