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천안함 소식때문에
사회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월을 보내네요.
몇일 전, 군 입대를 앞두고있는 한 동생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형, 군대 가면 그렇게 힘들어요? 안 위험할까요?"
이제 전역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예비군 1년차 전달에 갔다왔음]
저보다도 더 높으신 군번, 형님분들도 계시긴 하지만은
혹여나 이 글을 읽고 있을 예비 입대장정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다 들었을 얘기겠지만 제 주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남깁니다.
저는 육군 기계화보병사단 대대급 대전차화기병출신으로
전투부대 예비역 병장입니다. [예비사단이긴 하지만...]
가서 남들이 다 하던 삽질, 갈굼, 규율, 훈련 기타 등등 다 겪어왔고
지난 1년 11개월간 느꼈던 경험을 그대로 적자면,
이등병때 저는 일명 관심병사였습니다.
어리숙하여 늘 갈굼먹기 일쑤이고, 적응을 잘 못했죠.. 욱하는 성격때문에..
그래서 한때는 일부로 다쳐 의가사전역해볼까라는 생각도 했었구요.
원래 기술행정병으로 들어갔었는데 같은 처부에 있던 선임과의 트러블로 인해
저는 3개월간의 무보직 대기기간 끝에 결국엔 다른 소대로 옮겼습니다.
정말 이등병때부터 일병때까지 참 힘들었습니다.
내 맘속에 있던 걸 솔직하게 말했을 뿐인데 그것으로 인해 여파가 엄청 커졌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매사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을 내뱉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분대장직도 잡게 되었고,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라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생판 장갑차조종수와 같이 훈련을 나가서 호되게 고생도 하고,
아직 군대에 대해 잘 모르는 후임들 데리고 진지보수공사 나가서 고생도 하고,
내 위에 있는 간부인 대전차화기반장과 늘 욕먹기도 하고, 분대원들을 위해 맘에도
없는 쓴소리도 내뱉기도 했으며, 늘 중간의 입장에서 고생도 했습니다.
타분대의 분대장들과 자기분대원들을 위해 일부로 싸우기도 하고, 나 때문에
맘 고생했을 분대원들을 위해 별건 아니지만 맛있는 것도 먹이기도 하고
늘 미안한 마음으로 쳐다만 봤습니다. 조금만 더 챙겨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직도 이 마음은 여전합니다.]
그 결과, 입대당시 소심하고 이기적이며 사람과 그리 친숙하지 못한 내가
정말 생각치도 못한 전역선물도 받고, 간부들도 밖에 나와 집에 가기전 고기와 소주
한잔 사주었으며, 소대원들이 다 나와 헝가레도 해주고 중대원들이 다 나와서
막사입구까지 배웅까지 해주더라구요...지금 생각해도 정말 눈물납니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입대 전, 노가다를 하다가 추락사고를 당해 허리가 그렇게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훈련소 생활을 거쳐 자대생활을 하니 정말 허리때문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한 상병 4개월정도 됐을때부터 그렇게 아프던
허리통증이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E.T 체형이었습니다. 마른 체형에 배 나온 그런....
그런데 군대에 갔다오게 되니 운동에 그리 흥미가 없었던 저였지만 이젠 누가 봐도
몸이 좋다고 들을 정도로 다부진 근육을 얻게 되었고 허리통증도 없어졌습니다.
이등병시절땐 그렇게 하기 싫었던 운동이 제 옷입는 스타일, 자신감, 인생 자체를
바꾸게 된 것이죠.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장갑차 내부청소중에 실탄발견되서 대대에 신고하여 표창받아 휴가 나간 일
대대 위장망설치대회에서 1등하여 분대외박 나간일, 장난치다 실수로 코너 돌아
지나오시던 중대장 얼굴 팔꿈치로 가격한 일(아 이거 정말.....ㅋㅋㅋ)
병장때 신병들 들어올때 이등병놀이한 일, 운동 싫어하는 분대원 데리고 굳이 운동
시켜서 나중엔 운동중독만들게 해서 몸짱되게 만든 일, 삽과 돌멩이로 야구하다가
지나가던 짬타이거(고양이...) 맞쳐 떡실신하게 만든 사건, 침상에 누워 떡을 먹으며
책 읽다가 기도가 막혀 의무실에 실려간 일-_-;;, 수건 빨고 소대에 넣었는데 물기가
너무 많아 욕먹은 바람에 다음날 물기를 아예 없애고 소대에 넣었더니 또 욕먹은 일
너무 많고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재밌었고, 즐거운 추억입니다.
군대생활, 힘듭니다. 어느 부대에 가시든 2년동안 머리 빡빡밀고 군복을 입으며
갇혀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스트레스 받으실 거예요.
그래도, 인생 살면서 군대추억이 있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 생각이 듭니다.
2년이란 시간을 허비하면서 얻어오게 되는 것은,
바로 경험과 병장마크와 군복일 겁니다만 이것들이 시사하는 의미는
갔다오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를겁니다.
현역인 육,해,공,해병대 여러분들 수고가 많으십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전역이란 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니
너무 지루해하시지 마세요~
군입대전 장정여러분들. 여러분들이 지금 어찌됐든 입대하시게 된 것 자체만으로도
큰 용기를 내셔서 가시는 것이라 생각이 들며 나름대로 생각들을 하시고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초기의 마음가짐 잃지 말기 바라며 잘 갔다오시길 빌께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