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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를 미워하고 싶은데 되지가 않아요..

판에 처음 글을 써봐서 어떻게 처음 글을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네요.

저로 말씀드리자면, 캐나다에 공부하러 왔다가 어떤 남자에게 홀딱 반해버린 철부지 24살이예요.

(알아요, 공부를 해야지 왜 남자에게 눈길 돌렸냐며 뭐라고 하시는 분도 있으시리란거. 그치만 굳이 변명하자면 사람 마음이라는게 제 뜻대로 되는게 아니란거 정도..)

 

거두절미하고 얘기 시작할께요. [ㅡㅡㅡ라인 위는 제가 사랑했던 얘기, 그 밑엔 포인트]

 

그 남자를 처음 본건 두 달 전, 술자리.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껄끄러워 하는 모습에 통성명만 하고 잔만 디립다 비웠죠.

왠지 모를 관심에 그 사람을 지켜보다가 손에 반지 있는걸 봤고, 바로 애인유무 확인.

6년된 여자친구가 있다는 대답에 '아 그런가보다' 했고

시덥잖은 얘기(치대생이고 미국에서 사는데 캐나다에 자주 놀러오고 27살이라는 것 정도) 좀 하다가 번호 나누고 헤어졌어요.

 

그 뒤로 문자 몇 통하고 메신저로도 얘기 나눴는데

요즘 둘 사이가 안 좋다는거예요. 여자가 시간을 조금 갖자고 했대요.

애인은 2세인데 자기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라 결혼(거주지) 문제로 좀 복잡하다고.

난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죠.

마음은 그게 아니였지만 거기다대고 '헤어져버려' 이럴 순 없는 노릇이니까.

 

친구인 남자애나, 애인있는 남자는 이성으로 보면 안된다는게 제 지론이라,

둘이 삐끗삐끗한걸 보고 잘 안풀리길 바라는 절 보면서 조금 한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는 와중에 이 사람이 내일 시간이 좀 있는데 밥 먹으러 캐나다엘 넘어오겠대요.

진짜 할 일 없는가보다 했죠.

친척 언니한테도 말했더니, 그건 관심의 표현이래요. 난 애인있는 사람이 그럴리 없다고 극구 부인했어요. 물론, 그럼 나야 좋기는 좋을꺼라는 대답과 함께.

 

그렇게 두세번 만났나, 어느 날엔가 술을 한참 부어라 마셔라 했었어요.

술 취해서 운전하고 가기도 힘들고, 좀 쉬고싶다고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 가겠대요.

아 그래? 이랬는데 같이 가서 좀 더 놀지 않겠냐는거예요.

여자가 겁도 없죠. 그러겠다고 했어요.

퀸사이즈랑 킹사이즈 중에 뭐가 좋냐고 묻길래 킹사이즈에서는 한번도 안자봤다고 했죠.

방에 딱 들어갔는데 침대가 하나예요. 왜 투배드가 아니냐고 물었는데, 킹사이즈를 방에 두개 가지고 있는 호텔이 어디있냐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상식일 수도 있는데.... 뭐 내가 호텔에 가본 적이 있어야 말이죠.

 

이 사람이 다음 날 학교를 가야하는데 안가네요. 같이 몇 일 묵었어요.

나가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많은 얘기를 나눴죠.

유쾌하고 성격 좋은 그런 사람이였어요.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나봐요.

그 몇일 사이에 눈 맞고, 사귀자는 얘기 듣고, 꽤나 두근거리는 키스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중요 포인트는 ㅡㅡㅡ 이거 하나 더 아래니까 찾아서 거기부터 읽으셔도 되구요..]

 

2주의 만남. 거의 매일이다 싶을 정도로 국경을 넘어와주는 남자.. 사랑스러웠어요.

 

이 사람이 봄철 알레르기가 있대요, 매년 그런다면서, 한쪽 눈이랑 얼굴이 다 부었대요.

운전을 못 할 정도로.

 

황금같은 토요일을 어떻게 보내나 했는데, 같이 일했던 남동생이 같이 술한잔 하쟤요.

그 사람도 못오고해서 옆 방 언니와 함께 같이 나갔어요.

 

애인한테는 언니랑 술 마시고 있다고 했구요.

그렇게 같이 놀 사람이 없냐면서, 둘이서만 마시냐는 물음에 그냥 웃어 넘겼어요.

 

속여서 미안하긴 한데, 어차피 못 올 사람에게 남자(동생이지만)랑 있는거 얘기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고 술기운 올라오는 중에 애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11시 50분인가 그랬는데, 지금 오고있대요. 오지 말라고 했어요.

일요일 아침에 학교 가봐야 한다는 사람이,  그 눈을 하고 2시간 운전해서

고작 2~3시간 보고 또 2시간 운전해서 가고, 밤을 새서 학교를 가야한다는게..

그리고 술취한 나를 보여준다는게 썩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얼굴 한번만 보여달래요. 그 말이 너무 예뻐서, 알겠다고 헀죠.

근데 같이 놀던 남동생한테 그 술집 매니져가 꽂혔나봐요. 술을 서비스로 주네요.

그 뒤에 필름이 끊겼어요. 거의 다 왔다는 애인의 전화를 받은 듯하기도 하고....

집 앞에서 애인의 차가 있는걸 보고 큰일났다고 했던게 생각이 나요.

부은 얼굴을 봤던 것도 얼핏. 그리고 울면서 미안하다고 집 앞에서 대성통곡하고,

헤어지지 말자고 미안하다고...했던 것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가 그렇게 실수하고, 그 사람이 그러더라구요.

너가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너한테 이제 아무런 감정 없다고.

 

단지 2주였는데, 전 그게 아니였나봐요. 이틀이 지났는데 잠도 안오고 밥도 안넘어가서

나이아가라 국경까지 찾아갔어요. 그래서 얼굴 보고 얘기해봤는데,

그 사람이 내가 너가 좋기는 한가보다. 보니까 좋다.

그치만.. 사귀는건 힘들겠다..라고.

 

그렇게 버스타고 2시간 반 걸려서 그 다음다음 날에도, 그리고 그 다음주에도 찾아갔어요.

그러다가 저번주에는 이 사람이 캐나다까지 데리러와서 나이아가라 근처에서 묵고,

그 사람은 그 다음날 학교 다녀오고, 뭐 애인은 아닌데 할꺼는 다 하는

그런 애매모호한 사이였죠.

 

자기가 어디가 좋고, 얼마만큼 좋냐는 말에

사랑한다고 고백했어요..

 

그 말에 대한 대답은 안했지만,

널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알지 않느냐고 나도 너가 정말 좋다고 매번 속삭여주던 사람인데.

 

 

.......

 

학교에서 일주일간 봉사활동을 가게 됐대요. 일주일 간 연락이 안될꺼라고 하더라구요.

목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그리고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는 추신수랑 박찬호 경기보러

뉴욕에 간댔어요.

 

그렇게 그 사람이 가고나서 심심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새벽에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 매신저로 대화를 좀 하느라 밤을 샜었어요.

결국 해뜨고 잠들었어요. 잠든지 한시간쯤 지났나?

 

 

국제전화로 전화가 한통 걸려왔어요.

잠결에 받았는데, 왠 외국인이 Newyork Airline 뭐시기 하길래

"Wrong number-"  이러고 쿨하게 끊었죠.

근데 왠지 다시 전화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확...

 

 

"Hi. I just woke up, sorry. What did you say?"  -본인-

"um.. Who are you?"                    -상대방-

"I'm nicole."

"Nicole?"

"Yeah, why did you call me?"

"I think I took wrong number..sorry."

"Oh, okay, bye."

"bye."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잠이 살짝 깨고

전화가 끊겨지면서 보인 앞자리가, 그 사람과 같은 지역의 번호..

불현듯 떠오르는 그 사람이 했던 말, 전여자친구랑 같은 지역에 살았었다는..

설마 설마 했던 그런 일들...이 아니길 바라면서 문자를 보냈죠.

 

I'm sorry for asking. Are you YH? (그 사람의 전애인 이니셜)

 

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문자.

omg.. Do u know me?

 

바로 전화를 걸었고, 죄송한테 한국말 할 수 있냐고 어떻게 전화했냐고 물어봤어요.

그 여자분도 묻더라구요,  날 어떻게 알게된거냐고.

J 때문에 안다고, 혹시 사귀냐고 묻고. 그렇다는 대답.....

 

나랑 J랑 무슨 관계냐길래,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나 혼자 좋아하고 있다고.

그럼 무슨 관계였기는 했냐고 솔직히 말해달래서, 있었던 일 다 말했어요.

 

혹시 지금 미국으로 올 수 있겠냐는거예요. 삼자대면 하자고.

전 못간다고 했어요. 그러고 번뜩 든 생각이, 지금 그럼 J도 혹시 같이 있는거냐고.

그랬더니 그렇대요... 밸리지에 간게 아니였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니콜씨가 올 수 없으면 조금만 기다리래요, J 오고있으니까 스피커 폰으로 대화하자고.

 

그 사람이 오는 사이에 그 여자분과 계속 통화를 했어요.

니콜씨한테는 굉장히 미안한데, 우리가 사귄게 6년이예요.. 라는거예요.

그래서 안다고 했어요. 상담했었다고. 어떤 사람인지도, 뭘 하는지도 다 안다고.

 

말하다 보니까 복 받쳐서 울었어요. 그 여자분한테는 미안하다고,  제가 이러는거 웃기겠지만 몰랐던 일이라 제가 지금 감정이 주체가 되질 않는다고.

그 여자분도 지금 되게 화난대요. 1~2년 만난거면 자기도 짐 싸서 돌아가고 싶다고.

 

서로 질문에 대답하고 나서 보니까

번갈아가면서 그 여자분과 날 왔다갔다 했었다는 것도,

날 좋아하지만 사귈 수 없다고 했었던 말도

모든게 다 정리가 되더라구요.

 

그 남자가 한 모든 거짓말 때문에

내가 줬던 마음이.....

그렇게 뭉게지는거 있죠..

 

결혼..한대요

9월에.

 

그 여자분이랑 30분 넘게 통화했나? 그러다가 서로 못기다려서

그 사람에게 전화했어요.. 3명이서 통화할 수 있게.

 

자기야~? 누가 자기 기다려. 라는 그 여자분의 말에.. 누구냐는 그 사람의 목소리.

너무 듣고 싶었는데... 그렇게 들을 줄 상상도 못했는데..

여자분이 나보고 말하래요. 여보세요.. 하고 잠깐의 정적.

나야.. 라고 했더니, 아 이렇게 된거구나.. 라는 그 사람의 탄식어린 목소리.

어떻게 된거야..라는 물음에.. 미안하다. 됐냐?

라는 그 말...

그리고 나에게 나중에 얘기하자는 그 사람과 솔직히 말해보라는 그 여자분과의 말다툼...

 

잠깐 전화가 끊기고,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미안하다고, 실수였다고, 감정 컨드롤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남자..

저번에 끝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이번엔 진짜 끊어야겠다고.

 

나 가지고 논거냐고, 그랬더니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고

그럼 그게 아니면 뭐냐고 채근헀더니, 그런거 맞는거 같대요..

그래서 그랬어요...

사람 마음 가지고 놀지 말라고... 미안하다는 그 말이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니였음 좋겠다고 그 미안한 마음 오래 간직하고 살라고.

결혼.. 축하한다고..

언니랑 나가봐야하지 않겠냐고.. 끊으라고

 

알겠어 끊을께

하는 그 사람 목소리에.. 너무 붙잡고 싶은데,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까..

그 목소리에 맘 약해질까봐 아무말 안하고 먼저 끊었어요.

 

이게 무슨 드라마 같은 일인지, 방엥서 혼자 끅끅대며 울다가

좀 진정된 후에는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그랬는지 친구들에게 웃으면서 얘기했어요.

방금 이런 일 있었다고. 나 무슨 비련의 여주인공 같다고. 제일 불쌍한게 나라고.

이게 뭐냐고.

 

몇시간동안 그렇게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있는데, 걸려온 전화. 그 여자분이더라구요.

목소리 듣고 싶지 않을텐데 전화해서 미안하고 같은 여자로써 미안하다고.

괜찮다며,  그 사람이랑 했던 통화내용이 궁금해서 전화한거냐고 했더니

그런것도 그런거지만 혹시나 J한테 전화오면..알려 줄 수 있겠냐고.

 

난 뭐 그 사람들 그런 뒤치닥거리까지 해야하나 싶어서 조금 화가 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 그 사람이 니콜씨한테 전화하는거면 그 사람이 니콜씨한테 마음있는 거니까

그 땐 자신이 정리해야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우리가 헤어지게되면, 니콜씨한테도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기회요??? 하고 되물었어요. 그랬더니, J가 니콜씨 좋다고 하면 둘이 만나볼 수도 있는거 아니냐구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려면 믿음이라는게 있어야 하는데 거짓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그건 아마 힘들꺼 같다고 대답했어요.

 

난 여기 있을 자신도 없어서 한국 아예 돌아갈꺼라고. 걱정 마시라고.

두분이 결혼하실꺼니까 뭐가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화오면 전화주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 똑똑해서 그런거 안할꺼라고.. 전화할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결혼해서 잘 사셨으면 좋겠다고. 잘 지내시라는 마지막 말로 끝냈어

 

끝났어요 모든게.

 

이게 요약본이예요.

3류 쓰레기 드라마도 이것보다는 나을텐데..

 

또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너무 아파서....그 사람이 사준 두통약을 먹고,

진정하려고 단걸 찾다가 그 사람이 줬던 초콜렛을 보고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러고나니까...

욕 한마디 못하고 모진 소리 못하고 끊은 나에 대한 자책감.

그 언니를 향한 안쓰러움.

그리고 이것조차도 쇼가 아닐까, 거짓말이 아닐까하는 의심.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정리가 되지 않는.. 그 사람을 향한 마음.

 

술 마시고 피도 토해보고 그래도 살겠다고 밥 먹다가 얹히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그 사람이 보고싶어서 우는 내가...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그 여자분은 그래도 화낼 대상이라도 있고, 관계를 이어나갈지 말지 고민할 수라도 있고,

용서를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고, 용서를 비는 그 사람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고,

미안해하는 그 사람 표정도 볼 수 있잖아요.

 

모래라도 쥐었다가 피면 모래알이라도 남는데, 난 그저 허공에 대고 뭔가를 움켜쥐려고

노력하는 거라서.. 허무하고 허망한 마음에 눈물만 나고..

 

마치 그 전화가 한 때의 악몽이였던 것처럼 믿겨지지가 않아요.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아 이제 정말 그 사람을 볼 수가 없겠구나, 라고 느끼겠죠.

 

그런 일 있은지 이제 나흘밖에 안됐는데도 이렇게 미칠 것 같고 아파서 죽을꺼 같은데,

내가 그 사람을 잊기 위해 보낼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련하게도, 그 사람을 떠올리면

날 향해 뻗었던 손이랑 내 얼굴을 보면서 지었던 웃음이랑

내가 좋다고 했던 그 목소리랑...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 안기는 모습뿐인데..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어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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