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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부터 훈훈한 172번 버스의 그녀 이야기

돈암훗남 |2010.06.04 11:27
조회 618 |추천 0

서울 사는 슴네살 돈암훗남입니다.

서론 길게 할 필요 없이 오늘 아침에 있었던 훈훈한(?)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요즘 트렌트인 음임체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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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 돈암동에 사는 대학생임.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휴학하고 나름 군바리.. IT직종 병역 특례 요원임.

 

현역인지라 2년 10개월을 복무해야 하며 아직도 1년이나 남음..

 

대학 들어가자마자 스쿠터, 오도바이를 타고 다니다가,

 

최근 8개월쯤 전에 모든 이동수단을 팔아버리고 뚜벅이 생활로 돌아왔음.

 

이동수단을 팔아버리게 된 계기는.. 

 

매일 10시간 이상씩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걷지도 않는 관계로..

 

BMI지수 25, 체지방 15%에 육박하는 점점 불어나는 나의 지방들 때문에,

 

과거의 슬림한 바디라인을 위해 큰맘 먹고 결정하게 됐음.

 

(짤방용 사진이 필요하다는것을 알게됨.

잘가 내 5년친구여.. 정든 너를 보낸다.)

 

 

 

 

오늘의 사건은 바로 버스생활을 하기 시작한 8개월 전부터 시작하게 됨.

 

나의 집은 돈암동 성신여대입구역, 회사는 상암동 DMC..

 

유일하게 한번에 갈 수 있는 버스는 172번 뿐.

(1시간 이상 걸리지만 한번에 갈 수있는 것만으로도 감사)

 

오도바이를 타고 다닐땐 2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씩 걸려서 가야 했으므로

 

처음엔 일찍 일어나야 하는게 힘들었지만, 버스를 타는 재미를 느끼게 된 사건이 생김.

 

 

출근 버스는 항상 만원이여서 내가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방향감각을 상실한체 내 몸을 주위 사람들에게 맡기게 됨. 그래 나 헤픈 남자임.

 

버스 타시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버스를 타다보면 처음엔 잘 모르지만 항상 그시간에 마주치는 사람들을 점점 알게 됨.

(서로 말은 안하지만 다 구면임.)

 

저 아줌마는 조계사에서 내리지.. 저 아저씨는 을지로에서 내리지.

 

아 저여자 이대다니는 여자. 아 저 학생은 풋풋한 연대생..

 

172번은 서울의 강북의 주요 도시들을 모두 지나감. (노선 검색 요망.)

 

한달쯤 타고 다니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디서 내리는지 알 수 있게 됨.

 

그중... 유일하게 진짜 눈에 뛰는 한 여성분이 계심. (내 눈에만 그런 것이길 바람.)

 

이 여성분.. 타는 곳이 혜화동, 성대입구, 창경궁 랜덤인것을 보니..

 

어디선가부터 버스를 타고와서 환승하는 듯 보임.

 

내리는 곳은 서소문... 시청쪽에서 일하는 도도한 도시녀 이미지.

 

 

아.. 아름다움. 나의 인생에 한 줄기의 빛이 내리는구나.

 

곁눈질 스킬로 오른손 왼손 다 확인결과 반지같은것은 끼고 있지 않았음.

 

바로 들이대서 번호를 따고 연인이 됨..... 은 개뿔

 

아 시망 꿈.

 

거울을 보니 현실은 시궁창. 나의 육덕진 지방들과 소심한 성격.

 

내 인생에 여자의 전화번호를 물어본다는것은 없었음.

 

생긴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보수적이라. 클럽. 나이트클럽도 가보지 않음.

 

일단 원래 목표였던 살부터 빼자..

 

열심히 운동하여 10kg 감량. 과거의 슬리만 바디와 나오다 만 식스팩으로 돌아감.

 

헤어스타일도 쌈박하게 세팅..

 

 

그렇게 나의 관음증은 작년 겨울부터 시작 됨. 오늘 아침까지.

 

성신여대입구에서 탑승 후 혜화동부터 긴장하기 시작함.

 

어김없이 그녀 등장.

 

허나, 항상 아이팟을 귀에 꽂고 다녀서 말을 걸어보고 싶어도 개무시당하고 주위 사람들한테 쪽당할까봐 말을 못검.

 

가끔 쳐다보면 눈도 마주치고 그녀도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는것 처럼 느낌.

 

하루는 맘 크게 먹고 말을 걸어봐야지 하고 탑승.

 

그러나 이게 웬일. 그녀가 보이지 않음.

 

그렇게 한달동안 그녀는 나타나지 않음...

 

급격히 우울해지기 시작함 .. 회사를 옮겼나.. 아님 남자친구가 생겨서 카풀을 해주나?

 

얼굴이 더욱 피폐해지기 시작함.. 역시 현실은 시궁창.

 

 

 

그러다 오늘 아침......!!!

 

그녀 등장!! 때아닌 등장으로 나의 폐인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으나.

 

나도 모르게 반가운마음에... 들이대버렸음.

 

어김없이 아이팟을 귀에 꽂고있어서 말로해서는 못들을 것 같아. 나의 4년 친구인 2G 탱크 핸드폰에 문자를 써서 보여줌

 

"앞으로 인사하고 지내요 ^^ 괜찮으시다면 번호좀 가르쳐주세요."

 

무슨 정신으로 용기로 들이댔는지 진짜 지금도 신기함. 사실 손발이 오그라듬.

 

그러나 그녀..

 

도도한 도시 시크녀 답게, 대답도 없이 그냥 도리도리. 황급히 내리심.

 

너무 급하게 들이댔나? 그냥 자연스럽게 인사할 걸 그랬나?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 다듬.. 이런걸 해 본 적이 있어야지.

 

 

그렇게 나의 반년간의 긴 여정은 오늘 아침 무참히 발려버렸음.

 

역시 살이 문제가 아니였음. 현실은 시궁창. 지금 보니 내 키도 문제였음. 그래 루저임.

 

그냥 루저도 아닌 하이급 호빗 루저임....

 

친누나에게 문자를 보냈음.

 

"누나 172버스의 그녀에서 무참히 발려버렸어.."

 

누나의 답장

 

"얼굴이 장동건 정우성 급이 아닌 이상에는 헌팅은 꿈도꾸지마삼"

 

그래 역시 현실은 시궁창이였음.

 

날씨는 굉장히 쾌적하지만 나의 마음은 정 반대임.

 

급격히 다시 소심남으로 돌아감.

 

구석에가서 찌그러져 앉아서 출근했음..

 

회사오는 버스는 172하나뿐인데 앞으로 어떻게 출근해야 할 지 모르겠음...

 

누나의 문자때문에 다시 들이댈 용기따위는 나지 않음... ㅠ^ㅠ

 

지하철 지하철 버스 3번씩 환승하면서 출근해야하나..

 

 

 

아무쪼록 톡커님들 좋아하시는 그런 그냥 훈훈한 결말 이야기였음.

 

글 쓰는데 자꾸 회의다 뭐다 불러서 이제서야 완성 하게됨.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함. (__)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됨.

 

주말이라고 해봐야 집에만 박혀있지만...... 쓰읍.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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