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십대 중후반;; 청년입니다.![]()
중간고사 끝난 월요일
굉장히 어이없었던 일이 생각나 한번 적어봅니다.
이건 세달 전 쯤에 있었던 일입니다.
주말이라 부모님댁에 갔다가
급히 프린트할게 있어서 피씨방에 갔습니다.
안산 중앙동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유흥업소가 상당히 많죠.
그래서 저녁에 피씨방에 가보면
스프레이 한통은 썼을법한 요상한 머리를 하고
단체로 호빠앙을 먹다온 남자애들과
정장에 무스바르고 무김치 담그시는 아저씨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피씨방에 가고 싶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가 피씨방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날카로운 소리가 제 귀를 찌르더군요.
왠 정장에 무스 바르신 아저씨 한분이
거센소리 들어간 욕을 하시면서 헤드셋을 던지신겁니다.
옆에는 울상을 한 여알바가 서있었습니다.
전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몇발짝 다가갔습니다.
그놈의 호기심...
좀더 가까이 다가가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알바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래도...여기서 담배 피우시면...금연석인데.."
그러자
아저씨가
"아 이 신발 너 나 하루이틀 보냐?
내가 여기 단골인데 금연석인거 모를까봐?
알았으니까 꺼지라고!!"
제가 얼핏보니 아저씨가 게임을 지고 있어서 화가 난 상태였습니다.
그쯤되면 여알바는
그냥 물러설것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완 다르게
끝까지 얘기하더군요;;
"지금 꺼주세요. 아니면 자리를 흡연석으로.."
그때
"아 이런 씨앙
야~야~야~!!"
아저씨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러더니 그 알바생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는게 아니겠습니까..
여알바생은 몸서리를 치면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반대쪽 손으로 알바생 팔을 잡는겁니다.
"왜이러세요~!!"
알바생이 울먹이더군요.
전 주위를 한번 둘러봤습니다.
카운터에 아저씨 하나가 앉아있더군요.
사장인듯 싶은데.. 어쩔줄 몰라하는것 같긴 해도
도와주러 올것 같진 않았고
다른 손님들은 다들 헤드셋끼고 게임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들려도 안들리는척 하고 있는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저씨는 이제 아예 알바생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너 몇바퀴 돌리다 섬에 팔아줄까?"
이러면서 싱글싱글 웃는데 저까지 소름이 돋더군요.
그때,
그 알바생이랑 눈이 마주쳤습니다.
.....
아...그 눈빛...
.....
시간상으론 2초도 안됬을법한 그 시간에
제 머릿속엔 순간적으로 몇가지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1.누군가는 도와줘야만 한다.
2. 도와줄 사람은 나 뿐이다.
3.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아저씨의 일행으로 보인다.
4. 아저씨의 주머니엔 칼이 있을지도 모른다.
5. 내가 도와주다맞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모른척할 것 같다.
6. 여 알바생 한지민 닮았다.
7. ................
일곱번째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분명 생각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디가는거니 내 육신은...ㅠㅠ
저도 모르게 몇발자국 더 다가간겁니다..
난 불의를 봐도 상황에 따라선 참을 수 있는 사람인데..
툭...
정말 들렸습니다.
제 정신줄 끊어지는 소리가..
"저기 적당히 하시죠!!"
이 목소리는 내 목소리? 아..아니겠지;;
아저씨가 알바생을 놓고 다가오더군요.
전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알바생이 무슨죄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원래 사람은 자기가 떳떳하지 못하거나
부끄러운 상황에선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많죠.
옳은소리 하는 사람은 원래 미운법입니다;;
길에 쓰레기 버리는 아저씨에게
"아저씨 길에 쓰레기를 버리시면 안됩니다."
라고 해보시면 바로 확인 가능하십니다.
어쨌거나
전 아저씨의 화를 산 것이 분명해보였습니다.
아저씨의 핏대선 흉흉한 눈빛이
"그래 내가 좀 심했지?"
라며 인자한 눈빛으로 바뀌길 염원했건만..
왠지 뭐라고 하실지 알수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넌 뭐야 이색기야!!!"
빙고..
전 그래도 몇마디 더 할줄 알았는데..
오른쪽눈에서 불이 번쩍하면서
제 고개가 돌아갔습니다.
그다음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저씨 얼굴을 한대 친것같습니다.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대
그리고 또 한대..
왠지 이 아저씨 자꾸 맞는데요;;;
대여섯대 정도 때렸을까요
정신이 드는느낌입니다.
그래서 제가 물러서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고개를 숙이고 제 얼굴을 잡더니
오른뺨을 홱~ 하고 할퀴었습니다;;
전 얼굴을 잡고 뒤로 물러났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랑 카운터에 있던 사장이
와서 아저씨와 저를 말리더군요.
사장이 경찰을 불렀다는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는 씩씩대기는 하면서도 저한테 다시 달려들진 않았고
전 떨어져서 박살난 휴대폰케이스와 배터리를 주으면서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여알바는 카운터안쪽에서 놀란표정으로 서있었구요.
손님들은 열심히 게임을;;
마침 경찰이 순찰을 돌던 참인지 바로 오더군요.
경찰들은 무덤덤한 말투로..
책을 읽듯이 말하더군요.
경찰1 :"두분 다 신분증 줘보세요"
경찰2 :"아니 애들도 아니고 왜 싸웁니까?"
경찰1 :"경찰서 가실래요 화해하실래요?"
여알바: "저 아저씨가 이 분을 먼저 때렸어요!!"
경찰1 :"어차피 쌍방과실이에요. 이분은 얼굴 할켰고 이분은 눈에 피멍들고 입술터졌네~"
아저씨: "아~ 시퍼렇게 어린노무 색기한테 이렇게 맞아야되나 난 때리지도 않았는데.."
경찰2 :"아저씨 시끄러워요. 이 쪽분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어요. 두분 악수하세요~"
저: ".... 죄송합니다" ;;;;
그래서 바로 악수 했구요.
아저씨는 피씨방비 계산하고 쏘 쿨하게 나가버렸습니다.
허무하더군요.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는 일행이 아니었구요.
아저씨 주머니에 칼따윈 없었나봅니다.
카운터에 있던 아저씨는 사장님이었구.
깜놀한건 그 여알바는 알바가 아니라 사장님 딸이었습니다;;;
제가 아버지라면 그 놈이 칼을 들고있었어도
달려 들었을텐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책상에 가려서
무슨상황인지 잘 몰랐지 않았나 생각하며 이해해보려 하는데
여전히 이해가 잘;;
어쨌든 사장님이 저한테 고마워 하시더군요.
그 아저씬 매일 오는 손님인데 가끔씩
꼬장을 부려서 골치가 아팠다는둥
저아래 무슨 주점 지배인이라는둥
엄청 쎄보였는데 별거 아니라는둥;;
그러더니 곧 사장님 부인도 오셔서는
자기가 가게 볼테니 나가서 밥이라도 먹으라고 하셔서
사양하고있는데..
사장님이 억지로 끌고나가셔서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 사주시더군요.
자기는 안먹지만 마음껏 먹으라면서;;;;
그 따님도 같이 먹었구요.
연신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다시 겜방가서 프린트 하려던거 하고 가려는데
따님이 얼굴에 붙이라면서
흉터안남는 밴드에이드 사다 주셨어요 :)
손톱에 긁힌거라 흉터 남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전혀 흉터 안남고 이주만에 나았네요.
그 여자분이 혹시모르니까
연락처라도 남기시라고
눈을 살짝 빛내시며 물어봐주셔서
초~큼 망설였지만
그땐 여친이 있어서
"괜찮을거에요 다음부턴 조심하세요 ^^"
하고 쿨하게 집에 와서
엄마한테 낼 모레 서른인데 싸움질이나하고
다닌다고 혼났습니다ㅋ
자 그래서 결말입니다.
전 여친이랑 헤어졌구요.
그 여자분 연락처도 안받았구요.
친구가 그러는데 그 피씨방이 해물탕집으로 바꼈다는군요.
반전따윈 없습니다..
훈훈하시면 추천한번 ㅋ
눈감았다 뜨면 금요일이었음 좋겠다.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