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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문득 떠오르는 미안하고 고마운 기억.

스프링베어 |2010.04.20 13:23
조회 678 |추천 25

제 누나는 정신지체 장애인입니다.

몸은 서른이지만 정신은 아직 네 다섯살?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

어렸을때는 잘 몰랐는데 크면 클수록

우리 누나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많았습니다.

 

같이 길을 걸을때, 음식점에 들어갈때 집중되는 시선.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엔 무섭다고 도망가는 아이들도 있었고

슬슬 피하는 어른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는 속으로 혼자 이렇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게 이상한거야!'

 

누나가 다니는 장애인 학교에서 캠프를 갔던 일이 떠오르네요.

고등학교 때였는데 캠프를 가게 되면 누나 학교에서 봉사자를 모집합니다.

원생 한명당 한명의 봉사자를 구하는 거기 때문에 많은 지원자가 필요했고

저는 여름방학을 맞았기 때문에 누나와 함께 하기 위해 지원을 했지요.

 

그런데 이게 웬 일?

숙소문제 때문에 저는 누나와 파트너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렇죠 누나가 자는 방엔 다 여자생활자인데 그게 맞죠.

하지만 저는 너무 당황했습니다.

제 파트너는 간질도 있고, 몸도 잘 못움직이는 정말 간신히 걷는 중증 정신지체장애인.

장애인 편견없이 대한다던 저의 진짜 본성이 드러난거지요.

사실 힘들고 덥고 짜증나고 기분이 많이 안좋았습니다.

 

가뜩이나 힘든데 오 마이 갓!

몸도 잘 못움직이는 분들을 데리고 운동회를 하는거였어요.

열혈 사춘기 시절 뜨거운 태양아래서 확 삐뚤어져버릴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뭐 하지만 소심해서 그러진 못했구요;

 

그렇게 태어나 맞은 가장 힘든 운동회가 끝나고

시상식이 왔는데 우리 조가 3등을 했다고 목에 동메달을 걸어주는 겁니다.

올림픽에서 주는 것 같은 메달은 당연히 아니구요.

초콜릿 발라진 그 다X제 과자에 금박지 은박지 동박지(?)를 둘러서 목에 걸어줬습니다.

체력소모가 심한터라 저는 받자마자 후다닥 까서 입에 집어넣었지요.

그렇게 오만상을 찌푸리며 헥헥대고 있는데...

 

같은 조의 한 친구가 저한테 걸어오더라구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친구였는데 한쪽팔은 잘 굽히지 못하고

다리도 절름발이, 한쪽 눈도 보이지 않았어요.

운동회때 그래도 이기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니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제 목에 자기의 동메달을 걸어주더군요.

 

그 과자 하나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정신지체장애인들은 절대 먹을거 남에게 양보 잘 안하거든요.

선생님들이 주지않으면 군것질도 없고 건강문제로 식단조절도 하기 때문에

먹을거만 보면 꼭 쥐고 놓지 않는데

자기가 힘들게 뛰어서 받은 그 과자. 어찌보면 지금 가진 전부일 수도 있는데

제 목에 걸어주더라구요.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지난 2박3일 동안 난 그렇게 오만상을 찌푸리며 살았는데

잘해준 것도 없는데 웃으면서 자기 상을 저한테 주다니.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그 때 생각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장애인이라는 말,

신체의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마음의 장애를 사람들에게 붙여져야 하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봅니다.

 

오늘 누나한테 가보지는 못하지만 곧다가오는 생일에 찾아가서

그 때 그 친구도 잘 있나 한번 봐야겠습니다.

365일 장애인의 날이 되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해봅니다.

추천수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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