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괴된 사나이를 보고난 후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비를 내면서 빈 좌석이 있나 버스 안을 한번 휙 둘러보았다.
주무시고 계시는 아저씨 옆에 빈자리가 보였다.
냅다 후루룩 달려가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엠피쓰리를 들으며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부산한 나의 몸짓에 옆에서 주무시던 아저씨가 살짝 잠에서 깨신 것이 느껴졌다.
그리곤 덜 떠진 눈으로 날 슥~ 보더니 갑자기....
갑자기.....-_-
내 허벅지에 손을 턱 얹어 놓으신 것이다.
난 깜짝 놀라며 '이 아저씨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데 비몽사몽하여
내 무릎을 도움삼아 일어나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 했...으..나....
그것은 오산.
아저씬 다시 자리를 잡으시곤 눈을 감으신 것이다.
물론 그의 손도 여전히 내 허벅지 위에 있었고...
뭐.. 내가 자식 같이 느껴져서..
마치.. '자식을 격려하는 듯 한' 손 짓이 아닐까 잠깐 생각이 들긴 했었다.
그리고 나도 왜인지 아빠같이 느껴져서 그의 손짓을 느끼고 있었는데..
하지만
하지만!!
그의 눈은 분명 감겨져 있는데
그의 따뜻한 손은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이렇게...
쪼물 쪼물 쪼물 쪼물 쪼물.....
그의 엄지와 나머지 네 손가락이 하나가 되어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그것은....
자녀를 격려하는 손 짓도..
마땅히 둘 곳을 못 찾는 손 짓도 아니었다.
날.... 나를 다르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ㅠㅜ
흠칫 놀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그가 측은히 느껴졌다.
몸을 창가쪽으로 구겨 잠을 청하는 모습이나,
팔을 내 허벅지 쪽으로 길게 늘여뜨려 미묘한 움직임을 보여준 그의 모습이 말이다...
내 가방 속에서 통화가 왔음을 알리는 휴대폰 진동이 느껴지길래
평소의 사내의 목소리로 통화를 했다.
통화를 하면서도 이 아저씨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짧았던 통화가 끝나고..
또다시 그가 떨 떠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이번엔, 눈을 꿈뻑꿈뻑 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흠칫 놀라신다...
그러면서 자리를 다시 고쳐 앉으며 손을 자연스레 빼시는 것이다...
흠...
이건 멀까???
여전히 내 허벅지에선 그의 온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