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씨, 요새 왜 그래? 연습실에도 안나오고, 전화해도 안받고..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조금 피곤해서...]
더 말하려는 재희를 준영이 막아서며 흥분을 가라앉힌다.
베버리에서 유진과 재회했다는 말을 전해들었을땐 너무 기쁜 나머지 그 다음 상황까지 생각지 못한것이다.
바로 태민의 상태...
유진을 만나고 난뒤 태민은 coma상태였다.
무언가 위험한 일에 말려든 유진을 혼자두고 왔다는 죄책감과 불안에 하루하루가 엉망이었다.
귀국하자마자 아파트의 물건을 뒤엎으며 무언갈 찾아내려 애썼고, 결국 찾아내지 못한 유진아버지의 편지로 인해 태민의 죄악감은 극에 달했다.
모든 방송 스케줄의 중단...
그리고 언제 부터인가 재희와의 만남도 피하고 있었다.
그런 태민의 위태로운 모습을 모두들 지켜보며 다시 회복되기를 기다릴뿐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더 잘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진이 사라졌을때 태민의 상태를...
태민과 유진의 관계를...
[휴~갈수록 살얼음이다...살얼음...재희도 그렇고....우리가 다시 베버리에 가서 유진이 데려오면 안돼나?]
[어디있는지도 모르쟎아]
[그거야 사람찾는곳에 의뢰하면 금방이쟎아!]
석이는 먹던 떡볶이를 꿀꺽 삼키며 눈을 반짝인다.
[이게 무슨 첩보 영화냐? 뚝딱 하면 찾게?]
[아냐?]
[너 영화 그만봐!]
[기다리자...곧 회복 하겠지...]
[...힝~ 나도 유진이 보고 싶은뎀...]
석이는 푸념하듯 중얼거리며 남은 떡볶이를 집어들었다.
빈 연습실에 우두커니 앉은 태민은 머리속에 또다시 떠오르는 영상을 지우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것은 ....
하루에도 수십번 아니, 수 만번씩 자신의 의지완 상관없이 그려졌다.
유진과의 만남...그리고 키스....
[....사랑한다고 했지.....무슨 의민거냐....윤 유진...날 왜 이렇게 혼란하게 만드는거야...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거야...넌....]
태민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항상 되풀이 되어 돌아오는 물음표에 이제는 지칠대로 지쳐버린 상태....
재희를 볼수가 없었다.
노래를 할수가 없었다.
그 녀석의 그 눈빛은 .... 너무 초조하고 불안해 보였으니까...
그리고....사랑스러웠으니까....
[꼴이 그게 뭐냐?]
[형?.....]
[너 방송 중단 했다며?]
[그걸 어떻게 알아?]
한달에 3번정도 방문하는 태식이가 반 풀이 죽어 들어서는 태민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혈색없는 얼굴에 무슨 고민을 골똘히 하는 사춘기 아이의 불안한 눈빛이었다.
[뭐냐? 네 머리속 고민...]
[고민은 무슨...피곤해서 그래]
거실소파에 주저 앉는 태민을 따라 그의 시선이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그때부터지? 아마도...베버리에서 온뒤부터...재희씨도 안만나고...노래도 안부르고....]
[형 취조하는거야?]
태식은 캔 맥주를 건네며 반대편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다.
[말하면 덜 해질꺼야...내가 장담한다. 무슨일이야?]
[......]
태식의 말에 그제서야 눈을 들어 자신의 손에 쥐어진 맥주를 바라본 태민은 결심이 선듯 원샷한다.
[.....형....동성....애자....일까?]
[무슨 소리야? 누가?]
[...나...말야....동성애자 일까? 그런걸까?]
그말에 태식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놓치고 말았다.
[동성?...너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이상해...자꾸 그녀석 얼굴만 생각나고, 하루에도 수십번 그녀석을 안는 상상을해....그 자식이 내 머리속에 가득하다고...미칠것 같아....]
태민의 진지한 눈빛에 태식은 아무런 말과 행동도 보일수가 없었다.
알고 있다.
태민이 고민하고 있는 그의 정체를...
베버리에서 그가 누구와 재회를 하고 왔는지....
윤 유진...
지금 까지도 의심하지 않던 내 동생의 친구....
이제와서 그 녀석은 여자라고 말해야 할까?
그러니까 넌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다.
그럴순 없다.
그런일은 내가 허락 하지 않는다.
내가 갖지 못한 단 한 사람....
그 여인은 이렇게 쉽게 너에게 보일순 없다.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형...이상하지? 경멸하는 거야?....난 머리가 너무 복잡해...노래조차 부를 수가 없어. 내 감정을 모르겠어. 재희를 너무 사랑하는데...그건 정말인데...재힐 볼수가 없어...두려워....그 녀석과 겹쳐보이는 재희를 안게될까봐....그게 너무 두려워....나..미친거지? 그렇지 형??]
태민은 소파에 머리를 쳐 박았다.
3년만에 만난 유진에게.....
[니가 착각하고 있는 거겠지. 재희씨를 바라보는 니 눈을 보면 알아. 넌 재희씨를 사랑하고 있어. 그건 내가 장담할수 있어.]
[형....]
[기운내. 너는 내 동생이야. 동성이란 감정은 아마도 너무 가까운 친구의 우정을 일시에 착각한걸꺼야. 걱정마...넌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이야!^^]
[일시적인 감정일까?]
[그래..민 태민!! 너 이자식 왜 이렇게 나약해 진거야? 정신차려!!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고 빨리 씻고 나와!!]
단순한 감정이구나...
그래...
난 재희를 사랑해...
무려 10년이라고...내 착각인거야...그래.. 다시 유진을 만나서 데리고 돌아오자... 그러면 내 고민도 다 끝나는거야......
태민은 조금은 정신을 가다듬은듯 욕실로 향했다.
그런 태민을 바라보며 태식은 반쯤 열려진 태민의 방 책상위 액자를 바라봤다.
검은 흑발을 길게 늘어뜨린 한 사람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