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1살 여학생입니다.
오늘 날씨가 우중충하네요. 날씨만큼 마음도 울적해서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조언과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만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
저에겐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습니다. 여동생은 올해 고2지만
작년에 고등학교를 자퇴해서 지금은 집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동생은 올해 중2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집은 3년전, 아버지가 운영하고 계셨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부터
집안사정이 나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것 없이 살아왔던 저희 남매에겐
이러한 상황은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매일같이
술만 마시고 들어오는 아빠의 모습과 매일 우시는 엄마를 보면서 우울증을
겪었고 결국 중요한 고3시절을 헛되이 보내면서 원하던 대학에 진학 하지 못했습니다.
당장의 문제집비도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지라,
저는 알바와 공부를 병행했고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어쨌든 제가 원하는
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이왕이면 돈 걱정없이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더라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체념했습니다. 더이상 부모님께 부담감을 안겨드리고 싶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여동생과 남동생은 모든 것을 이해하기엔 어렸던 걸까요.
실업계를 가려다가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인문계에 진학했던 여동생은
무단조퇴와 무단결석을 밥먹듯이 하다가 결국 자퇴했습니다. 억지로 야자까지
해야하는 고등학교 생활이 여동생에겐 맞지 않았던 거죠. 당시 담임선생님과도
마찰이 심했던 여동생은 그 인간 죽어버릴 때까지 학교에 안 가겠다고도 했습니다.
여동생이 가출을 일삼고 학교 보내면 죽어버리겠다고 난리를 피우자,
하는 수 없이 부모님은 학교를 자퇴시켰고 지금은 그저 하는 일 없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공부하는 걸 싫어하는 애라서 검정고시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 견디는 애가 학원에 가서
잘 할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 쉽사리 학원에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남동생이 이런 여동생의 길을 똑같이 밟고 있다는 겁니다.
여동생이 남동생을 위로해준답시고 공부하는 동생을 다독이는 것까진 좋은데
공부가 세상에 전부는 아니라면서 자기처럼 하기 싫으면 때려치라는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남동생이 그 소리를 그냥 넘겨들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남동생이 무단조퇴를 자주 한다는 얘기를 담임선생님께 듣고 나서
엄마와 저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집에 오는 시간은 항상 똑같았기 때문에
저도 엄마도 몰랐던 겁니다. 수업시간에도 대부분 멍하게 있거나 자는 게 대부분,
밥만 먹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길 듣자 엄마께서 울음을 터뜨리시더라고요.
너무 화가 난 제가 남동생에게 왜그러냐고 묻자, 그냥 공부가 하기싫어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왜 학교에 있는지 모르겠다면서요. 그러면서 작은 누나도
그랬는데 왜 자긴 안되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작은 누나처럼 넌 그럼
안되는 거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여동생이 넌 대학도 잘 못 간 주제에 설교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전 너무 충격을 받아서 밖으로 뛰쳐나와 울었습니다.
대학도 잘 못 간 주제에.. 그렇죠. 잘나지도 못한 제가 훈계해봤자
걔네들한텐 가소로울 뿐이겠죠. 제가 만약 잘났다면 제 동생들도 달라졌을까요?
웬지 제 자신이 너무 못나보이고 그렇게 말하는 동생이 야속해서 눈물만 납니다.
힘들게 일하시는 아빠, 자식들에게 평생을 바치신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공부하라고 했더니, 부모님 때문에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하면서 자기 인생
망치고 싶지 않다고 하네요. 여동생 남동생 똑같이요. 공부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할 말이 없네요. 물론 공부를 무조건 잘해야만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하기 싫어서 피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더이상 저보고 참견하지말라네요. 이제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우울해요. 요즘 제 인생에도 회의감이 많이 드는데 동생들 말 하나하나에
더더욱 상처받고 있습니다. 저도 이젠 너무 지쳐서 동생들한테 더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을 정도에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조언 좀 부탁드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