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시청 앞 광장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지원했습니다.
준비물과 함께 집결 시간 8시 30분이라는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8시 30분이 되어 행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행사장 측에서 원래 집결시간이 8시였다고 늦었으니 가라고 했습니다.
아르바이트 분들(약 150명 이상)은 그 쪽에서 8시 30분으로 알려주지 않았냐고 했습니다.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명단 확인하고 행사장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명단에도 문제가 있었던지 문자를 받았음에도 명단에 이름이 없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분들을 향해 한 스텝분께서 들으라는 듯
"명단에 없으니까 교통비도 주면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냥 이천원 주고 떨궈라."
고 말씀하셔서 상처를 입었습니다.
라는 것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글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썼습니다만...
시간에 대한 공지나 명단의 누락된 부분이나
명백히 주최측의 잘못이었음에도 저희들을 향해
너희들이 늦어놓고 왜 이렇게 억지냐,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하는 태도가 아니꼬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좀 길고 재미 없게 써서... ^^;
바쁘신 분들을 위해 요약을 해보았습니다.
며칠 전, 모 알바사이트에 한 구인광고가 올라왔습니다.
대한민국 대 나이지리아 전이 열리는 시간에
시청 앞 광장에서 안전요원을 할 인원을 모집한다는 것이었지요.
별다른 조건도 필요치 않은데다가 축구를 보며 돈도 벌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로 지원했습니다. 그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문자가 오더군요.
필요한 준비물들과 함께 [8시 30분까지 덕수궁 앞으로 집결해주세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 8시 15분을 조금 넘긴 시각,
덕수궁 앞에 도착했습니다. 꽤 많은 분들이 모여 계시더군요.
(200명 모집이었는데, 다는 아니고 한 150~180분 정도 오신 것 같았습니다.)
누구에게 가서 신원확인을 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8시 30분을 조금 넘긴 시각, 갑자기 사람들이 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갔습니다.
광장에 설치된 무대 뒤편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갑자기 뒤돌아 걷는가 싶더니
행사장 입구, 도로변과 공사장을 잇는 길목에 모두들 멈춰섰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설명해주시는 분도 없어
그냥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십 분이 흐르고 한 남성 스텝분이 나오셔서 상황을 설명하셨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녁 8시에 집결이었는데 너희들이 늦지 않았느냐. 이미 예정된 인원은 초과되었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에 모여 계시던 분들이 핸드폰을 꺼내들며
"8시 30분 집결이라고 했다. 어떻게 된 거냐."
고 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주최측에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돌아가달라."
고만 하였습니다. 몇몇 분들께서 대표로 스텝 분과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우리는 8시 30분인 줄 알고 왔다. 그런데 우리 보고 늦었다고 가라고 하면 어쩌느냐.
여기까지 온 시간과 돈은 어떻게 할 것이냐. 그 쪽 실수이면 차비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는 모르겠다. 일단 이미 시간과 인원이 모두 초과되었으므로 가달라."
그런 이야기가 계속 오갔습니다. 그럴 수록 모두들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저는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억울한 마음이 들어 기다려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모두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지쳐가고 있는데
"알았다. 명단을 확인한 뒤, 들여보내겠다."
는 주최측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름을 확인하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이 걸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는데
몇몇 분들은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계셨습니다.
문자를 받았음에도 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제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 아르바이트를 먼저 발견하고 제게 소개시켜준 친구였죠.
저도 같이 초조한 기분으로 명단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는데도
돌아오는 답은 "명단에 없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었습니다.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쿨하게
"뭐 어쩌겠어. 난 다른 데서 응원이나 할 테니까 넌 아르바이트 잘 해."
하며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쪽에서 문자를 받았음에도 명단에 없다고 했던 분들께서
남성 스텝 분께 무언가를 내고 계셨습니다.
친구가 얼른 다녀오더니
"신분증 사본에 계좌번호 적어 내면 차비 보내준다고 그러네."
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한 여성 스텝분께서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남성 스텝분을 향해
"○○씨! 명단에 없으면 교통비도 안 줘야 되는 거 아냐?!"
하고 소리 치셨습니다.
남성 스텝분께서 '어쩌겠어'하는 식의 제스쳐를 취하시니 여성 스텝분께서
"아, 그래. 그냥 이천원씩 주고 떨궈버려."
하시더군요.
참, 기가 막혔습니다.
집결시간을 잘못 알려준 것도, 한참 기다리게 한 것도,
그러면서 중간에 분위기 험악했던 것도 다 괜찮았습니다.
거기 계신 분들 잘못이 아니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만은 정말 참을 수가 없더군요.
저랑 제 친구는 "말하는 거, 진짜. 참."
하며 그 여성 스텝 분을 쳐다보았습니다.
(이때 감정이 격해져 저희도 어투나 시선이 좋지 못했던 점은 인정합니다만)
그런데 그 여성 스텝 분, 되레 저를 죽일 듯이 노려보시더군요.
한 대 맞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그러더니 한참 후 시선을 거두시고는
안에 계시던 분들을 가리키며 옆에 계시던 스텝 분께
"근데 얘네 밥은 언제 멕여?" 하시더군요.
그 두 분의 대화를 들으며 저는 그냥 행사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월드컵 때 좋은 추억 만들려고 왔지.
우리가 사만원 받겠다고, 이천원 받겠다고 이렇게 안달복달하러 왔냐."
하며 친구랑 같이 걸어가는데 왜 이렇게 씁쓸하던지요.
사회에 나가면 이보다 더한 일도 많을 텐데 제가 너무 예민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속상한 마음에 이렇게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덧붙여
어제 그 자리에 계셨던 분들, 아르바이트는 잘 하고 돌아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즐겁게 아르바이트 하셨길 바라고 식사와 돈도 제대로 지급 받으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행사 진행하시던 분들, 어제 본인들 잘못도 아닌데 수습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서로 전달을 잘 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 수고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옆에 계셨던 여성 스텝분, 앞으로 언행 주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몰라도, 저희 고작 이천원 받겠다고 거기 가서 그렇게 기다린 거 아닙니다.
고작 이천원에 떨궈질 만큼, 하찮은 사람들도 아닙니다.
혹여라도 이 글 보신다면 꼭, 그때 저희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한 번만 더 생각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