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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쓴 편지

허광빈 |2010.07.13 03:22
조회 328 |추천 0

가슴으로 쓴 편지

(외아들 허준을 보내고)

 

                        허 명

 

 

조팦나무* 분홍 꽃이

벽재길 우에 물음표처럼 누워 있다

열구름* 따라 밟히며 하얗게 묻혀진다

유월을 잡고 길게 늘어선 칠월은

개밥바라기*처럼 밝지만 외롭다

 

발가벗은 세월을 탄하며

화창하게 피다 진 망초꽃잎은

가슴깊이 그리움으로 피어올랐는데

다시금 꽃잎들 침묵 속으로 눈을 감고 있다

기다리던 영혼의 밝은 시간 위로

 

차마 식지 않은 여우별* 같은 기억

의문투성이들 자연처럼 스러지며

칠월의 너볏한* 푸른 미소만큼

아직 바재이며* 흩날리는 향기 숲을 떠나지 못하고

눈바래기*하며 바람이 불때마다

내 가슴 곁에 서성이며 흐느낀다.

 

칠월의 푸른 영혼 앞에 염을 띄우며

잠시는 쉬었다 가는 주머니 속의 그리움이여!

푸른 줄기로 빛나는 나무처럼

싱싱한 추억으로 가끔은

워낭소리처럼 외롭게 떠나는 여행 일망정

 

살았어도 산 게 아닌

가엾은 사람들을 볼때면

우체부로부터 배달된

오랜 친구의 가을 편지였으면 좋겠다

가슴을 밟고 갔어도 영혼이 살아 있음을 믿는다.

 

 

 

 

* 열구름 : 지나가는 구름

* 개밥바라기 :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

* 여우별 : 궂은 날에 잠깐 나왔다가 숨는 별

* 너볏하다 : 번듯하고 의젓하다

* 바재이다 : 어쩔 줄 모르고 머뭇거리다

* 눈바래기 : 눈으로 배웅한다는 뜻으로 떠나는 이를 멀리까지 바라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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