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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나올 수 있을까요?

치키치키차... |2010.05.07 11:31
조회 3,469 |추천 0



자동차,에쿠스,프리미엄브랜드,수출차,오토인사이드,아파트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는
중산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10여년 정도 한 직장에 다니고
월 소득은 400만원 이상 되고, 30평 이상 되는 아파트에 살며
2,000cc 이상 된 중형차를 타야 한다.

반면에 프랑스의 전 대통령 퐁피두는 중산층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중산층은 외국어 하나쯤 자유롭게 구사하며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추고
스포츠를 즐기거나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 접대를 할 줄 알며
사회 정의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나설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이 ‘어떤 것을 가졌는가’ 즉, 수치화가 가능한 물질로 평가하는 반면,
프랑스는 ‘어떤 것을 하고 사는가’라는… 정성적 평가를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외국어의 경우도 우리나라 같았으면 ‘토익 XXX점 이상’이라며
숫자로 분명하게 적어 놓았을 거에요.
안 봐도 비디오지 뭐…

물론 한국과 프랑스는 사회적 여건이 판이하게 다르니
단순히 1대1로 대놓고 비교할 순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는 언제나 쫓기듯 살고 악착같이 벌어도 결국 남는 건
30평대 아파트와 2,000cc 중형차 정도일 뿐인 가련한 인생들이 대다수지만
쟤들은 법정 유급 휴가 기간만 한 달이 넘으면서도
GDP 규모 세계 5위를 유지하는 부국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사회 여건을 프랑스에 맞춘다고 해도 달라질 건 별로 없을 거에요.
한 달의 휴가 기간 동안 또 다른 알바로 돈을 더 벌 궁리를 하겠죠.
학원들이 방학 때 장사가 더 잘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 국민성은 그런 거에요.

물론 그게 무조건 나쁜다는 건 아니에요.
저도 한국사람인데 제 얼굴에 침 뱉어서 뭐할라구요.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렇게 일해서 지금의 경제 대국을 일구었고
적어도 우리는 굶주린 시절을 넘어 영양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걸 부정해버리면 철없는 소리가 되는 거죠.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는 비전이 없다는 게 문제인 거에요.
정부와 기업에서 ‘앞으로는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그 창의력이란 건 야근을 밥먹듯이 일해서 얻어지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전 ‘앞으로는 많이 놀아 본 놈이 성공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게 뭐 여자 끼고 술 먹고 그렇게 노는 게 아니라
음악이든 미술이든 외국어든 스포츠든 간에
다양한 ‘문화’와 ‘체험’을 ‘즐겨야’한다는 거지요.

TV에서 창의력이 곧 돈이라며 광고까지 하던 모 회사는
실제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딱딱하고 강압적인 업무 환경을 요구하는 회사였습니다.
그 광고를 보고 실제 창의력이 충만한 인재들이 광고에 혹해서 넘어가
그동안 키워놨던 창의력 쪽쪽 빨리고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을 생각하니
그저 쓴웃음만 나오더군요.
대체 그 좁다란 책상 앞에서 무슨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창의력이란 건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해서,
회의를 오래 한다고 해서,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창의력이 중요하다니까
창의력 키워준다는 학습지가 생겨나질 않나 학원을 보내질 않나…
그보다는 차라리 아이가 좋아하는 학업 외의 활동을 지원해주는 편이
백배는 효과가 있을텐데 말이죠.

농구에서 코치가 절대 가르칠 수 없는 게 딱 하나 있다는데
그게 바로 ‘경기를 읽는 시야’라고 하죠.
패스 하나로 상대 진영 전체를 무너트리는 통찰력.
창의력이란 게 바로 그런 겁니다.
농구만 죽어라 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 유명한 크리스 뱅글 역시 후에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긴 했지만
본래 전공은 인문학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에서 오는 넓은 시야,
통찰력의 근본은 바로 그런 거라는 거지요.

이걸 깨닫는 자는 앞으로 살아남고
깨닫지 못하면 여전히 레드오션인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며
앞으로도 토익과 자격증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그저 그런 인생만을 살아가게 될 겁니다.
현재도 SKY를 나와 놓고 그깟 7급, 9급 공무원에 매달리는 졸업자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는 판인데
쥐어 짜내어 앞만 보고 교육 시키고 있는 소시민들이 이를 깨달을 턱이 없죠.

자동차 블로그라는 곳에서 중산층이 나오고 창의력이 나오고 국민성이 나오고…
별 시덥잖은 얘기들을 늘어놓게 된 이유는
자동차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며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의 국민성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눈으로 보이는 것, 수치로 증명되는 것은 참 잘해요.
지금 당장에 도장 상태라던가 눈에 보이는 부분의 조립 품질 등은 수준급이지만
내구 품질로 가면 품질 오덕후들이 만든 것만 같은 꼼꼼한 일제에 뒤쳐지고,
2.0 R엔진의 184마력과 15km/l가 넘는 연비의 동시 달성도 대단하지만
실연비라던가 엔진의 필링 등에서는 독일제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더 극적인 예를 들자면, 종합 안전등급 1등급을 차지했던 모델이
항목 외의 테스트인 지붕강도 검사에서는 낙제를 했던 사례를 들 수 있겠죠.
독일제가 모서리 부분만 살짝 패일 정도의 압력에
폭삭 주저앉아버리고 마는… 비참함…

저도 지금 2.0 R엔진을 타고 있지만
스포티한 주행에서 저를 더 달아오르게 만드는 건
고작(?) 140마력짜리 TDI 엔진입니다.
회전 질감이 더 좋고 소리도 듣기 좋거든요.
‘밟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단순한 이유인 거지요.
연비 역시 R엔진이 일정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최대 연비가 나오는 것과는 달리
TDI엔진은 어떤 회전수를 쓰건 기준 연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일본차가 독일차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그들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삶들을 살아내고 있거든요.
물론 우리나라보다야 몇 배는 낫기에
고회전에서 소름 돋구는 혼다 엔진의 필링도 나올 수 있는 거지만…
게다가 그들은 오타쿠스러운 품질에 대한 집착이 있었습니다.
전 그 점에 있어서는 분명 독일제보다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이른바 ‘품질 프리미엄’이라는 거죠.

우리나라는 “이거 만들자!”라고 하면 모두들
“우오오오오~”하면서 달려드는 ‘신속함’은 있습니다.
이건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죠.
우리나라의 재벌 구조도 이런 면에선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남들이 책상 앞에서 몇 달씩 토론만 하고 주주들 설득하느라 시간 다 버릴 때
오너 한 명의 명령에 당장에라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
예를 들어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바뀐다고 하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그렇게 탄생한 게 문화나 영혼 따위는 필요 없는 반도체, LCD 같은 것들이구요.
(반도체에다 앤디 워홀의 디자인 따위 넣어서 뭐하게요?)
하지만 자동차는 다르다는 거지요.

과연 우리나라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나올 수 있을까?란 물음에
너무 먼 길을 돌아왔네요.
그건 사실 현대차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한국인의 국민성 즉, 문화의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차에 스며있는 한국 특유의 한(恨)의 정서, 거기서 나온 절박함.
프리미엄과는 정 반대편에 위치한 이미지죠.
프리미엄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선 문화가 통째로 바뀌지 않고서야 불가능할 겁니다.
공부나 업무 외에 조금의 여가라도 즐길라치면
바로 ‘철 좀 들어라’는 핀잔이 돌아오는 문화 속에서
이게 바뀌려면 또 몇 세대를 거쳐야 할테구요.
문화란… 그래서 무서운 겁니다.

 

 

 

 

출처 : 오토씨 블로그 (http://blog.naver.com/auto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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