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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래도 대학을 가고싶니?

삐질 |2010.04.15 12:28
조회 246 |추천 0
오늘 학교를 지나가면서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 로 시작하는 하나의 대자보가 허름하게 붙어있는것을 보았다. 온갖 취업정보, 공모전정보, 학원 광고지와 여러 PR들로 덕지덕지한 게시판의 어느 한 곳에 이어져있는 그 대자보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읽지 않고 지나치는 - 을 나는 그저 흘깃 쳐다보며 지나왔다. 역시 카피는 오리지널만 못하네 라는 말을 하면서.

한 편의 장엄한 출사표와도 같은, 아니 '출사표' 를 던진 한 친구가 있다. 알고보니 나와 동갑이라 하는 이 친구는 대학 이라는 곳에서 더이상 스스로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되었다며 더이상 대학 에 다니기를 거부했다, 이 대학민국에서 말이지.

사실 나는 김예슬 이 저런 대자보를 쓸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녀가 비판에 대한 까방권 정도는 획득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는 하다. 대체 이 대학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저만큼이라도 생각하는 대학생이 요즘 얼마나 되는가? 이런 글을 쓰고있는 나조차도 대학에는 들어와야 한다고 해서 들어왔지 이곳에서 무언가, 그야말로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이 장소의 의미를 매일같이 되새기며 무엇인가 이루리라 는 꿈같은건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의무교육 의 범주가 아님에도 마치 고등학교 를 졸업하고나면 당연히 집어넣어지는 곳 처럼, 그렇게 대학엘 들어왔다.

그와 같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대학에서 김예슬은 나가겠다고 한다. 지금 이 대학은 자신이 있기를 원했던곳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한가지가 궁금하다. 우리는 대학을 왜 왔는가? 정말로 우리가 대학에 오는 이유가 '졸업장' 이 어느정도 괜찮은 직장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믿은것이라면 만약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런식으로 현 대학 시스템의 문제가 지적당할때마다 늘 나오는 대안 중의 하나가 독일처럼, 기술학교 를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시행하여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도록 하자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실행될 수 있다고 하면 어떨까?

정말로 현재의 대학들은 좀 더 지식의 연구와 학문의 발전에 특화되고, 기술학교는 그 이외의 많은 '실용적인' 기술들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설립되어 대학과 함께 운영된다고 하면 어떨까. 대학은 그야말로 사회철학이나, 위성수학이나 원자물리학 같은 학문을 연구하고 기술학교는 그러한 '학문적인' 부분이 아닌 실용적인 부분을 받아가는거다. 그러한 기술학교의 존재를 통하여 기업은 사원들의 재교육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또한 기술학교 에 다니고 사회에 나와 정말로 대학을 가지 않아도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다면. 사회의 인식도 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준다면.

대학에 다니는 기간동안 쌓는 경력과 그간 버는 모든 수입이 대학을 가는것을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우리는 과연 현재의 대학을 가고싶을것인가? 기술학교를 가서 받는 보수의 현재가치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 와 받는 보수의 현재가치가 거의 동등하다고 할 때 당신의 선택은?

만약 당신의 대답이 그래도 나는 대학을 가겠다라면, 지금 대학을 다니는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것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에게 딜레마로 작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대학서열화 시스템에, 대학졸업장 이 없으면 취업이 불가능한 시스템에 적응해버린 탓은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이 대학의 취업전문학원 화 를 반증하는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김예슬 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는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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