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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삼척)자전거여행 셋째날과 마지막날

기분전환이... |2010.04.17 11:00
조회 7,494 |추천 21

 

 

 

셋째날

 

전날 파스를 붙이고 자길 정말 잘했다.

좀 뻐근한 감은 있었지만 다리가 하나도 안 아팠다. 4000원을 투자한 보람이 있었다.

점심을 대충 컵라면과 빵으로 떼우고 출발했다.

원래 목표는 정선이었는데 정선까지는 거리가 30Km정도밖에 안됐다.

중간에 고개가 있으니 4시간정도 걸릴 듯 했고 그래서 아예 삼척까지 하루만에

가기로 했다.

 

 

평창사진

 

 

이건 정선가는 길 어느 고추밭에서 찍은 사진

 

"할머니 안녕하세요~^^"

"???"

"할머니 이거 고추밭이에요?"

"응~"

"아~네 고생하시고 오래사세요^^"

 

그냥..

그러고 싶었다. 할머니 뵈러 가야지.

 

정선까지도 역시 고개가 있었다. 원주에서 평창올때처럼 높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개는 고개였다. 자전거 타는 시간보다 내려서 끌고 걸어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멧둔재 비행기재..그리고 재 하나를 포함 미탄을 지나서 정선에 도착했다.

 

 

아리아리 아리랑의 고장 정선이다.

 

삼척까지 가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까칠재를 지나

화암면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리고

그렇게 에너자이저 마냥 달렸다.

 

 

화암면에 들어섰다. 이 속도라면 저녁 쯤 삼척에 갈 수 있을 듯 싶었다.

그런데 화암면의 경치에 푹빠져서 달리다 보니 슬슬 속도도 늦춰지고 내려서

사진 찍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만큼 경치가 너무 좋았다. 

그러다 물이 떨어져서 어느 슈퍼에 들렸다.

웬만해선 민폐 안 끼치려고 시골 슈퍼에서 한통씩 사드리곤 했는데 이번 슈퍼에선 상당히 젊으신분이 계셨다. 의외였다.

또한 다른 시골 슈퍼와는 달리 냉장고가 돌아가고 있었다. 덕분에 시원한 이온음료랑 초콜렛 아이스크림 하나를 살 수 있었고 겸사겸사 길도 물어봤다.

 

"삼척까진 얼마나 걸려요?"

"한 40분이면 가요~"

"네? 전 자전거 타고 왔는데..게다가 거리가..웬만한 차로도 빨라야 한시간 아닐까요?"

"전 저거 타고 가요~"

 

그분이 가르키는 곳을 보니 국산 스포츠카 한대가 있었다.

 

 

 

그 분이 찍어주신 사진

 

고개 하나만 넘으면 쭉 내리막이라는 그 분의 말에 힘 얻고 다시 출발했다.

미리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분이 말씀하신 마지막 고개 이름이 댓재 임이 분명했다.

 

삼일째 옷이 똑같다..그래도 속옷이랑 양말은 매일 갈아입었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고개가 등장했다.

저 노란색 줄을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이제 정말 삼척까지 쭉 내리막인게 분명했다.

그런데 처음에 보이던 저 길이 전부가 아니었다.

한시간은 올라간 듯 싶다.

웬만해선 고개 넘을때 안 쉬는데 여기선 쉴 수 밖에 없었다.

체력이 많이 딸릴 정도로 경사가 가파랐다.

여태까지 오른 고개들 중 제일 힘들고  제일 오래걸리고..

그래도 희망이 있었기에 다 올랐고

이런 내리막이 있었다.

 

 

공사중이라 그런가 모래가 깔려있어서 너무 미끄러웠다. 자칫했다간 골로 가겠단 생각도 했다.

조심조심 다 내려왔는데 이상하게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보통 내가 여태까지 넘은 고개들 정상에는 그 고개 이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그런것도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갈림길에서 유난히 많이 돌아다니던 산림청 차에 가서 물어봤다.

 

"안녕하세요~죄송한데 길좀 여쭐께요~삼척가려면 어느길로 가야되나요?^^"

 

"삼척? 잘못 넘어왔어~다시 온 길로 넘어가서 그 옆길로 가야돼~

 이 고개는 겨울이면 다니지도 못하는 길이야~왜 일루 왔어?"

 

헉...........................

 

그러게요............

 

잠시 뭔가에 맞은 것처럼 진한 충격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마음을 더 굳게 먹어야만 했다.

여기서 무너질 순 없었다.

 

"태워주세요 ㅠㅠ"

.................

......................

너무 힘들었기에 나도 모르게 이런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SUV 차량이었고 자전거를 못 실을 것만 같았다.

그 분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트럭이 또 나올 수 있으니깐 그걸 얻어타고 가라고 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트럭을.. 

 

난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한번 넘어온 곳 두번 못넘어가 주겠냐!! 다시 넘어가주마!! 이 미친재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차에서 자전거를 힘차게 돌렸다!

그리고 최대한..

 

힘없이 걸어갔다. 아니 정말 힘이 없었다.

축처진 어깨..

쓸쓸한 발걸음..

 

그 순간!!

 

빵빵!!

 

"뒷 자석 접고 한번 실어보자~!!"

 

성공이었다.짱

 

다행히 뒷자석을 접으니 힘겹게 들어갔다.

 

정말 신에게 구원받은 그런 기분이었다.

 

 

산불이 나서 그 걸 끄기 위해 오셨다는 산림청 소장님

조금만 일찍 만났다면 헬기 태워서 삼척까지 보내줬을텐데라고 우스갯 소리까지 하셨던 날 구해주신 산림청 소장님

불나는거 보면 연락하라고 명함과 지도 까지 주신 산림청 소장님 사진이다. 

 

이렇게 난 고개를 넘기 시작한지 두시간만에 원위치로 돌아왔다.

큰일이었다. 이러다간 삼척이고 뭐고 첫날처럼 깜깜한 밤길을 달려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속력을 냈다. 미친재에게 체력을 다 뺐겼지만 큰 오르막이 없어서

계속 달릴 수 있었다. (이제 웬만한 오르막은 오르막 같지도 않았다.)

제대로 된 길로 달리니 금새 화암팔경이 등장했다.

 

이게 맞는지 안맞는지 몰라서 아름다운 곳을 여기저기 막 찍었다.

정말 예술이었다. 시간만 좀 더 있다면 천천히 다 둘러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난 갈 길이 급했다.

소금강을 따라 곤드레만드레라는 마을도 지나고

화암면을 지났으니 다음 목적지 하장면까지 빨리!!

해는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기온도 떨어지고 빨리!

빨리!! 빨리!!

마음이 조급해져서 서둘렀지만 한계가 있었다.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여행 떠난지 3일만에 최고로 높은 고개를 만났다.

 

 

 

오두재 879M  자전거 끌고 올라간지 한시간반만에 도착한 정상에서 찍은 사진

 

오두재를 오르는 중간에 어떤 집 개들하고 한판 실갱이를 벌였다. 

개들을 묶어놓지 않고 키우는 주인의 배려로 한마리가 댐볐는데

자전거로 막아서 다행히 물리지 않았다.

나도 남은게 악밖에 없었으니깐..

 

오두재를 지나 내려오는 내리막길은 아주 길었다. 너무 추워서 손이 얼얼했지만

똑바로 잡지 않으면 내리막길을 시속 40Km로 내려오는

자전거에서 떨어질 수 도 있었다.

게다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는 바람에 정신력으로 버티며 달려야만 했다.

 

그렇게 고생 끝에 하장면이란 마을에 도착했다.

미리 알아 온 정보에 의하면 하장면에서 삼척까지는 8키로였다.

정말 얼마 안남은 것이다.

 

마을에서 갈림길이 있어 지나가는 어르신한테 길을 여쭈어 보았다.

 

"어르신~ 삼척가려면 여기 뒷길로 가면 되요?"

"지금?  제정신이야?"

"8키로밖에 안남았는데 후딱가버리죠^^;"

"8키로는 무슨 40키로는 될텐데? 게다가 지금 댓재 넘으면 죽을 지도 몰라"

 

뭔가 착오가 있었다.

어쩔수 없이 어짜피 삼척가서 하루 잘꺼 하장면에서 자고 일찍 출발해야겠다 생각하고

밥부터 먹기로 했다.

 

5000원짜리 된장찌개 정식..정말 꿀맛이었다.

 

밥을 먹고 숙소를 잡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는데 얼굴이 너무 따가운게 거울을 보니 빨갛게 익어있었다.

추워서 햇빛있는데로만 다녔더니 탄 듯 싶었다.

워낙 스킨로션 같은것도 안바르고 군대에선 선크림 한번 안발라봤는데

이제 중반이라고 틀리긴 틀린 모양이었다.

찬공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목도 좀 아프기 시작했다.

숙소뒤로 동광댐인가?

그 물줄기가 시원하게 흘러 그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일찍 잠들었다. 

이 걸로 3일째도 마무리 

 

고글이 없어 안경을 썼다.

 

 

 

넷째날

 

일어나자마자 몸이 정상이 아님을 느꼈다. 자다가 파스도 떨어져서 다리도 아프고

찬 공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목이 아팠다.

그래도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으로 힘겹게 일어났다.

댓재만 넘으면..이란 생각으로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슈퍼에 들려 빵하고 따뜻한베지밀로 아침을 대충 떼웠다.

 

하장면을 나오는 동시에 댐이 하나 있었다.

물 색깔이 아주 좋은게 하늘을 쳐다보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대로 삼척에 도착하면 정말 죽여주는 바다를 볼 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누적된 피로와 자는 사이에 떨어진 파스의 영향으로

출발한지 한시간만에 체력은 떨어졌고 속도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댓재란 고개만 넘으면..댓재 댓재..중얼중얼'

 

내 입에선 어느새 주문처럼 이런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렇게 또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어???

 

'헉..호랑이라도 나타나면 어떡하지!!??!?!'

 

'먼저 자전거로 위협을 주고 왼쪽 잽과 동시에 오른쪽 라이트를...중얼중얼..'

 

미쳐가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하고 있을때

드디어 등장한

 

 

 

댓재!! 감격이었다!

기본으로 깔고 온  해발 고지가 있어서 얼마 안올라간 듯 하지만

800미터나 되는 댓재에 금방 도착할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하장면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지금 가면 죽어!!"

 

그 말뜻을 이때서야 알았다.

 

 

불빛 하나 없는 이 길을 어제밤에 내려왔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댓재에서 바라본 강원도의 산맥은 정말 예술 그 자체였다.

 

 

정말 직접 보면 더 좋다.

 

그렇게 경치에 흠뻑 빠져있을때..

이런 위험한 낭떠러지에서 태연히 쪼그려 앉아 통화를 하고 계신분이 계셨다.

보통분이 아님이 분명했다.

알고보니 댓재 길 관리하시는 분이라고 하셨다.

강원도는 도로에 낙석이 많이 있는데 그거 계속 치워줘야 차들이 다닌다고..

난 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이분도 사진 한방!!

뒤로는 흰색 줄기가 보였다. 아직도 얼어있는 얼음줄기였다.

 

내리막이 위험하니 조심히 내려가라고 하셨다.

감사 인사 드리고 그 뒤로 20분동안 페달 안밟고 내려왔다.

3박4일 여행중 최고의 내리막이었다. 날씨도 좋고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여행의 피로가 싹 풀릴 정도로 멋진 내리막길이었다.

 

그리고..한시간 정도 더 달린 끝에 드디어..

드디어!!

목적지 삼척에 도착했다!!

 

 

이건 삼척시내

 

그리고 이건 바다..

 

 

 

 

아!! 정말 이런 미친게 있었다 ㅠㅠ

이외에도 멋진 사진들을 더 찍고..

 

방파제에서 내려왔는데 바로 옆에 잔디구장에서 어르신들이

축구를 하고 계셨다.

 

너무 재밌게 구경을 하다가 참지 못하고..

 

"어르신들!! 짝수 안맞는거 같은데 저도 좀 끼워주세요!!"

 

흔쾌히 승낙하시고 오히려 짝수맞아서 잘됐다고 족구도 같이 하자던 어르신들 ㅎㅎ

바로 옷 하고 가방 벗어던지고 뛰었다.

체력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정말 재밌게 뛰었다.

공 놓치면 끌어안고 안놔주시고 물 달라 했더니 소주 주시던 재밌으신 분들

 

 

축구 끝나고 사진까지 찍었다.

 내가 경찰시험 준비중이란 말을 들으시고 

 

"자네~! 이루려는 일 꼭 이루고 이 사람처럼만 되지마!!"

 

이중에 왼쪽에 계신분이 경찰이셨다.

그렇게 한참 재밌게 뛰고 웃고 족구까지 한 뒤에 밥을 먹으러 갔다.

 

 

회덮밥과 곰치국

 

삼척이란 곳 정말 눈 닿는곳마다 명관이었다.

 

그렇게 한바퀴를 둘러보고

몇분과 또 한국축구응원타월을 들고 사진을 찍었지만

정확히 30분밖에 못 찍었다. 60분이 목표였는데 실패..

솔직히 거부하시는 분들 한두분 밖에 없었지만

워낙 강원도의 경치와 그리고 추위나 어둠같은 악조건 속을 달리다 보니

여유가 없었다.

 

뭐 어쨌든 이번 자전거여행 성공적으로 끝냈다.

뭔가 평생 잊지 못할 보물같은 추억을 만들고 온 기분!!

역시 미친짓의 끝엔 미친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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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자란 글솜씨와 모자란 사진촬영 솜씨로

이것밖에 표현을 못한다는게 너무 아쉽네요.

정말 좋습니다.

늦기 전에 도전하세요.

 

 

3박4일 총 이동거리 350Km 정도

넘은 고개 10개 정도

하루 평균 이동시간 10시간 총 35시간 정도

이동경로 서울->구리->덕소->팔당->양평->여주->문막->원주->횡성->안흥->평창->미탄->정선->화암->하장->삼척

 

올때는 버스를 이용했어요. 자전거를 분리하지 않아도 짐칸에 자전거가

여유있게 들어가더군요.

차를 타고 고속도로로 오니 동서울까지 4시간도 안걸려서 좀 허무했다는;; 

 

 

참!! 그리고 첫째날과 둘째날입니다.

↓↓↓↓↓↓↓↓↓↓↓↓↓↓↓↓↓↓↓↓↓↓

http://pann.nate.com/b201561952 

 

추천수2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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