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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찾은 친엄마

가끔 톡에 올라오는 부모님 글들을 즐겨 보는데

이번엔 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재미있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제 글을 읽고 부모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때는 거슬러 5년전으로 돌아가요.

20대 초반이었죠. 모든게 내 세상인 것만 같았던 그때!!

어느 날 일본에서 유학생활 중인 누나한테 전화가 왔어요~

주민등록 초본이 필요한데 우편으로 좀 보내 달라고 하더군요.

정말 귀찮았지만 용돈을 보내준다는 말에 바로 동사무소로 달려갔습니다.

 

난 용돈의 노예짱

 

막상 생각해보니 초본을 떼는 건 처음이었어요. 가끔 학교에서 필요할때

등본만 띠었봤었는데 태어나 처음으로 초본이란걸 떼니 신기하더라구요.

여러 장으로 되어있어 우리 집안 친척들 이름이 다 나와있었어요.

아 초본이란 이런거구나~ 하고 무심결에 한장한장 넘겨보다가

아버지 성함밑에 처음보는 이름을 발견했죠.

아니..알고 있었지만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이름..

바로 저를 나아주신 친모의 이름이었어요.

한 4살때였나봐요. TV에서 어렴풋이 88올림픽을 본 기억이 나는데

그때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었으니 그 전에 이혼하셨던거에요.

아! 지금 또 생각 났는데 초등학교땐가

어느 여자분이 아버지를 찾아와서 누나랑 저랑 고기를 사줬던 기억도 나네요.

어쨌든 거의 기억엔 없지만 아득하게 그리워지는 그런 존재..

그리워하지만 너무나도 미운 나에겐 그런 존재..

바로 친어머니..

 

그 이름 석자를 멍하니 보고 있다보니..

 

'나를 나아주신 분은 어떻게 생기셨을까?'

'내가 가끔 상상하던 그런 모습일까?'

'나랑 누나랑 버리고 가서 잘 살고 있을까?'

'지금은 무얼 하실까.. 나랑 닮았을까?'

 

이런 궁금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결론은 '찾아봐야겠다' 였죠.

 

초본에 나와있던 뚜렷한 주민등록번호..

전 그 주민번호로 휴대폰 번호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5년전만 해도 통신사에 아는 사람만 있으면 전화번호 알아내는 건 식은죽 먹기였어요.)

 

막상 알아내려고 하니 너무 쉽게 알아지더군요.

참..허무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허무한 기분이 또 다른 원망으로

바뀌더군요.

 

'난 이렇게 쉽게 찾았는데 여태까지 나를 못찾았다면 일부러 안 찾은거겠지. 괜히

 내가 전화해서 잘 살고 있는데 방해가 될수도 있고..'

 

정말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들고 하루종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잡생각 다 집어치우고 결론은 '목소리만 들어보자' 였어요.

그렇게 번호를 눌렀다 지웠다를 수십번 반복하다 어렵게 통화버튼을 눌렀어요.

통화연결음에 심장이 멎어버릴 정도로 온 몸이 떨렸죠.

 

"여보세요"

 

뚝..중년 여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하하..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떨렸죠..엄청 떨렸죠..

그래도 심호흡 한번 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꼭 하고싶은 말이 있었거든요.

 

"여보세요.누구세요?"

 

모르는 전화번호가 받자마자 끊어버리고

다시 또 전화가 오니 목소리에 경계심이 가득했죠.

 

"아..혹시 xx씨 전화 아닙니까?"

 

"네..맞는데 누구세요??"

 

"아..음..저..xx라고 하는데 혹시 기억나세요..?"

 

그 뒤로 들려오는 건 엄청나게 놀라는 그 분의 목소리였어요.

'아..여태까지 상상했던 목소리가 이런 목소리였구나..'

뭔가 눈두덩이가 뜨거워지더니 오히려 담담해지더라구요.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을 정말 담담하게 했어요.

 

"건강하게 잘 나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 나이가

 21살이구요. 정말 잘 컸어요. 비록 저에게 해준거 하나도 없으시지만 나아주신 것만

으로 저 충분히 감사히 생각합니다. 잘 살고 계신데 제가 피해를 끼친건 아닌지 모르겠

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그렇게 전화기 너머로 아직도 놀라고 계신 그 분을 뒤로한채

전화를 끊고 밧데리를 분리했어요.

울었죠.

엄마 없이 자란 서러움..그리움.. 그리고 원망..

혹시 기억 하시나요?

초등학교때 선생님께서 반아이들 다 눈감으라고 시키고

엄마 없는 사람 조용히 손들어요. 아빠 없는 사람 조용히 손들어요.

전 정말 그 시간이 죽도록 싫었어요.

그리고 한참 철없을 나이 부모님 모시는 행사에 할머니가 오셨을땐

정말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구요.

그렇게 어릴때부터 가슴 한쪽 구석에 원망과 그리움을 동시에 묻어두고 자랐던 전...

엄마없이 자라니깐 괜히 강한척 하고 자존심만 쎄졌던 전..

그저 목소리 따위에 그렇게 무너져서 밤새 울었습니다.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이 꽤 됐었나봐요.

 

다음 날 전화기를 켜니 전원이 꺼져있을 동안 전화가 엄청 와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전날 제가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 하지 않았다는 건 다시 절 찾아 달라는

어리광이었겠죠.

전 그렇게 멍하니 전화기를 바라보다가 덜컥 받아버렸습니다.

목소리가 다시 듣고 싶었거든요.

 

"여보세요? 준아..끊지마라.제발.. 준아 엄마가 2년전부터 얼마나 널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니ㅠㅠ  누나는 잘 있어? 지금 어디니..

엄마가 갈께 어디야? 만나서 얘기하자ㅠㅠ 보고싶구나"

 

엄마..?

참 어떻게 이리도 뻔뻔히 엄마라고 할 수 있지? 화가 났어요.

 

"전 잘 살고 있어요. 조금 있으면 군대도 가구요...

그리고.. 만나고 싶지는 않네요. 잘 지내세요. 연락은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분명히 피는 끓고 원하고 있는데 전 투정이나 부리고 있었어요.

웬지 모를 두려움도 있었죠.

그런데 그런 걸 다 알고 이해한다는 듯이 그 분은 끈질기게 설득하고

타이르며 만나길 요구했어요. 결국 전 본능에 이끌려 약속장소와 날짜를 잡았죠.

이틀 뒤 인천터미널에서..

 

막상 만나기로 하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정신없이 이틀이 지난 뒤..

만나러 갔습니다.

17년만에 얼굴도 모르는 엄마를..

 

'서로 알아볼 순 있을까?'

 

쓸데없는 걱정이었어요.

주말이라 터미널 주변에 차가 쭉 서있었는데

전화를 걸자마자

마치 레이더가 달린듯 멀리 차에 타고 있던 여성분과 눈이 마주쳤죠. 

그 차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 뒷문을 열고 앉았는데

사이드미러에 비친 엄마의 눈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어요.

또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죠.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더군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서로 바라보며 흘린 눈물로 17년이란 세월은

그 눈물과 함께 씻겨 내려갔어요..

 

"준아. 너 고기 좋아하잖아 고기 먹으러 가자"

 

고기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전 그래도 꾸역꾸역 먹는데

엄마는 안 먹고 저를 보기에 바쁘더라구요  

 

"좀 드세요"

 

"아냐..너 먹는것만 봐도 배불러."

 

아..이 말 얼마나 듣고 싶었는데..아.. 이런 기분이었구나..

 

그 뒤로 엄마는 평생 못먹였던거 못입혔던거 다 해주려는 듯..

그 동안 못 주었던 사랑을 한꺼번에 다 몰아서 주려는 듯..

정신없이 해주기 바뻤어요.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물질적인 것 감성적인 것에 취하다 보니

정신없이 받기만 했죠. 나름대로 나이대에 비해 성숙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와 지낸 짧지만 행복한 기간동안 전 어린애가 되어버렸어요.

그렇게 시간이 금방 흘러 군대에 가게 됐는데

제대하면 또 그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군복무 도중 어머니는 재혼을 하시고 미국으로 이민 가셨습니다.

제대하고 따라갈 생각도 했지만 아버지도 계시고..새 출발 하시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안갔어요. 이럴꺼였으면 군대가기 전에 효도란 것도 좀 해보는건데

말이에요. 21살 너무 철없던 그때가 너무 후회가 되네요.

지금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통화하고 잘 지낸답니다^^

 

음.. 얘기가 지루하고 좀 길었죠?

가끔 아직도 나이먹고 부모님한테 투정부리는 친구들한테 해주는 제 얘기에요.

너넨 친부모님하고 사는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해라!! 라고요..

부모님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맙고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이렇게 좋은 세상 알게 해 주신 분들께 효도합시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새삼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마지막으로 엄마 사진 몇장 올릴께요~^^ 악플은 삼가!!

 

라스베가스에서 우리 윤여사님^^

 

 

이건 저 군대 가있는 동안 누나랑 엄마랑 태국여행 간.. 으.. 아직도 생각하면..

휴가 나왔는데 둘이 놀러가 있을줄이야....

 

그리고 누나랑 엄마랑 이미지 사진까지~

 

저희 어머니 63년생이신데 동안이시죠?

같이 영화보러 가거나 맥주한잔 하러 호프집 들어가면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어요.

 

그럼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3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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